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2번출구로 나와 마로니에 공원으로 걸어오다가 GS 25 편의점이 보인다면
바로 그 뒤가 갈갈이홀입니다.
이렇게 갈갈이홀과 편의점이 맞닿아 있거든요.
우리 동네 등촌 칼국수가 대학로에도 있군요. ㅎㅎㅎ
암튼 10시 반에 시작된다고 알고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는데, 매표소엔 직원이 없었어요.
언제나 그렇듯, 들어가자마자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아들.
이 아인 정말 앞자리 증후군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주말 아침, 갈갈이홀에서는 무슨 일이...?
공교육과 함께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 전문기관인 으뜸체험학습 개발원과 함께 하는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_개그맨과 소통하다>
오늘 아들은 바로 이 개그맨과의 소통을 위해 주말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선 것이죠.
먼저 으뜸체험학습 개발원의 원장님께서 나와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진행 후 참석한 아이와 학부모 전원에게 핸드북 한 권씩을 주셨어요.
자체 개발한 교재인 것 같은데, 내용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올해 3학년이 되는 제 아들에게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의 진로직업 탐방에도 무척 도움이 될 구성이더라고요. 1회 프로그램에서는 시간 관계상 다 다루기 어려우니, 캠프를 이용한다면 정말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꼼꼼하게 알고 즐기게 될 수 있는 잡(job)담 꼼지(知)락 BOOK이었어요.
책의 구성은,
자기이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심리검사, 나의 신체적 조건)
진로탐색(직업의 종류 알아보기, 나의 진로 탐색, 직업 탐색-만남.탐색.경험.최종 관심 직업 탐색활동)
진로의사결정(나의 진로의사 결정유형은? , 나의 선호직업, 나의 생애 설계, 진로 모델링, 미래 명함 만들기)
거기에 부록으로,
2012년 신생 및 이색 직업들이 수록되고, 21세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과 직업 선택시 고려해야 할 사항, 21세기 유망 직종 및 베스트 자격증, 20대까지 알아야 할 일 50가지 리스트 등이 수록되어 있네요.
책을 보니 정말 한 번 보고 넘기기엔 너무 너무 아쉬운 알찬 내용들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엄마가 자녀의 진로 직업 탐방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Tip으로 활용해 볼까 해요.
그 중, 이 날은 2013년에 내가 꼭 해야 하는 10가지를 생각하고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발표하고 싶은 친구 10명만 거수하라니, 제 아들 빠지지 않고 손을 들더군요.
필기구도 없었고, 짧은 시간 때문에 각자 한 가지씩만 발표를 하라니
제 아들은 올해 피아노 콩쿨에 나가 1등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이 분을 기억하십니까?
우리에게 본명보다 옥동자로 더 기억되는 정종철씨에요.
이번에 알게 된 2가지 놀라운 사실.
하나~! 제 아이가 옥동자를 모른다는 것.
(옥동자 아이스크림은 아는데, 그 원조가 바로 이 분이라는 사실을 아이는 모르고 있더군요.
)
둘~! 제 기억 속 옥동자는 작은 키에, 외모로 개그맨이 되었다 여겨질만큼 퉁퉁한 분이었는데,
이 날 제 눈 앞에 서신 이 분은 몸짱이라고 불리기에 전혀 손색없는 다부진 몸매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개그맨이 되기까지 실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애쓰고 노력했다는 이야길 들려주시니 아, 이 분 실력으로 개그맨 되신거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제 아들이 개그 프로그램을 참 좋아해서 개그 콘서트를 자주 시청한답니다.
그 중 아이가 한참 따라하던 유행어가 최효종씨의 '어렵지 않아요~!' 였는데,
옥동자는 모르던 제 아이였지만, 옥동자 아저씨가 들려주신 최효종씨 이야기엔 귀가 쫑긋했을 것 같아요.
갈갈이홀을 찾아오던 중학생 하나가 있었는데, 자신은 나중에 유명한 개그맨이 될 거라며 공연장에 오고 또 오고 그러더래요. 그래서 정종철씨가 학교나 마치고 오라고 했더니만, 중학교 졸업하고 다시 찾아왔다네요. 정종철씨가 그에게 티켓 구매할 필요없이 아무때고 와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해 주면서 개그맨 지망생 형님 누나들의 잔심부름 도와주라고 하며 지낸 몇 년 후, 이 중학생이 바로 지금의 최효종이 되어 블랙 코메디로 우리 나라 개그 수준을 끌어올린 멋진 사람이 된 것이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바로 일찍부터 자기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이 있더라고요. 어른의 눈으로는 다소 허황된 꿈으로 보이기도 하고, 부모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을 꿈이라도 아이가 그것을 간절히 원한다면 지지해주고 격려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종철씨와의 만남 후에 개그 공연을 보았어요.
아직은 TV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개그맨들의 공연이었는데,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는데,
처음엔 서먹서먹해하던 관객들이 점점 이 분들의 웃음코드에 익숙해져가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쿡쿡 터져나오더군요.
제 생각엔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웃고 그 유행어가 퍼지고 하는 것이
사람들이 그 웃음 코드에 익숙해지고 동화될 때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신설 코너에선 언제 웃을 지 주저주저하다가도 몇 회 반복되면 거기서 웃든 안 웃든 입장이 정해지는 듯 해서요.
이렇게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란 직업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설명해 주고 계셔요.
이 날, 잔디의 외모를 두고 언어유희를 선 보이신 효리님의 질의응답 시간이에요.
마이크 잡고 설명중이신 효리님도 전공은 미술이랍니다.
직업이라는 게 대학교 전공과 꼭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것, 제 아이에게는 파격적일 수도 있었을 듯 해요. 질의 응답 시간에는 다소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분장 소품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는데 중학생쯤 되 보이는 친구들의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이고 진지하더라구요.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짜 내어 만든 개그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 뉴스나 상식이나 또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해박한 지식이나, 뭐 이런 모든 것들이 합해져서 재미난 아이디어로 톡톡 튀게하는 웃음을 선물해 줄 개그의 소재를 발굴하게 할테니까요.
더 큰 꿈과 포부를 가지고 지금 이 공연장에서 관객을 웃겨준 형들이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개그를 선보이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세상을 웃기는 꿈!
저분들 뒤로 써 있는 말입니다.
남을 웃기는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엔돌핀이 생성되어 남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네요. 남을 웃기면서 자신도 건강해지고, 남을 웃기면서 행복하다 느끼는 개그맨이란 직업이 참 멋지지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이 분들 덕분에 세상에 더 웃을 일 많아지고, 그 웃음 덕분에 세상이 더 밝아지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공연을 본 관객들 중에 그 웃음이 좋아 개그맨을 꿈꾸는 어린이들도 많아지면 좋겠네요.
모든 순서 마치고 마지막으로 단체 기념 사진 찍었어요.
모두의 웃음이 참 자연스럽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