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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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여기 올리고 싶었던 주제가 드뎌 올라왔네요..
영어에 관련된 질문과 답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한글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가 모든 과목을 잘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했더랬습니다.
얼마전 유명한 수학 과학 경시대회 출전 문제 중에 무인도에 떨어졌는데 늪지대와 바닷물 밖에 없을 때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 다섯가지를 쓰라는 문제와 며칠간 외출을 하는데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몇가지 쓰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가르치는 아이는 첫번 째 문제 뿐만 아니라 두번쨰 문제에도 기발한 답을 썼더랬습니다.
어떤 장치를 만들어 휴대폰을 연결해 놓고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면 휴대폰 진동 때문에 그 장치를 건드려 물뿌리개에 있는 물이 자동적으로 흘러 나오게 하는 방법...등등....제가 상상할 수 없는 답들이었습니다.
평소 엄청나게 독서를 하는 아이였죠.
그리고 다른 아이 하나도 똑같은 시험을 봤는데 이 아이는 수학영재로 경기도 영재스쿨 상위 클레스에서 수학을 배우고 있으며 과학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경시대회 공부를 따로 하는 아이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이 아이는 전혀 그런 문제에는 손을 못댔더군요.
숯을 만들어 물을 정화시킨다라는 말이 첫번째 문제의 답 중에 그래도 봐줄만한 답이었구요.
당연히 독서를 그렇게 많이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첫번째 예로 든 아이는 저학년 때 까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가 영어를 맡았을때도 영특하구나..하는 정도의 느낌 밖엔 못 받았죠.
그런데 두 번째 아이는 6학년 초에 맡았는데 기절을 할 정도로 똑똑하더군요.
경험상 중 3아이들도 개념적으로 헤매는 정확한 가정법 문장들을 한번 설명으로 줄줄 응용까지 해내는 겁니다. 그리고 가르친지 딱 두달만에 성문기본도 통달해버리더라구요.
야...머리 좋다는게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근데 문제는 토플공부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배경지식이 없으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습니다.
금본위 제도나 2차 세계대전, 석유 파동같은 간단한 역사적 사실이나 경제 상식을 응용한 문장들을 가르칠 때마다 영어가 아닌 상식을 이해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할 지경이었죠.
물론 6학년에 토플 준비를 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닐겁니다. 충분히 아이다운 문제이고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수학문제 그렇게 푸는 시간에 독서를 좀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첫번째 아이는 달랐습니다.
얘는 영어도 2학년말이 다 돼서 처음 시작했고 수학학원도 4학년에 처음으로 갔는데 그전에는 주로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을 읽는데 보냈다고 해요.
엄청나게 읽어댔죠....엄마가 교원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판매 사원으로 등록해서 아이 책을 할인해서 사는데만 급급할 정도로 독서에 열정적이었으며 토, 일요일엔 아예 도서관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저력이 서서히 나타나더라구요.
영어 받아들이는 속도가 과장하지 않고 다른아이들의 10배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단어도 쉽게 외우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 문법 풀이 능력은 오히려 두번째 아이보다 훨씬 특출났구요.
영어 작문도 놀라울 정도로 잘 씁니다.
수학학원에서도 배우는 속도가 너무 빨라 경시반에 최단시간내에 들어갔고 요즘은 경시대회를 휩쓸고 다닙니다. 물론 타고난 머리도 없진 않았겠죠.
근데 저는 독서를 많이 하면서 이해력이 빨리 자랐기 때문에 모든 과목이 쉽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딸아이도 그런 예에 해당합니다.
얘는 외동이라 놀이 친구가 없고 엄마가 일을 하는 관계로 책이 유일한 친구입니다.
책을 좋아도 하지만 놀이감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준이 점점 높아져 이제 일곱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려운 책들을 절로 보게 됐죠.
지난번에 얼핏 말씀드렸지만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문가 한분은 너무나 심각하게 경고도 하대요.
어찌되었건 저희 아이는 요새 수학 귀신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루트 개념을 책을 보고 이해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수학이라곤 한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는데 그냥 책으로 스스로 터득하는 겁니다.
아이 아빠도 저도 문과 출신이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사람들이라 저희 아이가 수학적으로 타고 났을 리 만무한데 말입니다.
저희 부부의 결론은 다독으로 인한 사고력과 이해력의 향상이 학습능력을 끌어올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건 일정정도 수준까지에 해당하는 얘기겠고 계발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책으로 올라갈 수 있는덴 한계가 있겠죠.
요즘 오르다다 씨멘스다 예스셈이다 해서 네살무렵부터 쉬지 않고 수학 공부를 시켜서 해법으로 페르마로...등등...수학 공부에도 많은 비용을 쏟아 붓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독서보다 더 중요한 수학 공부는 없는 것 같아요.
영어도 마찬가지구요.
은물에서도 분수 가르치는데 꽤 장시간이 요구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약분 개념의 분수도 독서 능력이 뛰어난 아이면 책 한권에 대부분 다 끝내 버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아이도 우리 말 수준이 올라오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뭔지 모르는 아이한테 프레지던트와 백악관을 이해시킬 수 없는 건 당연한게 아니겠습니까?
그 뿐인가요? 사회니 과학이니 하는 과목들도 어릴 때 독서 많이 한 아이들이 못할리 없잖아요.
이미 책으로 역사 공부 다하고 다른 나라 다 가봤는데 고작 교과서 내용 이해 못하고 암기 못할리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야기 책만 읽는 아이들은 얘기가 다르겠죠.
그래서 역사 문화 사회 픽션 과학 등등..다양하고 폭넓은 독서가 중요할 겁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그냥 평소에 너무 하고 싶었던 얘기라 주절대봣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우화 
모든 과목의 정상과 밑바닥에 한글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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