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제3편-"경주 남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완결편)
작성자 :발롱
등록일 :2001-11-19 23:47:07
조회수 :31,069
내일이면 경주로 향한지 벌써 일주일,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후기를 마무리지어야겠습니다.
*가장 오래걸렸던 아침 준비*
전날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식사준비는 여전히 하늘같은 선배님들 손에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엄마는 한참전에 일어난 양 표정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아서, 시침을 떼고 대발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깨웠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먹으려던 카레는 이미 동이 나고 없더군요. 이제 남은 건 다듬어 씻어 놓은 콩나물과 예의 그 쌈거리들, 그리고 보존을 우려해 전날 냉동실로 들어가 땡땡 얼은 삼겹살뿐이었지요.(돼지를 얼음창고로 보낸 분, 수원의 누구시라고 절대 말못합니다. ㅋㅋ)
그때 마법의 손을 가지신 산책님과 몇몇분이 잠시 대책회의를 하시더군요. 그러자 콩나물은 지하슈퍼에서 산 통깨와 참기름, 그리고 맛소금만으로 기가 막힌 무침이 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고(이건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모릅니다. 손맛이라는 것, 정말 있더군요.) 이어 점심도시락용으로 제안된 주먹밥 제작이 한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재료요? 밥과 구운김, 참기름과 소금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요 주먹밥은 점심이 되기도 전인 오전 11시쯤 버스에서 일제히 분양되어 게눈 감추듯 몽땅 사라졌습니다.(저도 대발이가 자기거 다 먹고 더 달라고 올까봐 납작 숨어 엎드려서 먹었구요. 엄마도 아니죠?)
그리고 땡땡 언 돼지고기, 냄비에서 잠시 녹다가 고추장, 된장, 각종 야채와 뒤범벅이 되더니 이내 군침도는 돼지고기고추장볶음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맛도 가히 환상적이어서 모두 포크와 나무젓가락을 챙챙거리며 먹었죠.
이렇게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전날 누룽지까지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침식사가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숙소 뒷마무리, 짐챙기기 등등으로 출발은 10시가 되어서야 이루어졌죠.(2박 3일간 뒤집개 하나와 유리컵 하나밖에 파손된것이 없으니 준수하죠? 아, 다음날 우리방 침대를 사용하신 새 손님께서는 침대가 원래 이렇게 폭 꺼졌나? 의아해하셨을지도 모르지만요. ㅋㅋ )
*아, 남산........*
경주시내 남쪽으로 자리잡은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익숙한 누구라도 쉽사리 길을 잃기 쉽다는 그 곳... 그리고 산 전체가 살아 있는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다는 그 곳....
그곳을 겁없는 일행은 4살 꼬마 둘과 유아 셋, 그리고 철없는 초등학생 여럿을 데리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 초반은 평지에서 시작됐죠. 바로 신라 소지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신비의 연못, 서출지가 첫번째 방문지였습니다. 연꽃이 피었다면 더욱 환상적이었겠지만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저는 늘 여행을 떠나면 명소들보다 그 곳 현지의 소박한 민가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날 원도 한도 없이 남의 집 많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연못과 인근 논자락에서 아이들은 생태관찰에 열심이었구요, 봄바람님이셨나요? 주워왔다며 건네주신 향기로운 탱자나무 열매..지금 이시간도 우리집 주방 정수기 위에서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버스는 이윽고 표지판도 안내도, 물론 입장료 받는 곳도 없는 인적없는 좁은 산어귀에 우리를 내려놓았죠. 차안에서 놀다가 반대로 내리면 잠이 드는 소미를 업고, 통통 튀는 영재를 데리고 고갯길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첨에는 오를만 하다 싶은 정도 높이에 부처님이 계셨죠. 그런데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감실석불좌상이었든가요? 어쨌든 자연석 안에 아늑하게 앉아 계신 부처님을 뵈오니 당시 신라인들의 지극한 불심이 마음으로 전해져오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다음 목적지가 보리사였죠? 일행은 그때부터 앞으로 앞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남산의 가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기운이 넘치는 큰 아이들이었습니다. 용진군과 의준군, 중재군과 동윤군, 민규군등 고학년들과 발빠른 소녀들이 쏜살같이 길을 앞질러 나가 어른들은 초조해지더군요.
"그 길 아니야, 돌아가자...!!!" 요렇게 소리지르며 양치기 소년 수법을 몇번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야릇한 경쟁심과 뻗치는 기운을 가진 아이들과의 격차는 자꾸 벌어졌습니다.
후미는 단연 아이를 업은 소미엄마였지요. 산에서는 원래 그렇죠. 후미가 겨우 선두를 따라잡을만 하면 다시 쉬지도 못하고 떠나게 되고 말이죠. 이름 모를 묘가 자리한 좁다란 길을 따라 열심히 가다보니 산이 더욱 깊어지더군요. 정 안되면 119헬기 부르지 싶은 심정으로 갈림길에서 번민하며 길을 가던 중 반가운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께서 친절하게 일행과 같이 해주셨지요. 앞서간 녀석(?)들을 잡느라, 그리고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느라 어느새 서너그룹으로 분산이 되더군요.
입이 쑥 나온 녀석들을 달래 그분들을 따라가게 만들고 뒤쳐진 일행에게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어떻게냐구요? 갈림길에서 커다란 화살표를 크게 그리는 방법이었지요. 소윤이가 정말 즐거워하더군요. (사실은 저도 신이 났었습니다.)
알고보니 보리사 가는 길은 산행길이 아니었고 다시 좌상에서 내려와 산어귀로 돌아가는 다른 길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도 자주 잃고 헤매기 쉬운길을 어찌...하며 놀라와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속으로 혼자 그랬습니다. 저희 마학이 원래 좀 그렇습니다. 하구요..ㅋㅋ)
그분들을 따라 가니 이윽고 당도한 곳이 옥룡암과 나란히 한 탑골마애조상군(아니면 수정해주시와요)이었습니다. 야외조각관이 따로 없더군요. 눈을 돌리는 곳마다 바위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었고 저희는 그 신성한 바위 위에 올라간 아이들을 열심히 찍었습니다.(부처님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 허탈하게도 차를 타고 도착한 보리사에는 이미 남산 산중에서 기운을 소진한 절반 가량의 식구들이 빠지고 기운이 펄펄 남은 대발 엄마등 몇몇 사람만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참 좋았어요. 제 취미인 남의 집 들여다 보기 여기서 많이 했구요.(그 중에 정겹게도 베넷저고리에 천기저귀 널어놓은 집이 있더라구요) 예쁘게 단장된 길을 따라 깎아지른듯한 언덕을 올라가니 보리사터에 인자하게 앉아 계신 석불좌상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좌상들 중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모습으로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죠.
이 보리사를 끝으로 남산에서의 모든 모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천마총에서 일정을 마치다*
준비해간 주먹밥으로 간식(?)을 먹긴 했지만 워낙 남산에서 시간을 소비하여 점심이 늦었습니다. 경주시내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비빔밥으로 해결하고 천마총 앞 매표소에 서니, 기차역에 도착해야 할 4시가 3,40분밖에 안남았더군요. 갑자기 급해져서 일행은 무덤속으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수학여행때 가장 인상깊었던 곳중의 하나가 이곳이었죠. 아이에게도 유일하게 자신 있게 설명했던 이 곳, 천마총...
음...그렇지만 여전히 새롭더군요....(ㅠ.ㅠ)
전시관을 둘러보며 아이가 아직도 여기에 시신이 있느냐고 자꾸 물어 진땀을 뺐는데 안내를 보니 목관 뒤에 모셔져 있다고 친절하게 나와있어 위기를 면했습니다. 그러다가 장난기가 동해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나갈때 문이 저절로 닫힌다..그랬드니 잠시 목이 움추려들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정말 그런가보네. 저기 자동문이라고 써있어요..."
어쨌든 살림 잘하신 오각님 덕분에 경주빵까지 선물로 받아들고 제 시간에 일행은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서울행 기차를 타다....
서울행 기차칸은 11번칸으로 떠날 때와 달리 좌석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라 소란이 다소 걱정되었죠. 우려했던 대로 우리 아이들은 다소(아니 솔직히 많이)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저녁은 기차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한 터라 출입이 좀 잦았습니다. 저는 돌아오는 길은 아이들이 지쳐 거의 잠들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웬일입니까? 가던 날보다 두배는 더 다른 분들을 방해한것 같았죠.
마침내 승무원 아저씨랑 누나랑 몹시 자주 우리칸을 방문하셨고 마침내는 안내방송과 함께, 앉아계시던 손님의 따가운 질책도 들어야 했습니다.(ㅠ.ㅠ)
지금 생각하면 왜 좀 더 아이들을 주의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남네요. 식당칸을 오가느라 자주 문을 여닫은 건 할수 없다고 쳐도 조금은 엄한 주의를 줘야 했던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들을 아이는 하나도 없었지만요.... 아...다음은 기차 한칸에 맞게 참가인원을 늘려야할까봐요......
수원행 식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서울역에 도착한게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으....떠나기 싫더군요.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은 마음에 헤어지기가 싫었습니다.
정말 꿈같이 흘러간 사흘...
나의 순간의 선택으로 일상을 벗어날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돌아볼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구요, 엄마를 뒤로 한채 형과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던 아이의 체험도 결코 저에 뒤지지 않았을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꼈습니다.
차열쇠와 지갑을 처음으로 멀리하고 다녔던 여행.....
정말 멋졌습니다.
후기 끄읕!!!!!!!!!!!!!!!!!!!!!!!!!!!!!!!!!!!!!!!!!!!!!!!!!!!!!!!!
*가장 오래걸렸던 아침 준비*
전날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식사준비는 여전히 하늘같은 선배님들 손에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엄마는 한참전에 일어난 양 표정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아서, 시침을 떼고 대발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깨웠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먹으려던 카레는 이미 동이 나고 없더군요. 이제 남은 건 다듬어 씻어 놓은 콩나물과 예의 그 쌈거리들, 그리고 보존을 우려해 전날 냉동실로 들어가 땡땡 얼은 삼겹살뿐이었지요.(돼지를 얼음창고로 보낸 분, 수원의 누구시라고 절대 말못합니다. ㅋㅋ)
그때 마법의 손을 가지신 산책님과 몇몇분이 잠시 대책회의를 하시더군요. 그러자 콩나물은 지하슈퍼에서 산 통깨와 참기름, 그리고 맛소금만으로 기가 막힌 무침이 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고(이건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모릅니다. 손맛이라는 것, 정말 있더군요.) 이어 점심도시락용으로 제안된 주먹밥 제작이 한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재료요? 밥과 구운김, 참기름과 소금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요 주먹밥은 점심이 되기도 전인 오전 11시쯤 버스에서 일제히 분양되어 게눈 감추듯 몽땅 사라졌습니다.(저도 대발이가 자기거 다 먹고 더 달라고 올까봐 납작 숨어 엎드려서 먹었구요. 엄마도 아니죠?)
그리고 땡땡 언 돼지고기, 냄비에서 잠시 녹다가 고추장, 된장, 각종 야채와 뒤범벅이 되더니 이내 군침도는 돼지고기고추장볶음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맛도 가히 환상적이어서 모두 포크와 나무젓가락을 챙챙거리며 먹었죠.
이렇게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전날 누룽지까지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침식사가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숙소 뒷마무리, 짐챙기기 등등으로 출발은 10시가 되어서야 이루어졌죠.(2박 3일간 뒤집개 하나와 유리컵 하나밖에 파손된것이 없으니 준수하죠? 아, 다음날 우리방 침대를 사용하신 새 손님께서는 침대가 원래 이렇게 폭 꺼졌나? 의아해하셨을지도 모르지만요. ㅋㅋ )
*아, 남산........*
경주시내 남쪽으로 자리잡은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익숙한 누구라도 쉽사리 길을 잃기 쉽다는 그 곳... 그리고 산 전체가 살아 있는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다는 그 곳....
그곳을 겁없는 일행은 4살 꼬마 둘과 유아 셋, 그리고 철없는 초등학생 여럿을 데리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 초반은 평지에서 시작됐죠. 바로 신라 소지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신비의 연못, 서출지가 첫번째 방문지였습니다. 연꽃이 피었다면 더욱 환상적이었겠지만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저는 늘 여행을 떠나면 명소들보다 그 곳 현지의 소박한 민가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날 원도 한도 없이 남의 집 많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연못과 인근 논자락에서 아이들은 생태관찰에 열심이었구요, 봄바람님이셨나요? 주워왔다며 건네주신 향기로운 탱자나무 열매..지금 이시간도 우리집 주방 정수기 위에서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버스는 이윽고 표지판도 안내도, 물론 입장료 받는 곳도 없는 인적없는 좁은 산어귀에 우리를 내려놓았죠. 차안에서 놀다가 반대로 내리면 잠이 드는 소미를 업고, 통통 튀는 영재를 데리고 고갯길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첨에는 오를만 하다 싶은 정도 높이에 부처님이 계셨죠. 그런데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감실석불좌상이었든가요? 어쨌든 자연석 안에 아늑하게 앉아 계신 부처님을 뵈오니 당시 신라인들의 지극한 불심이 마음으로 전해져오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다음 목적지가 보리사였죠? 일행은 그때부터 앞으로 앞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남산의 가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기운이 넘치는 큰 아이들이었습니다. 용진군과 의준군, 중재군과 동윤군, 민규군등 고학년들과 발빠른 소녀들이 쏜살같이 길을 앞질러 나가 어른들은 초조해지더군요.
"그 길 아니야, 돌아가자...!!!" 요렇게 소리지르며 양치기 소년 수법을 몇번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야릇한 경쟁심과 뻗치는 기운을 가진 아이들과의 격차는 자꾸 벌어졌습니다.
후미는 단연 아이를 업은 소미엄마였지요. 산에서는 원래 그렇죠. 후미가 겨우 선두를 따라잡을만 하면 다시 쉬지도 못하고 떠나게 되고 말이죠. 이름 모를 묘가 자리한 좁다란 길을 따라 열심히 가다보니 산이 더욱 깊어지더군요. 정 안되면 119헬기 부르지 싶은 심정으로 갈림길에서 번민하며 길을 가던 중 반가운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께서 친절하게 일행과 같이 해주셨지요. 앞서간 녀석(?)들을 잡느라, 그리고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느라 어느새 서너그룹으로 분산이 되더군요.
입이 쑥 나온 녀석들을 달래 그분들을 따라가게 만들고 뒤쳐진 일행에게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어떻게냐구요? 갈림길에서 커다란 화살표를 크게 그리는 방법이었지요. 소윤이가 정말 즐거워하더군요. (사실은 저도 신이 났었습니다.)
알고보니 보리사 가는 길은 산행길이 아니었고 다시 좌상에서 내려와 산어귀로 돌아가는 다른 길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도 자주 잃고 헤매기 쉬운길을 어찌...하며 놀라와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속으로 혼자 그랬습니다. 저희 마학이 원래 좀 그렇습니다. 하구요..ㅋㅋ)
그분들을 따라 가니 이윽고 당도한 곳이 옥룡암과 나란히 한 탑골마애조상군(아니면 수정해주시와요)이었습니다. 야외조각관이 따로 없더군요. 눈을 돌리는 곳마다 바위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었고 저희는 그 신성한 바위 위에 올라간 아이들을 열심히 찍었습니다.(부처님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 허탈하게도 차를 타고 도착한 보리사에는 이미 남산 산중에서 기운을 소진한 절반 가량의 식구들이 빠지고 기운이 펄펄 남은 대발 엄마등 몇몇 사람만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참 좋았어요. 제 취미인 남의 집 들여다 보기 여기서 많이 했구요.(그 중에 정겹게도 베넷저고리에 천기저귀 널어놓은 집이 있더라구요) 예쁘게 단장된 길을 따라 깎아지른듯한 언덕을 올라가니 보리사터에 인자하게 앉아 계신 석불좌상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좌상들 중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모습으로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죠.
이 보리사를 끝으로 남산에서의 모든 모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천마총에서 일정을 마치다*
준비해간 주먹밥으로 간식(?)을 먹긴 했지만 워낙 남산에서 시간을 소비하여 점심이 늦었습니다. 경주시내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비빔밥으로 해결하고 천마총 앞 매표소에 서니, 기차역에 도착해야 할 4시가 3,40분밖에 안남았더군요. 갑자기 급해져서 일행은 무덤속으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수학여행때 가장 인상깊었던 곳중의 하나가 이곳이었죠. 아이에게도 유일하게 자신 있게 설명했던 이 곳, 천마총...
음...그렇지만 여전히 새롭더군요....(ㅠ.ㅠ)
전시관을 둘러보며 아이가 아직도 여기에 시신이 있느냐고 자꾸 물어 진땀을 뺐는데 안내를 보니 목관 뒤에 모셔져 있다고 친절하게 나와있어 위기를 면했습니다. 그러다가 장난기가 동해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나갈때 문이 저절로 닫힌다..그랬드니 잠시 목이 움추려들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정말 그런가보네. 저기 자동문이라고 써있어요..."
어쨌든 살림 잘하신 오각님 덕분에 경주빵까지 선물로 받아들고 제 시간에 일행은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서울행 기차를 타다....
서울행 기차칸은 11번칸으로 떠날 때와 달리 좌석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라 소란이 다소 걱정되었죠. 우려했던 대로 우리 아이들은 다소(아니 솔직히 많이)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저녁은 기차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한 터라 출입이 좀 잦았습니다. 저는 돌아오는 길은 아이들이 지쳐 거의 잠들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웬일입니까? 가던 날보다 두배는 더 다른 분들을 방해한것 같았죠.
마침내 승무원 아저씨랑 누나랑 몹시 자주 우리칸을 방문하셨고 마침내는 안내방송과 함께, 앉아계시던 손님의 따가운 질책도 들어야 했습니다.(ㅠ.ㅠ)
지금 생각하면 왜 좀 더 아이들을 주의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남네요. 식당칸을 오가느라 자주 문을 여닫은 건 할수 없다고 쳐도 조금은 엄한 주의를 줘야 했던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들을 아이는 하나도 없었지만요.... 아...다음은 기차 한칸에 맞게 참가인원을 늘려야할까봐요......
수원행 식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서울역에 도착한게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으....떠나기 싫더군요.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은 마음에 헤어지기가 싫었습니다.
정말 꿈같이 흘러간 사흘...
나의 순간의 선택으로 일상을 벗어날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돌아볼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구요, 엄마를 뒤로 한채 형과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던 아이의 체험도 결코 저에 뒤지지 않았을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꼈습니다.
차열쇠와 지갑을 처음으로 멀리하고 다녔던 여행.....
정말 멋졌습니다.
후기 끄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