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떨어져서 하루..2004/06/10,목 2004-06-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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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방에서 독서지도 관련 Workshop 있다
1박2일이다. 딱 하루지만 아이들과 처음으로 떨어지는 날이다.
워낙 정신이 없는 사람인지라 저녁까지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것은 단하루일지언정 엄마없는 집의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단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만한 반찬이 정말이지 하나도 없다.
멸치를 볶고 버섯을 볶아서 냉장고에 들여 놓았다
김을 자르고 김치를 찬그릇에 덜여 놓으면 나머지는 남편이 어떻게 하겠지..
밥은 어쩐다? 남편이 밥물을 맞출수 있을까? 못할 텐데..
아..그래 신문에서 보니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이 일주일치 밥을 해서
냉동고에 한끼 분량씩 얼렸다가 먹는다고 했지..그렇게 해봐야겠다..
낮에 시장에 나갔을 때 간식거리 좀 사다 놓을걸...
겨우 방울토마토 한근과 미숫가루물밖에 없다...
먹는 거에 대부분의 고민의 시간을 쏟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내내 은송이 옷 걱정이다
내일 입을 옷과 토요일 오전에 은창이 수업나갈 때 입을 옷, 놀 때 입을 옷, 잠잘 때 입을 옷...등등..정리를 해서 옷장에 올려놓으란다^^
그도 그럴 것이..은송이는 아토피가 약간 있어 조금만 더우면 긁어대기 바쁘고
성격이 까탈스러워 옷에 대해 궁시렁거리기 일쑤다^^;;
남편은 그런 은송이가 매우 걱정스러운 거다..
어째튼 남편 말대로 은송이 옷을 주루룩 꺼내서 전시를 해놓았다
그리고 또 무엇을 해야 하나...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이들과 떨어지는 이 시간이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다
휴가까지 내고 나를 돕는 남편과 이제껏 아프지 않아 공부하러 가는 내 발걸음을 가볍도록 도와준 아이들이다.
몇주전까지은 은송이를 돌봐주시기 위해 시어머님이 매주 일산에서 안양까지 오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다음주부터는 흔쾌히 은송이를 돌봐주시겠다는 교회 사모님의 환한 미소가 있다

나 하나를 위해 수고하고 도움이 되는 손길에 그저 고개숙여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과 방법이 있었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게 늘 예측불능의 상황이 따르기 마련인지라 지금까지의 일을 돌아보건대 어느 한순간 오로지 내 힘만으로 오지는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겨우 시작인 길에 벌써부터 사랑에 진 빚이 이렇게 많으니 앞으로는 또 어쩔 것인지..

지난 주 남편과의 바톤터치를 위해 부리나케 온 나는 허기진 배에서 나는 소리에 무작정 밥통을 열고 달랑 김치 하나에 입이 터져라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은창이가
"엄마..천천히 먹어.."
입에 밥이 하나 가득인채 은창이를 보았다
"은창아..엄마는 아빠랑 은창이,은송이가 도와줘서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엄마가 어떻게 공부하는 줄 알아?
엄마는 항상 제일 먼저 가..선생님보다도 다른 학생들보다도..
그리고 제일 앞에 앉아..졸지도 않아..
모르는 게 있으면 항상 질문해..
틀리는 답이라도 번쩍번쩍 손을 들어..."
"왜 틀리는데 손을 들어?"
"왜냐하면 틀릴까봐 걱정해서 손을 들까말까 고민하면
나중에는 맞는 답에도 자신이 없어질까봐..."

그저 열심을 내는 거...겨우 그것이 나를 돕는 이들을 위한 내 최선이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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