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살다..2004/05/04,화 2004-05-0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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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송이랑 도서관엘 다니고 있다 모임이 있는 월요일, 수업이 있는 금요일,주일을 제외하고는 가려고 노력 중이고 실제로 그렇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우리 곁에서 연초록의 즐거움을 한껏 안기는 이 즈음.. 서둘러 아침을 정리하고 나와 은송이는 10시30분에 집을 나선다

골목길에서 비둘기도 만나고 강아지가 있는 집들 앞에서는 멈춰서서 기웃거리며 그들의 안부를 궁금해 한다 산 중턱의 도서관에 도착하면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고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봄날의 그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하고자 기다란 벤취에 우리 몸을 맡긴다 오는 길에 장애인복지관 빵집에서 산 삼각토스트를 함께 뜯어 먹는 일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먼저 2층 열람실에서 반납과 대출의 일을 본다 1층 어린이실에 간다 며칠 다녀본 경험으로 오후 1시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거의 사람이 없다 그렇다보니 담당사서도 거의 자리를 비우고 있다싶피 한다 그 넓은 서가를 종횡무진 무비고 다녀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그냥 엎드려 잠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은송이는 자리가 불편한지 결국 책상 위로 올라간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읽어주는 책을 듣기에 너무나 불편한 어린이실 의자와 책상이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대번에 끽끽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나마 그것도 처음에 그랬고 결국 우리뿐이라는 걸 확인한 며칠 후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서가>에서 우리는 자유로웠다 며칠전에는 예정에도 없는 은창이 독립심 향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내용인즉 유치원버스에서 내려 아이걸음으로 15분 거리의 도서관으로 혼자 오도록 하는 거였다 사전에 은창이에게 말하지 않고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통화한 후 그렇게 하도록 했다 원장님의 다소 당황해하는 목소리에 "걱정하지 마세요..늘 다니던 길이니까 어렵지 않을 거에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착시간이 다가올수록 나 역시 괜한 짓이 아니었나 싶었다 다행히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길이었지만 차가 나오는 골목을 지나고 한참을 도로와 함께 걷는 길이 낯설고 힘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서관 밑까지 내려가지 않고 은송이 손잡고 도서관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터벅터벅 걸어오는 까만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기쁘고 반갑고 대견했다^^

두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마음대로 휘젖고 다닐 수는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고 오빠를 만난 은송이는 놀기를 원했으니까..

도서관 밖에서 민들레 홀씨도 날리고 한창 피기 시작한 철쭉도 보면서 그렇게 봄을 즐겼던 며칠이 지났다 최근 이삼일 계속해서 날씨가 좋지 않아 도서관에 가지 못했다 어느새 몸에 익숙해진 도서관 출근이라 그런지 아침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은송이도 도서관에 가자고 노래를 한다 어른의 일은 잘 풀리지가 않아 한숨도 나오고 그늘이 드리우기도 한다 그러나 두 아이의 철없는 모습이 위안이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또 얼마나 더 힘이 들 것인가.....

그런 아이들과 더불어 도서관은 내게 또 다른 모습의 위로다 햇살 받아 따뜻한 벤치의 온기가 시린 마음을 다독여주고 바람에 살랑이는 연초록의 나뭇잎이 웃어라,힘내라 한다.. 한 이삼십년 뒤... 여전히 도서관의 한귀퉁이에서 살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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