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다른 나라로 빼돌리려는 어른들과 맞서 싸우는 개구쟁이 삼총사의 정의롭고 아름다운 날들에 관한 기록이다. 작은 호기심 하나는 때로 아주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동굴 속의 칼을 지키려는 장신과 은우, 다해의 마음속에는 그것에 대한 정직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저자 채영주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등단했으며, 정치보다는 소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작품에는 사랑과 죽음, 모험과 정의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펼쳐져 있다. 저서로는 <가면 지우기>, <담장과 포도덩굴>, <시간 속의 도적>, <크레파스> 등이 있다.

"사람 살려!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요!" 그 소리는 동굴 벽을 타고 돌며 무시무시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은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장신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같이 고함을 지르기로 했다. 될 대로 되라지.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요!" "제발 아무나 좀 지나가세요!" "박장신이랑 이은우랑 모두 여기 갇혀 있어요!" "살려 달라구요! ……." 한 십 분쯤, 그들은 목청껏 고함을 질러대었다. 손뼉을 치기도 하고 그냥 마구 비명을 질러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바깥으로부터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들은 진이 빠져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사방은 훨씬 더 어두워지고 조용해져 있었다. 은우는 이제 무서움보다 더한 절망을 느꼈다. 다시는 이 동굴로부터 빠져 나가지 못하리라는 느낌이었다.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결코 언제까지도 빠져 나갈 수가 없으리라. 자신의 시체는 이 동굴 속에서 해골이 되고 또 흙이 되리라. (본문 p.51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