작성자 :발롱

등록일 :2001-11-19 23:42:16

조회수 :31,196

답사보고서 제목치고는 좀 이상하네요.

제대로 된 답사체험기는 다른분들께 부탁을 드리면서 저는 우리들 이야기에 치중하면서 올려보렵니다.(김유신장군님, 문무대왕님 죄송합니다.)


*만남,그리고 경주로..*

약속 시간보다 이른 8시 40분쯤 경부선 개찰구 앞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준희님과 주문진님,붕어님과 환희님, 봄바람님, 작은나무님등이 이어서 오시고 드디어 기차 출발....수원역에서 다시 반가운 얼굴들, 산책님, 오각님, 엄마의꿈님,공명님, 선아님과 합류했습니다.

이때부터 새마을호 7번칸이 몹시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죠. 엄마든 아이든 처음 만나는 게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어색함도 잠시일뿐 바로 친해져서 이내 좌석을 들썩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앞뒷자석의 눈총을 많이 받았지만 돌아올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ㅋㅋㅋ) 점심은 1인용으로 포장된 김밥과 삶은 계란, 귤로 해결하고(수원팀들 고생하셨습니다.) 1시 49분에 경주역에 도착.......역에는 다시 반가운 얼굴, 진진모님과 두따님이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김유신 장군묘*

날씨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호젓한 언덕길을 오르니 웅장한 묘가 나타났죠. 묘 둘레에 조각된 12지신을 따라가며 아이들은 자기 띠동물을 찾느라 열심이었습니다. 준희님의 자상한 설명을 들어 가며 수첩에 적기도 하고 그림도 그렸죠. 12지신은 각각 무장을 한 전투복 차림이었고 일부 동물은 얼굴을 구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12지신 각각의 동물이름과 자정, 오전 오후 등 시간과의 연관관계도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발이도 초반이니만큼 여기서는 내심 답사 자체에 진지한 자세를 보이며 의욕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더군요. 그러더니 대단한 걸 발견한 듯 했어요.

"앗! 저게 뭐지? 뭐에 쓰는 걸까?"
아이가 가리킨 건 묘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오른쪽에 놓인 황금색 향로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금속성 단지였습니다. 저는 대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죠.

"음, 그건 그냥 휴지통이란다."


*국립 경주 박물관*

최근들어 가장 여유롭게 머물 수 있었던 박물관이었습니다.
보통 한 줄로 길게 서서 뒷사람에게 밀리듯이 보게 되는데 이곳은 학생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런 대로 여유가 있었죠.

아이는 안압지관의 못자리에서 출토된 동물뼈를 보고 흥미로와하더군요. 또 선사, 원삼국시대의 각종 돌로 만든 무기들과 토기들, 그외에도 표정이 정말 다양한 토우들을 관심있게 봤습니다. 성덕대왕 신종앞에서는 아기가 어떻게 '에밀레'하고 우느냐고 자꾸 물어봐서 애를 먹었습니다.

기념사진 몇장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첨성대*

낮은 울타리로 길에서도 보이는 첨성대를 보니 그제서야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여기를 왔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박물관에서도 에밀레종을 빼놓고는 까마귀고기를 먹은 듯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롭더군요. 전 아직도 수학여행하면 여관의 현란한 디스코조명밖에는 생각안납니다.ㅋㅋ)

어떤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열심히 설명하시는 걸 귀동냥으로 들으며 첨성대를 감상했습니다. 돌개수가 음력일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362개라는 것과 가운데 창옆 3단을 제외하고는 돌층수가 12개월 24절기를 의미한다는 것, 꼭대기 네모 귀가 각각 정확히 4방위를 가리킨다는 것, 정말 가까이서 보니 감동적이더군요.

사진 몇장찍고 돌아나오니 산책님이 꿈에서 타셨다는 마차(관광용인듯 싶습니다)가 운행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어느덧 짧은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쪽 계림과 신라향교로 이어지는 길이 참 멋지다..생각하고 있는데 몇몇 아이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도 대발이와 2인용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신라의 숨결을 가득 들이마시며 시원한 바람과 노을을 즐겼습니다. 우와...첨성대보며 자전거 타는 그 맛, 호수공원과는 비교가 안되더군요.

길 건너 차로 돌아오니 먹거리 챙기느라 여념이 없으신 오각님과 환희님, 봄바람님이 인근 재래시장으로 장보러 가시고 그동안 일행은 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쌈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쌈밥집에서 먹다 남은 야채를 챙기며..*

식사를 마친 후에 간신히 돌아오신 세분이 이미 식어버린 밥으로 저녁을 드시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007작전으로 분산 이동이 시작됐지요.(이유는 아시겠지요) 다행히 생각보다 방이 넓었고 각각 짐을 풀고는 숨을 돌렸습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기계체조와 유도, 씨름등 기물파손에 협조가 되는 갖가지 격투기들을 시작하더군요.

장 봐오신 짐을 풀자 쌀과 된장, 고추장, 콩나물, 그리고 파마늘등 양념과 야채들이 있었습니다. 첫날 저녁은 시간상 밖에서 해결했지만 되도록 경비를 줄이고자 이후로는 숙소내에서 해먹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요. 게다가 쌈밥집에서 눈총을 받으며 챙겨오신 각종 쌈거리들....두고두고 돌아갈때까지 밥반찬은 물론이고 저녁 간식용,입가심용으로 내내 사랑받았습니다.

모든 일이 의기투합속에 너무나 원만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끼리끼리 즐거워했고 어른들 역시 같이 의견을 모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고민하거나 어려워할 틈도 없이 웃음꽃을 피우며 지내다 보니 참 신기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이상적인 모임이 있을수 있을까 하는....

다니면서 가장 많이 나눈 얘기중의 하나가 '가족들과 떠나 낯선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여행이 가능하다니..'하는 거였죠. 아이는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들대로 새로운 체험을 하면서 모두들 놀라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붕어님이나 진진모님등 새롭게 단독으로 참여를 결정하신 분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여를 망설이시는 다른분들에게 그 느낌을 전해주셨으면 좋겠구요..

이렇게 하루 일정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하나 둘 잠들었구요, 저는 잠시간을 덜어가며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다음 날 아침 눈떼느라 엄청 고생했지요..ㅋㅋ)

경주에서의 첫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나고 있었습니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