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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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 날...2004/02/18/수, 아 따사롭다..
은창이 유치원 수료식이 있었다
아..또 긴~ 봄방학이다^^;;
차라리 겨울방학이 확~ 길었으면 좋겠다..
더 정신이 분산되고 정리가 안되어 삼월이나 되야 이래저래 정리가 될 듯한 기분이다
(아직도 작년 이삿짐 정리 중이다 ㅠㅠ)
요즘 아이 둘이 다 중이염이라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동안은 마을버스(500원)가 있다는 이유로 25분 거리의 평촌쪽으로 다녔는데
우연한 기회(사실 알고보면 사연있는 기회다 ㅋㅋ)에 10분 거리의 안양시내쪽(700원)으로
새로운 이비인후과를 개척했다..
내가 콧병이 있는지라 이 일대 이비인후과를 다소나마 꿰고 있는 실정인데
(어디 이비인후과 뿐이랴마는..)
한 지역이 새로이 추가된 것이 뭐 별다른 일은 아니나...
음 이 병원..간만에 믿음이 간다는 생각이다..
내가 결혼을 해서 다닌 병원은 주로 산부인과/소아과/안과...그리고 ..
이비인후과다..
몇번의 응급실과 대학병원,종합병원에 가긴 했지만
일상적인 일이 아닌지라 그다지 내게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아참..항문외과도 한번 갔었다..ㅋㅋ)
특히 나는 이비인후과랑 친한데^^ 내가 여기 안양과 직장생활시의 안산지역까지 포함해서
스무개도 넘는 이비인후과를 다녀본 결과...
일정기간이 지나면 반말이 중간쯤 섞이는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로 처음부터 굉장히 고압적인 자세를 지닌 의사라는 거다
실력이야 내 보기에는 다들 좋으시겠지만 말이다..
좋은 게 좋다고
또 내가 아쉬운 입장에서 치료만 잘 하고
내 편의(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와서는 엄마만 치료를 해야하는 상황이 여전히 민망하고 낯설다)를
생각해서 서나흘에 걸친 처방을 해주면 고마운 거였다...
근데 요즘 나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이사한 집이 추워서 그렇지 건강에는 정말 좋은 듯 싶다^^)
은송이는 어찌하다가 중이염 사실을 알고도 두주를 방치를 했고
은창이는 기침에 가래가 심하다 싶어 가기라 작정한 날이 지난 목요일이었다
그동안 안왔다고 혼날까봐 다니던 병원엘 못가고
어디 괜찮은 곳 없나 생각 끝에 누군가가 시내에 있는 ㅂ이비인후과가 좋다고 한 기억이 나서
무작정 둘을 데리고 세 정거장의 그곳으로 향했던 거다..
정거장에 내리고 좌우를 살펴보니
ㅂ이비인후과 말고도 역시 좋다고 들은 ㅅ이비인후과도 눈에 들어왔다
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위치한 두 이비인후과 중 어디를 갈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가
좀더 허술해 보이는 ㅂ이비인후과로 향했다
왜 그랬을까?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예전에 알던 분 중 정말 존경했던 분의 성과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명하고 좋다는 타인의 정보만이 있기에 내가 선택할 주관적 기준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ㅋㅋ
겉보기와 같이 꽤 오래된 병원이었지만
아주 깔끔한 것이 병원으로서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먼저 은송이를 안고 진료용 의자에 앉았을 때 혹시 은송이가 그동안 어찌어찌해서
다 낫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사를 주시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은송이는 2주 동안 겉보기에 너무나 건강했다...)
근데 역시나...왼쪽 귀가 중이염이란다..
(아...중이염은 그냥 낫지 않는구나...)
문제는 은창이가 더 심각하다는 거다..
엥? 은창이가? 은창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중이염을 앓은 적이 없었다...
여하튼 두 아이의 중이염 진단으로 병원엘 다니게 된 것이야 뭐 특이할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처음 간 목요일에 처방전을 보니 하루치밖에? 처방이 안된 것이다
은창이가 심하다 하니 내일 또 가야 하나 보다...
공포심에 몇분을 지체한 끝에 주사도 둘다 빵빵 맞았다
은창이는 이제 몸이 커버린 남자아이라 설득하여 자의에 의하지 않으면
주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걸 알기에 몇분의 회유와 협박으로 결국 스스로 엉덩이를 까게 했다^^
그러나 은송이..자기가 아무리 울고불고 생난리를 쳐도..
일단 의료용 침대에 납작하니 엎드린 자세가 되면 그 통통한 엉덩이는
간화사와 엄마의 힘에 의해 옴짝달짝 못하게 된다...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아이는 아파서 한참을 눈이 벌개져 있는데
엄마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금요일에도 여전히 하루치...주사도 여전히 빵빵...
"저 선생님...제가 내일(토요일) 어딜 좀 가야할 듯 싶은데
월요일에 오면 안될까요?"
"아...예...안됩니다..은창이가 심해서 한동안은 매일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아...예.."
만약 의사가 나를 향해 예를 갖추고 바로 서서 답변하지 않았다면
이제까지 만났던 다른 의사들과 달리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의사면허증의 55년생이라는 그 의사의 깍듯한 자세는
약간은 무시한 듯한 젊은 의사의 방자한 말투보다
과하게 고자세의 나이먹은 의사의 시큰둥한 말투보다
내게는 강력한 메세지였고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했다...
정말 그래야겠구나..암...의사선생님 말씀대로 해야지...
이렇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주일 날 교회에 갔을 때 내가 그 이비인후과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고 생각한 집사님께
물어보니 자신은 전혀 모르는 곳이라 하여 나는 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 그럼 도대체 내가 그 병원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단 말인가....
그 병원 이름과 위치까지 정확히 기억을 하는데 말이다...
월요일에는 은창이의 고름을 빼자고 했다
사무장인듯 싶은 분을 부르자 그 남자분은 익숙한 자세로
은창이의 얼굴을 두손으로 부여잡았다
"조금 따갑겠지만 빼고나면 시원할 겁니다..."
기계음 소리와 주사기 속으로 빨려나오는 은창이의 고름...
그리고 은창이의 눈물어린 몸부림..그러나 그 남자분의 손아귀에서
은창이는 전혀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라는 사람은 왜 그렇게 웃음이 났는지..에구구..
보통의 경우 고름의 빼는 작업은 이비인후과 치료 과정이 이삼주 지나야 이루어지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은창이의 경우 삼일동안의 집중적인 치료 끝에 고름의 뺐으니
확실히 진도?가 빠르긴 한 거다..
그리고 오늘...
의사는 이제 이삼일만 나오면 괜찮겠다는 낭보를 전했다...
와~~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내 환한 얼굴을 보고 은창이가 거든다..
"엄마..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네..
많이 나아져서 좋고, 나 게임기 사서 좋고..."
몇달 밀린 학습지 상을 오늘 드디어 만원짜리 게임기를 안겨줌으로써
그 짐을 더는 날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디 은창이뿐이랴...
은송이 또한 운수 좋은 날이 되었으니...
오빠 덕에 난데없이 미피전화기를 거머쥐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은송이에게 그것 역시 충분히 가질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낮에 머리를 감기는데 안고 감기려니 시작도 전에 힘이 쭈욱 빠지는 거였다..
"은송아...은송이가 오빠처럼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엄마가 별로 힘들지 않을텐데..."
"엄마..나 그렇게 할 수 있어..."
"정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럼 한번 해볼까? 엄마가 도와줄게..."
팔까지 걷어붙이며 가열차게 자세을 갖추는 은송이...
아 정말로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여 머리를 감는 감격적인 날이 오늘이 되고야 말았다...
그동안 아이라고는 하지만 매번 한쪽 팔로 안고서 감기는 긴머리가 나러서는 많이 힘들었는데...
아이들에게 운수 좋은 날이라고 했지만
정작으로 운이 좋은 사람은 바로 엄마인 나다....
아이들이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이 진심으로 반갑고
쉽게 찾을 수 없는 믿음가는 의사를 만나게 된 것이 감사하고
고작 만원짜리 게임기에 헤~하니 좋아라 하는 아들의 얼굴과
목에다 척하니 전화기를 걸고 자는 딸의 모습을 보니
나야 말로 정말 운이 좋구나 싶다....
날도 따사로운 날...
현진건님의 운수 좋은 날과 다른..진짜로 운수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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