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수진

등록일 :2004-06-26 11:53:28

조회수 :5,098

지난주 토요일 부슬부슬 비가내리는 속에 이웃집 친구와 아이들을 데리고 성곡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와 친구는 이제 4살이라 미술관 나들이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이 전시된다고 하니 저도 보고싶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아 외출을 감행했지요. 우리아이는 요즘 한참 공룡에 관심이 있는 터라 공룡그림을 보고는 스테고사우루스라고 좋아합니다. 대형 그림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런대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더욱 좋은 곳은 미술관 밖이었습니다. 전시관 뒷편의 조각공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무와 조각과 지피식물 그리고 오솔길이 어우러진 너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찻집도 있어 한참 쉬어가고 싶은 곳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빗길이라 아이들에겐 조심스러웠지만 우리 엄마들은 비속에서 정말 오랜만에 푸근하고 애뜻한 정서를 맛보았습니다. 사실 이날 일정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을 거쳐 성곡미술관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시립미술관은 생략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 먼저 들렸는데, 역시 네살박이 우리 아이들에겐 무리였나봅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금방 짜증을 내더니 빨리 미술관으로 가자고 떼를 씁니다. 그래도 박물관을 둘러싼 나무들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연결통로의 넓은 통창 밖으로 보이는 미류나무는 한참을 올려다 볼 정도로 키가 컸습니다. 비를 머금어 더욱 푸른게 흔들리는 나무잎은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었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걷는 것에 익숙하고 무언가를 보는 일에도 적응하게 되면 다시 서울도심 푸른공간 속의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기회를 봐서 옛 친구들과도 서울의 푸른 공간을 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또는 부부끼리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꼭 가보세요. 그림도 구경하고, 조각공원 속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봄날 벚꽃이 만발한 야외조각공원이 정말 좋다던데, 다음 봄에는 우리아이와 다시 한번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