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할멈 비하인드 스토리
작성자 :맑은하늘
등록일 :2002-02-06 02:25:25
조회수 :20,893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해서 공연 관계자의 얘기를 쓴 건 아니구요. 그냥 이 공연을 보기까지 제 얘기를 해 보려구요.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본 지도 며칠이 지났지만 흥겨웠던 기분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사실 그동안 많이 움츠려 있었거든요. 유치원 다니던 큰 아이가 유치원 한달간 방학에 이어 지금은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느라 계속 쉬고 있어요. 그동안 추운 날씨 탓을 하며 거의 집안에서만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문화센터나 서점을 갈 때 빼고는요.
집에서 30분 이상의 거리는 시댁 갈 때를 제외하고는 포기하다시피한 지가 꽤 되었는데 스스로는 '겨울이니까~'를 되풀이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어요.
근데..근데..쑥쑥에 들어오니 "팥죽 할멈과 호랑이" 칭찬이 자자하데요. 다시 움직여보고 싶은 욕구가 조금씩 조금씩 발동하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연극 중간에 울면서 엄마를 찾으면 어쩌나 하는 둘째 딸 걱정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고, 지하철 타고 오고 가는 동안 그 긴긴 계단을 아이가 포기하면, 다 안아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워낙에 쑥쑥맘들께서 칭찬해 주신 팥죽 할머니 보고픈 마음에 다 접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이런 제 옆에서 남편은 "추운데, 두 아이 데리고 어떻게.." 하면서 제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보고 싶은거 있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방학 선물 해 준다 셈치고 아빠것까지 물어보지도 않고 덜컥 예매해버렸어요.
미리 말해 놓으면 취소시킬까봐 비밀로 하고서 당일 남편에게 말했죠. 그랬더니 쓸데없는 일 했다는 거에요.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는 연극..더더군다나 애들 연극은 안 본다나요.
연애시절부터 결혼 7년을 넘긴 지금까지 저랑 극장 가본 적은 통틀어 두세번을 절대 못 넘는 우리 남편..아이들 먹고싶은 것은 원없이 사줘도 책 읽어주고 연극 같이 보는 것은 절대 못 하겠다는 거에요. 오늘도 큰 아이가 아빠 책 한 번만 읽어 달라는데도 그건 못 하겠다고 하며 작은 아이 재우러 갔어요..그것 참 이상하죠..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그날 남편은 연극을 같이 안 봤습니다. 영원한 대타..아니 아이들이 아빠 못지 않게 열광하는 이모랑 넷이서 봤어요.
==공연전 1시간 전==
2시 공연을 예약하고서 1시에 도착했어요.
예전부터 저희 집 아이들은 보림에서 나온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애독자였습니다. 너무 너무 재밌다고.. 20개월 좀 지난 애가 뭐가 그리 재밌는지..(참고로 지금 30개월입니다.)
근데 이 작은 애가 팥죽 할멈..보러 간다고 하니까 무서워하는 거에요. "엄마 호랑이가 잡아먹으면 어떡해.. 무서워..". 옆에서 제 오빠가 진짜 호랑이 아니라고..그냥 호랑이 분장을 하는 거라고 말해 줘도 계속 무서워하는 거에요. 그래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가 같이 가니 괜찮다고 구슬려서 겨우 데려왔어요. 오는 도중에도 "엄마, 호랑이가 나 안 잡아먹어?" 하고 몇차례나 되묻는 거 있죠.
이런 작은 아이를 설득하며 바탕골 소극장 앞에서 표를 받았어요. 근데 지하로 내려가니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괜히 1시간전에 왔나 싶으면서도..아냐..쑥쑥에서 1시간전에는 가야 좋은 자리 맡을 수 있다고 했는데..하며 지켜봤어요. 둘째가 30개월이라서 뒤에 앉으면 안 보이거든요.
근데 그래도 너무 일찍 온 것 같아서 줄을 설까 망설이면서 주변을 서성이는동안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더군요. 아이들과 엄마들.. 순간 화들짝 놀라서 다시 지하로 가보니 그 사이에 계단 위로 줄이 올라와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얼른 줄을 섰어요. 40분부터 입장이라 서 기다리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더군요.
==드디어 입장==
사다리 극단 단원같아 보이는 분들이 안내를 하셨어요. 한꺼번에 밀려들까봐 7명씩 잘라서 입장시키고 자리정렬이 된 후에 다시 입장시키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별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구요. 전 아이들만 앞에 앉히고 이모랑 맨 뒷자리로 갔어요. 금방이라도 뒤로 오겠다며 엄마를 찾을 것 같던 둘째도 연신 방긋방긋 웃으며 오빠랑 춤을 추더군요. 신기했나봐요. 맨날 어리다고 공연같은데는 빼놓았더니..그사이에 훌쩍 컸나봐요.
==공연 시작==
1. 무엇이 될까? (막대, 훌라우프 공연)
사다리 배우 분들이 왜 검은 옷을 입으셨나 했더니 공연을 보니 알겠더군요. 그 유명한 "무엇이 될까"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 훌라우프를 이용해서, 세모, 네모, 동그라미 부터 시작해서, 나비, 자전거, 애벌레,..등등 정말 놀라운 묘기(저한테는 정말 신기했던)를 보여주셨어요. 다섯분인가요. 각자의 손을 연결고리로 해서 순식간에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면서 공연을 하는 그분들..어른인 제가 봐도 재밌고 놀랍더군요. 살짝 앞에 앉아 있는 꼬마들을 봤더니..입을 떡 벌리고 좋아서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둘이 쳐다보며 깔깔대기도 하구요. 정말 내가 오길 잘 왔구나 싶었어요. 또 원래 배우분들은 그런 지 몰라도 정말 환한 표정으로 공연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런 표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되어 제가 고맙더군요.
2. 팥죽 할멈과 호랑이
방금까지 현란한 공연을 보여 주었던 배우분들이 이제 모두 저마다 다른 배역을 맡고 나타나셨어요. 각자 무얼 할까 상의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되었구요. 얼럴럴러 상사디여~(맞나요?) 하며 신명나는 목소리와 함께 우리 팥죽 할머니가 등장하셨지요. 어깨짓을 어찌나 흥겹게 하시던지 지금도 저희 집 아이들은 그 음악만 나오면 어깨를 들썩여요.
그 다음 스토리는 많이들 아시지요. 원작과는 조금 달라서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x침 장면, 물에 풍덩하는 장면 등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왜 없냐고 토를 달기도 했지만..그래도 아이들 반응은 정말 좋았답니다. 공연 끝나고서 그 흐뭇한 표정이라니..그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도 정말 행복했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쑥쑥맘들께서 일러주신 대로 자리를 늦게 떴어요. 그랬더니 정말 배우분들이 무대에 그대로 계시더군요. 다른 분들이 사진 촬영을 하시길래 저도 살짝 끼였죠. 첫째 아이는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친 호랑이역 아저씨한테 얼른 가서 안기더군요. 둘째는 잡아먹힐까봐 무섭다고 뒤로 물러서니, 호랑이 옷을 입으신 배우분이 아이를 불러서 꼭 껴안아 주시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호랑이 아저씨..아이가 이젠 안 무섭대요. 그리고 둘째랑 사진 촬영 해주신 팥죽 할머니와 '똥' 역할을 해주신 언니두요..
==허기를 채우고==
기꺼이 대타를 해준 고마운 이모한테 늦은 점심도 살 겸 집에 가기 싫어서 배고프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들을 달랠 겸 근처 먹을 곳을 찾았습니다. 근데 그동안 대학로를 와봤어야 말이죠. 여러 곳을 헤매다 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혀 배경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들어갔는데 뜻밖에 좋은 메뉴를 찾았어요. 케익을 먹어도 항상 생크림 케익을 고집하는 우리 아이들..왜냐하면 그 위에 얹힌 체리,키위,귤, 파인애플 등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근데 바로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가 있었던 거에요. 과일 요구르트 피자! 바로 그거에요.
전 항상 피자하면 모두 들어있는 거..그런 식인데 오늘은 이모가 이거 한번 시켜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주문했는데 애들 먹기 참 좋더군요. 피자빵도 얇고 아이들 쥐기에 안성맞춤인 사이즈, 그 위에 얹은 각종 과일, 그리고 달콤한 생크림 파우더(맞나?)..아이들의 열렬한 성원 속에 결국 하나 더 시켜서 먹었어요.
오는 길에 줄곧 서서 오느라 저도 아이들도 그리고, 이모없이는 집에 안 간다고 아이들이 협박하는 바람에 저희 집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돌아간 취업준비생 이모까지도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마음은 모처럼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며칠 지난 지금==
아이들은 매일같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또 보잡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사다리 홈에 가서 '무엇이 될까?' 노래를 들으며 집안에 길쭉하고 동그란 것은 모조리 찾아내서 모양을 만들고 또 장면장면이 떠오르는지 둘이서 이 몸짓 저 몸짓 해 보며 웃곤 해요. 팥죽 할머니 주제가도 틀어놓고 할머니 흉내도 내구요. 단 한 번의 공연을 본 것 뿐인데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그것보다 더 좋은 게 또 어디있을까요? 아이들을 이만치나 행복하게 해주신 호동왕자맘, 태림맘 님, 아기천사맘님을 비롯한 쑥쑥의 '팥죽 할멈'팬 여러분..그리고 정말 열심히 공연해주신 극단 사다리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합니다.
--쓰고 나니 오랜만에 연극 한번 보고 와서 기분 엄청 낸다고 하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사실 그동안 많이 움츠려 있었거든요. 유치원 다니던 큰 아이가 유치원 한달간 방학에 이어 지금은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느라 계속 쉬고 있어요. 그동안 추운 날씨 탓을 하며 거의 집안에서만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문화센터나 서점을 갈 때 빼고는요.
집에서 30분 이상의 거리는 시댁 갈 때를 제외하고는 포기하다시피한 지가 꽤 되었는데 스스로는 '겨울이니까~'를 되풀이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어요.
근데..근데..쑥쑥에 들어오니 "팥죽 할멈과 호랑이" 칭찬이 자자하데요. 다시 움직여보고 싶은 욕구가 조금씩 조금씩 발동하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연극 중간에 울면서 엄마를 찾으면 어쩌나 하는 둘째 딸 걱정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고, 지하철 타고 오고 가는 동안 그 긴긴 계단을 아이가 포기하면, 다 안아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워낙에 쑥쑥맘들께서 칭찬해 주신 팥죽 할머니 보고픈 마음에 다 접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이런 제 옆에서 남편은 "추운데, 두 아이 데리고 어떻게.." 하면서 제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보고 싶은거 있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방학 선물 해 준다 셈치고 아빠것까지 물어보지도 않고 덜컥 예매해버렸어요.
미리 말해 놓으면 취소시킬까봐 비밀로 하고서 당일 남편에게 말했죠. 그랬더니 쓸데없는 일 했다는 거에요.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는 연극..더더군다나 애들 연극은 안 본다나요.
연애시절부터 결혼 7년을 넘긴 지금까지 저랑 극장 가본 적은 통틀어 두세번을 절대 못 넘는 우리 남편..아이들 먹고싶은 것은 원없이 사줘도 책 읽어주고 연극 같이 보는 것은 절대 못 하겠다는 거에요. 오늘도 큰 아이가 아빠 책 한 번만 읽어 달라는데도 그건 못 하겠다고 하며 작은 아이 재우러 갔어요..그것 참 이상하죠..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그날 남편은 연극을 같이 안 봤습니다. 영원한 대타..아니 아이들이 아빠 못지 않게 열광하는 이모랑 넷이서 봤어요.
==공연전 1시간 전==
2시 공연을 예약하고서 1시에 도착했어요.
예전부터 저희 집 아이들은 보림에서 나온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애독자였습니다. 너무 너무 재밌다고.. 20개월 좀 지난 애가 뭐가 그리 재밌는지..(참고로 지금 30개월입니다.)
근데 이 작은 애가 팥죽 할멈..보러 간다고 하니까 무서워하는 거에요. "엄마 호랑이가 잡아먹으면 어떡해.. 무서워..". 옆에서 제 오빠가 진짜 호랑이 아니라고..그냥 호랑이 분장을 하는 거라고 말해 줘도 계속 무서워하는 거에요. 그래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가 같이 가니 괜찮다고 구슬려서 겨우 데려왔어요. 오는 도중에도 "엄마, 호랑이가 나 안 잡아먹어?" 하고 몇차례나 되묻는 거 있죠.
이런 작은 아이를 설득하며 바탕골 소극장 앞에서 표를 받았어요. 근데 지하로 내려가니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괜히 1시간전에 왔나 싶으면서도..아냐..쑥쑥에서 1시간전에는 가야 좋은 자리 맡을 수 있다고 했는데..하며 지켜봤어요. 둘째가 30개월이라서 뒤에 앉으면 안 보이거든요.
근데 그래도 너무 일찍 온 것 같아서 줄을 설까 망설이면서 주변을 서성이는동안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더군요. 아이들과 엄마들.. 순간 화들짝 놀라서 다시 지하로 가보니 그 사이에 계단 위로 줄이 올라와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얼른 줄을 섰어요. 40분부터 입장이라 서 기다리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더군요.
==드디어 입장==
사다리 극단 단원같아 보이는 분들이 안내를 하셨어요. 한꺼번에 밀려들까봐 7명씩 잘라서 입장시키고 자리정렬이 된 후에 다시 입장시키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별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구요. 전 아이들만 앞에 앉히고 이모랑 맨 뒷자리로 갔어요. 금방이라도 뒤로 오겠다며 엄마를 찾을 것 같던 둘째도 연신 방긋방긋 웃으며 오빠랑 춤을 추더군요. 신기했나봐요. 맨날 어리다고 공연같은데는 빼놓았더니..그사이에 훌쩍 컸나봐요.
==공연 시작==
1. 무엇이 될까? (막대, 훌라우프 공연)
사다리 배우 분들이 왜 검은 옷을 입으셨나 했더니 공연을 보니 알겠더군요. 그 유명한 "무엇이 될까"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 훌라우프를 이용해서, 세모, 네모, 동그라미 부터 시작해서, 나비, 자전거, 애벌레,..등등 정말 놀라운 묘기(저한테는 정말 신기했던)를 보여주셨어요. 다섯분인가요. 각자의 손을 연결고리로 해서 순식간에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면서 공연을 하는 그분들..어른인 제가 봐도 재밌고 놀랍더군요. 살짝 앞에 앉아 있는 꼬마들을 봤더니..입을 떡 벌리고 좋아서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둘이 쳐다보며 깔깔대기도 하구요. 정말 내가 오길 잘 왔구나 싶었어요. 또 원래 배우분들은 그런 지 몰라도 정말 환한 표정으로 공연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런 표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되어 제가 고맙더군요.
2. 팥죽 할멈과 호랑이
방금까지 현란한 공연을 보여 주었던 배우분들이 이제 모두 저마다 다른 배역을 맡고 나타나셨어요. 각자 무얼 할까 상의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되었구요. 얼럴럴러 상사디여~(맞나요?) 하며 신명나는 목소리와 함께 우리 팥죽 할머니가 등장하셨지요. 어깨짓을 어찌나 흥겹게 하시던지 지금도 저희 집 아이들은 그 음악만 나오면 어깨를 들썩여요.
그 다음 스토리는 많이들 아시지요. 원작과는 조금 달라서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x침 장면, 물에 풍덩하는 장면 등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왜 없냐고 토를 달기도 했지만..그래도 아이들 반응은 정말 좋았답니다. 공연 끝나고서 그 흐뭇한 표정이라니..그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도 정말 행복했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쑥쑥맘들께서 일러주신 대로 자리를 늦게 떴어요. 그랬더니 정말 배우분들이 무대에 그대로 계시더군요. 다른 분들이 사진 촬영을 하시길래 저도 살짝 끼였죠. 첫째 아이는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친 호랑이역 아저씨한테 얼른 가서 안기더군요. 둘째는 잡아먹힐까봐 무섭다고 뒤로 물러서니, 호랑이 옷을 입으신 배우분이 아이를 불러서 꼭 껴안아 주시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호랑이 아저씨..아이가 이젠 안 무섭대요. 그리고 둘째랑 사진 촬영 해주신 팥죽 할머니와 '똥' 역할을 해주신 언니두요..
==허기를 채우고==
기꺼이 대타를 해준 고마운 이모한테 늦은 점심도 살 겸 집에 가기 싫어서 배고프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들을 달랠 겸 근처 먹을 곳을 찾았습니다. 근데 그동안 대학로를 와봤어야 말이죠. 여러 곳을 헤매다 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혀 배경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들어갔는데 뜻밖에 좋은 메뉴를 찾았어요. 케익을 먹어도 항상 생크림 케익을 고집하는 우리 아이들..왜냐하면 그 위에 얹힌 체리,키위,귤, 파인애플 등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근데 바로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가 있었던 거에요. 과일 요구르트 피자! 바로 그거에요.
전 항상 피자하면 모두 들어있는 거..그런 식인데 오늘은 이모가 이거 한번 시켜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주문했는데 애들 먹기 참 좋더군요. 피자빵도 얇고 아이들 쥐기에 안성맞춤인 사이즈, 그 위에 얹은 각종 과일, 그리고 달콤한 생크림 파우더(맞나?)..아이들의 열렬한 성원 속에 결국 하나 더 시켜서 먹었어요.
오는 길에 줄곧 서서 오느라 저도 아이들도 그리고, 이모없이는 집에 안 간다고 아이들이 협박하는 바람에 저희 집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돌아간 취업준비생 이모까지도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마음은 모처럼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며칠 지난 지금==
아이들은 매일같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또 보잡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사다리 홈에 가서 '무엇이 될까?' 노래를 들으며 집안에 길쭉하고 동그란 것은 모조리 찾아내서 모양을 만들고 또 장면장면이 떠오르는지 둘이서 이 몸짓 저 몸짓 해 보며 웃곤 해요. 팥죽 할머니 주제가도 틀어놓고 할머니 흉내도 내구요. 단 한 번의 공연을 본 것 뿐인데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그것보다 더 좋은 게 또 어디있을까요? 아이들을 이만치나 행복하게 해주신 호동왕자맘, 태림맘 님, 아기천사맘님을 비롯한 쑥쑥의 '팥죽 할멈'팬 여러분..그리고 정말 열심히 공연해주신 극단 사다리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합니다.
--쓰고 나니 오랜만에 연극 한번 보고 와서 기분 엄청 낸다고 하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