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대발이의 국토 순례기 2.
작성자 :경국지색
등록일 :2002-02-25 00:10:03
조회수 :18,877
너무 근사한 여행이었네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셔서 더욱 반갑구요
저도 발롱님과 비슷한 여행 계획을 잡아본적이 있어요
쌍딩이가 좀더 크면 해보고 싶은것들......... 내발로 내가 사는 내땅을 꾹꾹 밟고 돌아보는 일요
섬진강을 따라 내딛디며 박경리의 토지를 따라가고 태백산맥 한준령을 따라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고 등등.... 이런 여행요
울 쌍딩이 이 엄마의 맘을 알아줄지.
얼른 쌍딩이가 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발롱님처럼 아이랑 여행하게요
발롱님의 글입니다.
>
>
>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 테레비를 보다가 자러 들어가던 남편이 지금 저를 흘낏 쳐다봅니다.
> 속으론 분명 이런 생각을 할 껍니다.
>
> '저 여자 이젠 아예 컴 의자에 쩔꺽~ 붙어버렸군. 산골에선 컴 없어서 어쨌을꼬...쯧쯧....'
>
> 안들어도 다 압니다. 하하하...
>
>
>
> ~ 2월 21일 목요일, 흐리고 눈.
>
> 아침에 일원항에 들러 생선을 사고 다시 삼척쪽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
> 삼척에서 울진사이 도로변은 몇년전엔가 났었다던 큰 산불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 아직도 황량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정말 심각하더군요. 한번 파괴된 생태가 다시 회복되려면 50년이 걸린다던가요?
>
>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삼척을 지나 근덕 쪽으로 궁촌 해수욕장을 못미친 곳에 전날 지나면서 점찍어 두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장소가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황영조 기념관과 공양왕릉이 있구요, 길가에 표지판이 되어 있어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
> 대단한 곳은 아니구요...그냥 작은 대나무숲입니다. 저기다, 아니다 어른 두분이 잠시 대립하셨을 만큼 별거 아니었지요. 그치만 저는 대발이와 차에서 내려 남의 논을 가로질러 저벅저벅 걸어가 숲안까지 가보았습니다. 음....여기 지태가 왔었단 말이쥐~~~ 어느 대나무여..이러면서 말이죠.. 하하하...
>
> 이곳에 들르느라 험난한 태백행 길이 이어졌습니다. 지도에는 427번 지방도로라고 나와 있구요, 오늘에서야 보니 사금산 주변으로 생각되는 도로 정상주변이 비포장도로라고 표시되어 있네요. 저는 길이 거기서 아예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저희 부모님은 다음번에 지프차 사셔야 됩니다.ㅋㅋ) 인적이라곤 뜸한 곳에서 울퉁불퉁 흔들리다가 다행히 다시 길에 올랐고 이윽고 미인 폭포를 지나 태백시에 접어들었습니다.
>
> 처음 간 곳이 용연동굴이었지요.
> 제가 박쥐과라서 그런지 늘 가보고 싶은 동굴..특히 이 곳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해발 920m) 동굴로 2개의 대형광장이 있는 순환형 수평굴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기차는 동굴내에서 타는 게 아니었구요 주차장에서 높은 동굴입구 꼭대기까지 1km 남짓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였습니다. ㅠ.ㅠ...게다가 손님이 없어 우리 일행은 관리원이 모는 지프차를 얻어 타고 올라갔습니다.
>
> 참 볼만한 굴이었지요. 다만 넓은 광장에 그 인공분수는 왜 설치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굴을 밝히는 등불마저 거슬리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박물관에 분수라니요....전 여기저기 석순과 종유석에 작품처럼 팻말을 달아놓은 것도 못마땅합니다.
>
> 생각보다 굴은 꽤 깊었고 등에 걸린 14kg짜리 인간 배낭은 100개도 넘는 깎아 지른 계단과 90도로 엎드려 지나야 하는 통로에서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게 했습니다. 으이구...
>
> 어쨌든 이번 동굴은 전체에 단 한사람도 없이 우리 식구들만 으스스하게 다닌 곳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
> 다음으로 들른 석탄박물관...
> 이곳은 태백산 국립공원 입장료로 관람하게 되어 있습니다.
> 몇년 전에는 차가 코앞까지 들어갔지만 지금은 500여m 가량 언덕을 올라가야 하더군요. 태백산 눈꽃축제의 얼음 조각들이 볼만했지만 엄청 몰아닥치는 눈보라로 저희 모자는 영화 한편 찍으며 올라갔습니다.
>
> 화석과 광물들, 이어지는 탄광체험전시실이 볼만하더군요. 다만 용연동굴에서 기운을 빼고 눈보라를 헤쳐 걷고 여러전시실을 돌고나니 다리가 후들후들....파김치가 됐습니다. 그치만 태백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듯 해 정신은 맑았습니다.
>
> 태백석탄박물관 http://www.coalmuseum.or.kr
>
> 태백시내에서 여정을 풀고나니 날씨 관계로 화석자연학습체험장이나 검룡소등을 못본 게 아쉬웠습니다. 앗, 그런데 덤으로 숙소 창으로 내려다 보이던 전경....바로 낙동강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되는 연못, 황지였습니다....태백시의 가장 번화한 곳에 자~알 꾸며져 있더군요.
>
>
> ~ 2월 22일 금요일, 흐리다가 맑음.
>
> 정선으로 가는 길은 38번 국도가 있었지만 414번 지방 도로에 올랐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산간 도로, 해발1300m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간밤에 내린 눈이 살짝 얼어 좀 으시시했습니다. 게다가 정상에 오르니 난데없이 날이 흐려지고 앞이 안보여 웬일? 했더니만 내려와 보니 그게 구름이었더군요.
>
> 아무튼 고한과 사북을 거쳐 정선에 도착했습니다.
> 5일장은 시장을 중심으로 십자로에 걸쳐 열려 있더군요. 그치만 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도 없고 칼 가는 아저씨만 간신히 봤습니다. 호떡 사먹으려고 기다리고 서 있는 대발이를 보니 그 시절 제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봄나물과 말린 약재들, 강냉이와 밀떡전들..그리고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과일과 야채, 옷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쭈그리고 앉아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할 수 있는 전통 시장 구경은 역시 즐겁더군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도 참 반가왔습니다.
>
> 그리고는 펼쳐지는 정선의 절경들...단풍철에 오면 거의 기절하는 길이죠...
> 42번 국도 따라 평창 지나고 안흥찐빵의 고향, 안흥쪽으로 가게 됩니다. 기괴한 바위들이 위엄을 자랑하고 절경이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비행기재도 지났지요. 같은 길을 가도 그때 그때 느낌이 다른 건 왜일까요?
>
> 오는 날은 일정을 줄이고 여유있게 움직였기 때문에 춘천 쪽으로 돌아 경춘국도를 이용했는데도 퇴근시간 이전에 도심권에 진입할 수가 있었습니다.
>
>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니는 여행, 건강에 이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네요.
> 꼬맹이를 데리고 갈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마학의 홍아무개님, 그 외 몇몇분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입니다. 인간배낭, 나도 할수 있다!! 뭐 이런 거였죠. 하하하...
>
> 그리고 역시 이번도 아이보다는 제가 더 즐거워했던 거 같구요.
> 게다가 아이가 얻고 깨달은 건 이번에도 예외없이 어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였습니다.
> 아이는 늘 저를 놀라게 하지요.
>
> 으...
> 졸려서 그건 다음 기회에...
>
> 이상 마칩니다....
>
>
>
>
>
>
건강하게 잘 다녀오셔서 더욱 반갑구요
저도 발롱님과 비슷한 여행 계획을 잡아본적이 있어요
쌍딩이가 좀더 크면 해보고 싶은것들......... 내발로 내가 사는 내땅을 꾹꾹 밟고 돌아보는 일요
섬진강을 따라 내딛디며 박경리의 토지를 따라가고 태백산맥 한준령을 따라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고 등등.... 이런 여행요
울 쌍딩이 이 엄마의 맘을 알아줄지.
얼른 쌍딩이가 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발롱님처럼 아이랑 여행하게요
발롱님의 글입니다.
>
>
>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 테레비를 보다가 자러 들어가던 남편이 지금 저를 흘낏 쳐다봅니다.
> 속으론 분명 이런 생각을 할 껍니다.
>
> '저 여자 이젠 아예 컴 의자에 쩔꺽~ 붙어버렸군. 산골에선 컴 없어서 어쨌을꼬...쯧쯧....'
>
> 안들어도 다 압니다. 하하하...
>
>
>
> ~ 2월 21일 목요일, 흐리고 눈.
>
> 아침에 일원항에 들러 생선을 사고 다시 삼척쪽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
> 삼척에서 울진사이 도로변은 몇년전엔가 났었다던 큰 산불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 아직도 황량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정말 심각하더군요. 한번 파괴된 생태가 다시 회복되려면 50년이 걸린다던가요?
>
>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삼척을 지나 근덕 쪽으로 궁촌 해수욕장을 못미친 곳에 전날 지나면서 점찍어 두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장소가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황영조 기념관과 공양왕릉이 있구요, 길가에 표지판이 되어 있어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
> 대단한 곳은 아니구요...그냥 작은 대나무숲입니다. 저기다, 아니다 어른 두분이 잠시 대립하셨을 만큼 별거 아니었지요. 그치만 저는 대발이와 차에서 내려 남의 논을 가로질러 저벅저벅 걸어가 숲안까지 가보았습니다. 음....여기 지태가 왔었단 말이쥐~~~ 어느 대나무여..이러면서 말이죠.. 하하하...
>
> 이곳에 들르느라 험난한 태백행 길이 이어졌습니다. 지도에는 427번 지방도로라고 나와 있구요, 오늘에서야 보니 사금산 주변으로 생각되는 도로 정상주변이 비포장도로라고 표시되어 있네요. 저는 길이 거기서 아예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저희 부모님은 다음번에 지프차 사셔야 됩니다.ㅋㅋ) 인적이라곤 뜸한 곳에서 울퉁불퉁 흔들리다가 다행히 다시 길에 올랐고 이윽고 미인 폭포를 지나 태백시에 접어들었습니다.
>
> 처음 간 곳이 용연동굴이었지요.
> 제가 박쥐과라서 그런지 늘 가보고 싶은 동굴..특히 이 곳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해발 920m) 동굴로 2개의 대형광장이 있는 순환형 수평굴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기차는 동굴내에서 타는 게 아니었구요 주차장에서 높은 동굴입구 꼭대기까지 1km 남짓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였습니다. ㅠ.ㅠ...게다가 손님이 없어 우리 일행은 관리원이 모는 지프차를 얻어 타고 올라갔습니다.
>
> 참 볼만한 굴이었지요. 다만 넓은 광장에 그 인공분수는 왜 설치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굴을 밝히는 등불마저 거슬리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박물관에 분수라니요....전 여기저기 석순과 종유석에 작품처럼 팻말을 달아놓은 것도 못마땅합니다.
>
> 생각보다 굴은 꽤 깊었고 등에 걸린 14kg짜리 인간 배낭은 100개도 넘는 깎아 지른 계단과 90도로 엎드려 지나야 하는 통로에서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게 했습니다. 으이구...
>
> 어쨌든 이번 동굴은 전체에 단 한사람도 없이 우리 식구들만 으스스하게 다닌 곳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
> 다음으로 들른 석탄박물관...
> 이곳은 태백산 국립공원 입장료로 관람하게 되어 있습니다.
> 몇년 전에는 차가 코앞까지 들어갔지만 지금은 500여m 가량 언덕을 올라가야 하더군요. 태백산 눈꽃축제의 얼음 조각들이 볼만했지만 엄청 몰아닥치는 눈보라로 저희 모자는 영화 한편 찍으며 올라갔습니다.
>
> 화석과 광물들, 이어지는 탄광체험전시실이 볼만하더군요. 다만 용연동굴에서 기운을 빼고 눈보라를 헤쳐 걷고 여러전시실을 돌고나니 다리가 후들후들....파김치가 됐습니다. 그치만 태백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듯 해 정신은 맑았습니다.
>
> 태백석탄박물관 http://www.coalmuseum.or.kr
>
> 태백시내에서 여정을 풀고나니 날씨 관계로 화석자연학습체험장이나 검룡소등을 못본 게 아쉬웠습니다. 앗, 그런데 덤으로 숙소 창으로 내려다 보이던 전경....바로 낙동강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되는 연못, 황지였습니다....태백시의 가장 번화한 곳에 자~알 꾸며져 있더군요.
>
>
> ~ 2월 22일 금요일, 흐리다가 맑음.
>
> 정선으로 가는 길은 38번 국도가 있었지만 414번 지방 도로에 올랐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산간 도로, 해발1300m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간밤에 내린 눈이 살짝 얼어 좀 으시시했습니다. 게다가 정상에 오르니 난데없이 날이 흐려지고 앞이 안보여 웬일? 했더니만 내려와 보니 그게 구름이었더군요.
>
> 아무튼 고한과 사북을 거쳐 정선에 도착했습니다.
> 5일장은 시장을 중심으로 십자로에 걸쳐 열려 있더군요. 그치만 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도 없고 칼 가는 아저씨만 간신히 봤습니다. 호떡 사먹으려고 기다리고 서 있는 대발이를 보니 그 시절 제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봄나물과 말린 약재들, 강냉이와 밀떡전들..그리고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과일과 야채, 옷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쭈그리고 앉아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할 수 있는 전통 시장 구경은 역시 즐겁더군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도 참 반가왔습니다.
>
> 그리고는 펼쳐지는 정선의 절경들...단풍철에 오면 거의 기절하는 길이죠...
> 42번 국도 따라 평창 지나고 안흥찐빵의 고향, 안흥쪽으로 가게 됩니다. 기괴한 바위들이 위엄을 자랑하고 절경이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비행기재도 지났지요. 같은 길을 가도 그때 그때 느낌이 다른 건 왜일까요?
>
> 오는 날은 일정을 줄이고 여유있게 움직였기 때문에 춘천 쪽으로 돌아 경춘국도를 이용했는데도 퇴근시간 이전에 도심권에 진입할 수가 있었습니다.
>
>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니는 여행, 건강에 이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네요.
> 꼬맹이를 데리고 갈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마학의 홍아무개님, 그 외 몇몇분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입니다. 인간배낭, 나도 할수 있다!! 뭐 이런 거였죠. 하하하...
>
> 그리고 역시 이번도 아이보다는 제가 더 즐거워했던 거 같구요.
> 게다가 아이가 얻고 깨달은 건 이번에도 예외없이 어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였습니다.
> 아이는 늘 저를 놀라게 하지요.
>
> 으...
> 졸려서 그건 다음 기회에...
>
> 이상 마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