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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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8 토요일(만10개월25일)
매년 여름 휴가의 절반은 시골 강민이 할아버지댁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친정 식구들과 보내는데
올해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여름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시골 강민이 할아버지댁으로 출발했다
자동차로 장장 7~8시간, 길게는 10시간이 넘게 달려야하는 휴가길이 두렵기도 하지만
강민이 태어나고 이제 세번째 보게되는 손자를 할아버지,할머니는 얼마나 보고싶어 하실지,
얼마나 반가와 하실지가 눈에 선한데 그쯤의 고생이야….
마다않고 가는게 도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꽉꽉 막히는 도로위에서도 순하디 순한 강민이는
보채거나 짜증을 내지도 않고 용케 잘 먹고, 잘 놀고, 시트에 앉은채로 잠도 잘 자고
유리창 꽉꽉 닫고 에어컨을 틀어놓고 달리는 차안 가득히 구수한 응가냄새로 채우기도 하며
지루하고 긴 여행을 즐겁게 채워 주었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시골에 도착했는데
한참 단잠에 빠져있던 강민이를 깨운 탓인지
반가와서 버선발로 손자를 맞는 할머니는 물론이려니와
할아버지, 큰고모, 작은고모…모두를 나몰라라 뿌리치며 엄마목에 매달려서 떨어질 줄 모른다
옷보따리, 기저귀보따리, 강민이 먹거리와 장난감 보따리…엄청난 양의 짐에도 불구하고
꼭꼭 챙겨온 커다란 CD카세트 플레이어로 위씽포베이비를 들려주자 그나마 웃는 얼굴을 띤다
가끔씩 혼자서도 걷는다는 말에 손자의 걷는 모습을 잠시라도 보고 싶으신지
"한번 걸어보렴…걸어봐!"하고 눈길을 떼지 않고 기다리시는데 강민이는 막 걸을듯 일어섰다가도
풀썩 풀썩 그냥 주저앉아버리기 일쑤여서 할머니,할아버지의 애간장을 태웠다
저녁을 먹을 때도 한자리 차고 앉아 주는대로 야곰야곰 잘 받아 먹는 강민이를 보시곤
어찌나 흐뭇해 하시던지…
푸른 산과 들에 묻혀있어 시원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오염되지 않은 공기 탓일까…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이 무척이나 무더웠지만
모처럼 북적거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시며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뵈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