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으로 가자 (조선일보 기사)
작성자 :히플러
등록일 :2001-09-14 08:19:29
조회수 :54,294
[경기] 포도송이가 들려주는 가을이야기
게재일 : 2001/09/13
안성 ~ 입장 포도원길
◆ 사진설명 : 안성포도의 발생지, 안성 구포도성당
포도밭으로 가자. ‘수확과 결실의 계절’ 가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땅에 포도로 유명한 곳이 한둘이 아니겠으나, 경기도 안성과 충남 천안을 잇는 도로변 들판은 한국 최대의 포도 산지다. 심지어 아파트단지 텃밭까지 포도밭이니!
101년 전 프랑스 신부 안토니오 공베르가 안성 구포동 성당에 부임하면서 안성 포도농사가 시작됐다. 그가 가지고 온 마스커트 함부르크 품종 몇 그루는 조금씩 이웃으로 퍼져나갔고, 그게 안성 포도의 효시가 됐다.
지난해 남프랑스 공베르 신부의 생가를 찾았던 사람들은 방 안에 반짝이고 있는 안성 유기를 목격하고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지금도 옛 예배당 정원 한편에는 자연스럽게 자라난 포도나무들이 넝쿨을 이루고 있다. 구포동성당에서 나와 천안쪽으로 가는 339번 도로를 타면 본격적인 포도밭 순례가 시작된다. 그 첫 번째, 혜진네 포도원.
안성에서 안성천을 지나 천안쪽으로 접어들면 얼마 안 가 오른편에 ‘혜진네 포도원’ 팻말이 보인다. 안성 토박이 홍성욱씨가 주인이다.
아담한 5000평 포도밭에 거봉과 마스커트 품종을 심어놓았다. “농사 300년 해봤자 공부 3년 못합디다.” 몇 년 동안 포도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책을 뒤졌더니 답이 나왔다. “꽃에서 열매가 달리지만 문제는 땅이더라구요, 땅. 기초가 튼실해야 과실도 좋지요.” 그래서 여러모로 지력을 북돋운 결과 큰 농약 들이지 않고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아마 올해 농사는 제가 제일 잘했을 겁니다.” 한눈에 봐도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들이 먹음직스럽고 껍질째 깨문 입 안에 시리도록 단맛이 그득하다. 거봉은 단맛, 그리고 마스커트 품종은 입안에 퍼지는 향이 기가 막히다. 사람들은 포도넝쿨 아래 놓인 평상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포도로 배를 채운다. 아이들은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고.
길을 진천방면으로 조금만 더 가면 왼편에 오하농원이 있다. 기업형으로 성장한 관광농원이다. 14가지 품종이 3만평 농장에 자라고 있다. 보리밥과 불고기를 내는 식당, 민박, 그리고 작지만 수영장도 있다. 식당 안에 포도를 가득 쌓아놓고 종류별로 쟁반에 담아 판다. 포도즙, 포도잼도 판다.
오하농원에서 또 남하해 고개를 넘으면 왼편에 윤이포도원이 있다. 거봉과 마스커트가 작은 마을길 양편에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역시 포도나무 사이사이로 평상이 놓여 있고 포도와 음식을 즐긴다. 작은 포도밭이지만 길 속으로 숨어 있어 오히려 운치 있다. 주인 이동식씨는 “품평회에서 대상 먹을 자신 있다”고 한다. 참고. 이씨야 대상을 먹고 싶지만, 포도를 고를 때엔 송이 맨 아랫부분부터 먼저 먹어본단다. 포도는 꼭지가 끝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아랫부분이 달면 송이 전체가 달다는 뜻이라고 한다. 윤이포도원을 넘어 34번 국도에 이르기까지 노변은 온통 포도밭이다. 황금들판에 익숙한 한국인 눈으로는 낯설 정도로 이국적이다. 그 포도밭들 입구마다 포도를 쌓아놓은 직판장이 문을 열어 놓았다.
포도원은 길이 34번 국도와 만나 충남 천안 입장면으로 갈 때까지 끝이 없다. 아파트단지와 상가가 있는 번화가를 지난 후, 입장면과 성거면을 지나 직산면으로 들어가면 다시 야산 기슭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직산면은 안성, 입장, 성거와 달리 직판 대신 농협 납품을 한다. 그래서 직접 사면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직산면 소재지 못 미쳐 오른쪽 야산 뒤에 숨은 곽경희씨 포도밭( 여행수첩 참조 )도 그 가운데 하나. 특상품질을 인정받은 거봉포도를 싸게 살 수 있다.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 : [email protected])
여행메모
포도벨트 드라이브 : 안성~339번 도로~34번 국도 청룡사~입장~성거~직산 코스
가는 길(서울 기준)
①안성 일대 : 대중교통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안성에 도착한 뒤 일반버스(15분 간격)나 택시를 이용한다. 혜진이네 포도원, 오하농원, 윤이포도원까지 30분이 안 걸린다.
손수운전은 경부고속도로 안성IC나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안성 방면으로 빠진 뒤 인지사거리에서 평택, 천안 방면으로 나간다. 이후로는 ‘청룡사’ 이정표를 볼 것. 지도에는 339번 지방도로 나와 있지만 이정표에는 ‘23번’ ’57번’으로 나와 있다. 갈림길이 나오면 57번 도로 진천 방향. 갈림길 직전 오른편에 혜진이네포도원(☎ 031-675-4894), 갈림길 지나 800m 왼편에 오하농원(☎ 031-677-7749·www.ohapodowon.co.kr), 이어 다시 갈림길 나오면 왼편길 왼편에 윤이포도원(☎ 031-673-9989).
②입장, 성거, 직산 : 대중교통은 강남터미널에서 버스로 천안행, 천안터미널에서 입장행 버스. 손수운전은 안성에서 339번 도로를 타고 경기·충남 도계인 34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한 뒤 입장사거리에서 천안·성거 방면 좌회전.
포도원 즐기기
①도로변 직판장을 제외한 포도원들은 취사도구를 마련해 놓고 손님을 맞는다. 고기를 준비해 가면 포도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숯불구이를 준비해준다. 단 오하농원은 농원 내에 식당과 숙박시설을 마련해두고 있다.
②포도는 절대로 따지 말 것. 눈으로 즐기기만 한다.
③ 곽경희씨네 포도원 (☎ 041-581-4764) : 직판을 하지 않는 포도밭이다. 천안시 직산면 깊숙이 숨어 있다. 직산농협에서 품질을 특상으로 치는 거봉 전문. 가격이 무척 저렴해 다른 곳 구경을 마치고 찾아가 구입할 수 있는 곳. 안성에서 한 관에 2만~2만5000원선인 특상품을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찾는 길은 쉽지 않다.
안성에서 입장으로 빠져나와 성거까지 간 뒤 ‘직산’ 방면으로 우회전, 경부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넘는다. 이곳에서 1.5㎞ 정도 가면 길 건너 ‘소우리 생고기집’이 있고 바로 오른편에 ‘전경부대’ 팻말이 보이면 우회전. 전경부대를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편 내리막길로 들어간다. 전남방직 공장을 끼고 돌아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오른편 등성이에 ‘눈에 띄게 새파란’ 밭이 곽경희씨네 포도밭. 주차공간이 부족해 최대한 길섶에 차를 댈 것.
주변 볼거리 : 청룡사와 카페 ‘여우가 말했다’:안성에서 나와 34번 국도와 만나면 진천방면 좌회전. 청룡저수지가 나오면 다시 좌회전. 청룡사는 작은 절이지만 남사당 패거리와 여성 대장 바우덕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청룡사 초입에서 오른쪽 길을 택하면 예쁜 카페 ‘여우가 말했다’가 나온다. 차 한잔, 혹은 나물밥, 낙지덮밥.
게재일 : 2001/09/13
안성 ~ 입장 포도원길
◆ 사진설명 : 안성포도의 발생지, 안성 구포도성당
포도밭으로 가자. ‘수확과 결실의 계절’ 가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땅에 포도로 유명한 곳이 한둘이 아니겠으나, 경기도 안성과 충남 천안을 잇는 도로변 들판은 한국 최대의 포도 산지다. 심지어 아파트단지 텃밭까지 포도밭이니!
101년 전 프랑스 신부 안토니오 공베르가 안성 구포동 성당에 부임하면서 안성 포도농사가 시작됐다. 그가 가지고 온 마스커트 함부르크 품종 몇 그루는 조금씩 이웃으로 퍼져나갔고, 그게 안성 포도의 효시가 됐다.
지난해 남프랑스 공베르 신부의 생가를 찾았던 사람들은 방 안에 반짝이고 있는 안성 유기를 목격하고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지금도 옛 예배당 정원 한편에는 자연스럽게 자라난 포도나무들이 넝쿨을 이루고 있다. 구포동성당에서 나와 천안쪽으로 가는 339번 도로를 타면 본격적인 포도밭 순례가 시작된다. 그 첫 번째, 혜진네 포도원.
안성에서 안성천을 지나 천안쪽으로 접어들면 얼마 안 가 오른편에 ‘혜진네 포도원’ 팻말이 보인다. 안성 토박이 홍성욱씨가 주인이다.
아담한 5000평 포도밭에 거봉과 마스커트 품종을 심어놓았다. “농사 300년 해봤자 공부 3년 못합디다.” 몇 년 동안 포도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책을 뒤졌더니 답이 나왔다. “꽃에서 열매가 달리지만 문제는 땅이더라구요, 땅. 기초가 튼실해야 과실도 좋지요.” 그래서 여러모로 지력을 북돋운 결과 큰 농약 들이지 않고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아마 올해 농사는 제가 제일 잘했을 겁니다.” 한눈에 봐도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들이 먹음직스럽고 껍질째 깨문 입 안에 시리도록 단맛이 그득하다. 거봉은 단맛, 그리고 마스커트 품종은 입안에 퍼지는 향이 기가 막히다. 사람들은 포도넝쿨 아래 놓인 평상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포도로 배를 채운다. 아이들은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고.
길을 진천방면으로 조금만 더 가면 왼편에 오하농원이 있다. 기업형으로 성장한 관광농원이다. 14가지 품종이 3만평 농장에 자라고 있다. 보리밥과 불고기를 내는 식당, 민박, 그리고 작지만 수영장도 있다. 식당 안에 포도를 가득 쌓아놓고 종류별로 쟁반에 담아 판다. 포도즙, 포도잼도 판다.
오하농원에서 또 남하해 고개를 넘으면 왼편에 윤이포도원이 있다. 거봉과 마스커트가 작은 마을길 양편에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역시 포도나무 사이사이로 평상이 놓여 있고 포도와 음식을 즐긴다. 작은 포도밭이지만 길 속으로 숨어 있어 오히려 운치 있다. 주인 이동식씨는 “품평회에서 대상 먹을 자신 있다”고 한다. 참고. 이씨야 대상을 먹고 싶지만, 포도를 고를 때엔 송이 맨 아랫부분부터 먼저 먹어본단다. 포도는 꼭지가 끝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아랫부분이 달면 송이 전체가 달다는 뜻이라고 한다. 윤이포도원을 넘어 34번 국도에 이르기까지 노변은 온통 포도밭이다. 황금들판에 익숙한 한국인 눈으로는 낯설 정도로 이국적이다. 그 포도밭들 입구마다 포도를 쌓아놓은 직판장이 문을 열어 놓았다.
포도원은 길이 34번 국도와 만나 충남 천안 입장면으로 갈 때까지 끝이 없다. 아파트단지와 상가가 있는 번화가를 지난 후, 입장면과 성거면을 지나 직산면으로 들어가면 다시 야산 기슭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직산면은 안성, 입장, 성거와 달리 직판 대신 농협 납품을 한다. 그래서 직접 사면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직산면 소재지 못 미쳐 오른쪽 야산 뒤에 숨은 곽경희씨 포도밭( 여행수첩 참조 )도 그 가운데 하나. 특상품질을 인정받은 거봉포도를 싸게 살 수 있다.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 : [email protected])
여행메모
포도벨트 드라이브 : 안성~339번 도로~34번 국도 청룡사~입장~성거~직산 코스
가는 길(서울 기준)
①안성 일대 : 대중교통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안성에 도착한 뒤 일반버스(15분 간격)나 택시를 이용한다. 혜진이네 포도원, 오하농원, 윤이포도원까지 30분이 안 걸린다.
손수운전은 경부고속도로 안성IC나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안성 방면으로 빠진 뒤 인지사거리에서 평택, 천안 방면으로 나간다. 이후로는 ‘청룡사’ 이정표를 볼 것. 지도에는 339번 지방도로 나와 있지만 이정표에는 ‘23번’ ’57번’으로 나와 있다. 갈림길이 나오면 57번 도로 진천 방향. 갈림길 직전 오른편에 혜진이네포도원(☎ 031-675-4894), 갈림길 지나 800m 왼편에 오하농원(☎ 031-677-7749·www.ohapodowon.co.kr), 이어 다시 갈림길 나오면 왼편길 왼편에 윤이포도원(☎ 031-673-9989).
②입장, 성거, 직산 : 대중교통은 강남터미널에서 버스로 천안행, 천안터미널에서 입장행 버스. 손수운전은 안성에서 339번 도로를 타고 경기·충남 도계인 34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한 뒤 입장사거리에서 천안·성거 방면 좌회전.
포도원 즐기기
①도로변 직판장을 제외한 포도원들은 취사도구를 마련해 놓고 손님을 맞는다. 고기를 준비해 가면 포도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숯불구이를 준비해준다. 단 오하농원은 농원 내에 식당과 숙박시설을 마련해두고 있다.
②포도는 절대로 따지 말 것. 눈으로 즐기기만 한다.
③ 곽경희씨네 포도원 (☎ 041-581-4764) : 직판을 하지 않는 포도밭이다. 천안시 직산면 깊숙이 숨어 있다. 직산농협에서 품질을 특상으로 치는 거봉 전문. 가격이 무척 저렴해 다른 곳 구경을 마치고 찾아가 구입할 수 있는 곳. 안성에서 한 관에 2만~2만5000원선인 특상품을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찾는 길은 쉽지 않다.
안성에서 입장으로 빠져나와 성거까지 간 뒤 ‘직산’ 방면으로 우회전, 경부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넘는다. 이곳에서 1.5㎞ 정도 가면 길 건너 ‘소우리 생고기집’이 있고 바로 오른편에 ‘전경부대’ 팻말이 보이면 우회전. 전경부대를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편 내리막길로 들어간다. 전남방직 공장을 끼고 돌아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오른편 등성이에 ‘눈에 띄게 새파란’ 밭이 곽경희씨네 포도밭. 주차공간이 부족해 최대한 길섶에 차를 댈 것.
주변 볼거리 : 청룡사와 카페 ‘여우가 말했다’:안성에서 나와 34번 국도와 만나면 진천방면 좌회전. 청룡저수지가 나오면 다시 좌회전. 청룡사는 작은 절이지만 남사당 패거리와 여성 대장 바우덕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청룡사 초입에서 오른쪽 길을 택하면 예쁜 카페 ‘여우가 말했다’가 나온다. 차 한잔, 혹은 나물밥, 낙지덮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