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발롱

등록일 :2001-11-19 23:13:11

조회수 :31,867

안녕들 하셨어요?
저 돌아왔습니다.

머얼고 먼 저 남쪽 끝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대발이가 직접 쓴 후기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 그 녀석은 음냐음냐 단잠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대신 올릴께요..ㅋㅋㅋ.

*기간 : 7.28 ~ 7.31 (3박 4일)
*참석자 : 대발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아빠,엄마,나.
*순례 내용 : 다음과 같음...
*목적 : 남한 지도 감잡기
*날씨 : 정말 기적과도 같이 비는 거의 안만났슴다.(수도권에 접어들때까지)

1.토끼의 무릎

+전북 고창 선운사-
내장산 국립공원 내 백양사를 들렀다가 동백으로 유명한 선운사에 짐을 풀었습니다. 아늑한 산사가 동백나무숲에 둘러 쌓여 더욱 운치를 더하더군요. 백제시대 처음 건립되었지만 대개 우리나라 절이 그러하듯이 조선시대때 다시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교회 다니는 녀석이 대웅전에 들어가 코를 박고 절을 하는 모습이 예쁘더군요. 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너무 비싼 입장료가 맘에 안들었습니다. 요즘 국립공원 입장료가 지방자치제 이후 급격히 비싸져 부담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와, 어른 2800원에 잠시 들어가는 주차료가 무려 4000원....다시 가고 싶은 맘이 들겠어요, 어디? 어느 국립공원인가는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주차료등 3가지를 내야 하는곳도 있다더라구요. 쩝....

+고창 지석묘군-
이거 아주 좋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뒤져 볼때 전라북도를 간다면 꼭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고인돌 아시죠? 작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심을 끈 이곳은 이 고인돌이 다양한 형태로 분포되어 있는데 그 수가 50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각각 고유 번호가 지정된 팻말이 있을뿐 특별한 차단을 하지 않아 아주 가까이서 그 오묘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주 무거운 돌을 그 옛날에 어떻게 올려놓았을까? 대발이의 질문에 저도 변변히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우주인이 올려놓은 걸까?" "글쎄..(쭈뼛쭈뼛) 지렛대의 원리가 어쩌구 저쩌구...." 진땀 뺐죠..ㅋㅋㅋ. 어쨌든 그 옛날 사람들에게도 현대 못지않은 지혜로움이 있었다는 걸 진지하게 깨닫는듯 했습니다.

+함평 곤충 연구소-
함평 나비 대축제의 일환으로 나비와 곤충의 표본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요건 계획에 없던건데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고 들어가 뜻밖의 수확을 거뒀습니다. 매미의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 북한 나비와 세계 여러나라의 나비와 곤충들, 정말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장수하늘소 같은 귀한 곤충도 구경했구요, 그렇게 커다란 메뚜기가 있는 줄 대발이와 저는 첨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요~ 밑에 준희님 글 읽고 쬠 찔렸는데요, 사진 촬영 금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커어다란 나비 사진 앞에서 한장 박았습니다. (마학 회원 탈퇴라구요? 잉~~)

2.토끼의 아랫배, 내지는 엉덩이

+여수 향일암-
전북에서 남하해서 목포 유달산을 유람(?)하고 돌아 여수로 향했습니다. 왜 토끼의 앞발톱, 다시 말해 땅끝마을은 안갔냐구요? 거긴 4년전에 이미 대발이랑 다녀왔답니다. 멀리 보길도까지요.. 그래서 뺐죠. 여수는 엄마도 첨 가는 건데 돌산대교에서 보는 전경이 참 아름다왔습니다. 해돋이로 다소 소란스럽고 유명해진 향일암은 깎아지른 수백개(약간 과장)의 계단 오르는 고행 과정이 다 잊혀질 만큼 절경이었습니다.
살짝 이르지만 대발이는 안갔습니다. 새벽이라 자느라고....대신 전날 밤에 포구에서 내리는 생선배 구경하는 데는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여기로 가져 오면 이러저러 단계를 거쳐서 엄마가 장에서 사는 거야"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더군요. 등대 구경도 좋았구요...

+오동도-
섬의 녹지 조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낮에도 캄캄한 대나무숲이나 후박나무 숲, 그리고 유명한 동백나무 숲, 관광객들이 쉬기에 좋은 산책길도 좋았구요, 아, 깨끗한 화장실도 맘에 들었습니다.(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방조제를 왕복운행하는 열차(코끼리 열차같은 거죠)에 요 녀석이 황홀해하더군요.

3.토끼의 꼬리

+포항-
이곳도 전에 들른 적이 있기때문에 경유만 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전라도를 벗어나 포항과 경주는 그냥 냄새만 맡았구요,(경주는 담번기회에 한 일주일 머무를 생각입니다. 스페셜루다요.)

4.토끼의 등뼈, 아니, 등가죽

+아름다운 해변도로-
대발이와 토끼의 꼬리를 한번 흔든 후(물론 지도 속) 엄마의 소원인 해안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딸내미가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는 서울 전화 이후 맘이 급해짐) 중간이 생략된 채 영덕부근부터 접어들었죠. 잘 아시는 분들은 7번 국도를 생각하시겠지만 그건 토끼의 등뼈입니다. 것보다 더 등에 밀착된 도로, 918번을 따라갔죠. ㅋㅋㅋ. 오른쪽으로 손만 뻗으면 바로 바닷물이 만져질 것 같은 절묘한 도로, 와, 정말 쥭입니다. 나에게 하루의 시간만 더 있었으면, 아니, 원망스런 해가 뉘엇뉘엇 기울지만 않았더라도 더 욕심을 낼 수가 있었을 텐데 강구에서 시작된 해안 일주가 겨우 평해를 조금 못미쳐 끝나고 말았습니다. 으...그 아쉬움이란......

+백암 온천-
가족들의 회의를 거쳐 등가죽을 마져 훑느냐, 여기서 중단하느냐를 고민하던 중 날이 저물고 서울 전화의 횟수도 빈번해지던 끝에 눈물을 머금고 네모 모양의 국토순례는 뜻하지도 않게 좌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길고 긴 여정으로 피곤해진 우리는 평해를 못가서 백암온천으로 향하기로 했고 1박을 못하는 이상 내륙쪽으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흑흑흑.... 그래서 대발이와 저는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네모 모양의 지도를 그려야 했답니다.

5.그 뒷얘기

소백산 줄기를 따라 죽령을 넘고 영주와 봉화, 단양, 제천을 거친 귀로길도 경치 하나는 절경이었습니다. 대발이는 산 정상에서 손에 잡힐 듯한 구름을 가까이 보고 즐거워 했고 옥수수를 사먹으며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했습니다.(가끔 디지몬 노래 부르다가 엄마에게 쥐어박혔습니다,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정말 국토는 넓고 갈 곳은 많더군요.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이에게 큼직하게 움직임으로써 우리 나라 생김새에 대한 감을 잡아주고자 한 것이었기땜에 다니기가 좀 벅차긴 했습니다. 총 움직인 거리, 1600여 km..서울 부산을 두번 정도 왕복할 거리인가요? 하지만 펜을 그어나가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지도를 볼 때는 신이 났었습니다. 물론 주마간산격도 없지 않아 있어 아쉬웠지만 들르는 곳마다 성의를 다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비요?
중부지방을 강타했다는 소식이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좋았습니다. 우리가 떠나는 곳마다 뒤미쳐 비가 내리더군요. 운이 좋았죠.

또 한가지는 인터넷에 소개된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너무 신뢰하지 마시라는 거요....고창 옆에 동호해수욕장이라는 곳이 수백년 된 노송을 뒤로 하고 50미터 전방까지 무릎이상 안차는 물때문에 아이들 놀기에 안성맞춤이다...해서 대발이 튜브까지 챙기고 갔더니만 웬걸...강화도보다 더 넓은 갯벌이 펼쳐져 바닷물은 구경도 할 수가 없더구만요. 주변도 깨끗지 않고 도저히 수영할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입장료는 받았음) 덕분에 저는 머드팩 신나게 했고 대발이는 갯벌 구경 실컷 했습니다..ㅋㅋㅋ.


담에는 못훑은 등줄기...(저도 구간구간은 몰라도 끝에서 끝까지 풀코스로 해본 적이 없지만 요거 죽입니다) 아이에게 꼬옥, 포항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약속 했답니다. 으..그게 언제가 될까요...?

이상 후기 마칩니다.....

저 자러 가요....

(참,참,참, 그리구요..대발이가 자기 이름이 대발이로 굳어지는 것에 심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후기 쓸때 꼭 동혁이라는 이름을 밝혀 달래요. 소윤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