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홍준희

등록일 :2001-11-19 21:54:22

조회수 :17,735

마음님과 물푸레나무님은 여의도에 가셨군요.
저와 베티는 꾸러기 음악회에 갔습니다.
저희도 강서구에 산다는이유로, 차 없다는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덕택에 저는 팔에 왕알통이 생겼죠.
3살짜리 딸이 자고 매달리고 업히고 하는 통에
사람 많은 토요일에 6살짜리 딸은 베티차지가
되었어요.(베티는 아들 하나거든요)
2호선을 탔는데 아이들이 지겨웠나봐요.
언제 내리느냐고 물었어요. 그냥 대답해줄까하다가
전에 하나은행에서 받은 서울 지하철 노선도가
친절하게 그려진 지도를 (꽤 크기가 커요)꺼내서 아이들
에게 직접 내릴역을 찾아 보게 했어요.
그러자 녀석들 심심한데 잘되었다싶은지 열심히 안내방송
들으며 어디서 갈아타고 어디서 내리는지 계산도 해보고
그러는 사이 벌써 내릴시간이 되었어요.
늘 하는 얘기지만 우리 나라 지하철역만 이렇게 계단이 많은걸까요? 정말 소윤에겐 미안할지경이었어요.
그래도 기쁜맘으로 찾아간 꾸러기 음악회.
조금 늦게 가서 악기를 제대로 만져보진 못했지만 진짜 악기를 (관악기와 바이올린,타악기종류) 아이들에게 공개하더라구요.
자리에 앉아서 단원들이 악기음을 조율하고 서로 음을 맞추고 귀에 익은 음악을 연주하자 제 입이 저절로 미소 짓는걸 느낄수 있었어요.
저희 딸도 열심히 박수를 쳤어요.
걱정했던 3살짜리 녀석도 [피터와 늑대]연주에선 '엄마, 왜 오리가 또와또와 그래?'하며 열심히 음악을 듣더라구요.
물론 연주가들의 실력이 최정상이라는건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음악회 중간 중간에 일어서서 나가거나, 여전히 늦게 도착하여 자리를 찾느라 서성이거나, 울거나 소리지르거나, 박수소리가 작아도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밝고 또 그들 스스로가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듯하여서 속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연주내내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좋아보였습니다.
또 테너 한분이 나오셔서 하나가 되자라는 노래도 가르쳐 주셨고 그노래를 만든 초등학교 선생님도 인사를하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강서구의 우장초등학교 교사시라나요?(웬반가움?)
너무 감격하고 흥분하셔서 말씀이 길어지는 그분을 보며 순수한 무엇을 느꼈어요.
음악회는 그것으로 끝이 나고 돌아왔지만 제 마음에 한가지 뭔가가 남아있었어요.
'우리 마학식구들 중 누가 왔을까?'
솜씨님이랑은 통화를 했지만 다른 분들이 혹시 오셨을까하여 전화를 기다렸는데 안오셨나봐요.
돌아오는 길에 베티랑 얘기하며 다음엔 정기 모임장소를 좀 교통편한곳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시간 40분을 위해 온 하루를 투자했지만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답니다.
집에 있는 악기 월차트도 3살짜리가 이제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다음 번에 더 좋은 곳에서 마학분들과 함께 하길 바라면서 이만 쓸꼐요.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