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히플러

등록일 :2003-04-07 00:24:23

조회수 :11,982

헥헥...어제의 신기한 수프에 이어 오늘의 바투,
그리고 여의도 꽃놀이까지 아주 숨가쁜 주말을 보내고 왔습니다.

일단 신기한 수프부터 먼저 후기를 올리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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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수프 (Strange Soup)

아이들은 이미 리틀 드래곤을 보고 온 터라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저 역시 리허설로 조금 맛을 보았기에 실망스럽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공연을 보았습니다.

설치미술작품같은,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멋진 무대와 매혹적인 스펠싱어의 캐릭터 등을
잘 나타내주는 의상, 배경음악 연주자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극이 진행되는 내내 적극적인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던 두 뮤지션까지,
역시나 공연은 지금까지 봐온 어린이극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음..그 뭐라고 하나요. 연극과 영화의 결합,
그러니까 영화에서나 가능한 작업을 무대 뒤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서 구현함으로써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는
색다른 시도였습니다. (이거, 연극용어로 있다고 하던데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50 대 50이라고는 할 수 없고,
어쨌든 이 스크린은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삽입된 장치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리틀 드래곤과 비교해서 개인적으로 분석한 차이점을
말씀드리자면
1. 극의 구성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비교적 단순했던 리틀 드래곤의
스토리에 비해, 신기한 수프는 조금은 높은 인지력을 요구합니다.
몇 가지 한국의 전래동화를 극중극 형식으로 녹여냄으로써 친숙함과 생소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음... 전통적인 한식의 인테리어에 익숙하던 눈에 서양식의 해석이 첨가된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았을 때의 이질감+신선함,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2. 선과 악의 대립이 비교적 뚜렷하고, 콜렉터라는 카리스마적인 악역에
비중을 둠으로써 크게 전후관계를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쉬웠던 극이 리틀 드래곤이라면
신기한 수프에서는 완전한 악역도 없습니다. 쌍둥이로 나오는 두 명이 비교적 악역에 가까운 역을 맡고 있지만 그보다는 약간은 어리숙한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3. 화려한 무대장치와 커다란 소품 등으로 아이들을 압도하는 장면이 많았던 리틀 드래곤에 비해 신기한 수프는 그런 면은 조금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리틀 드래곤에서는 정글로, 바다로 여행을 할 마다 무대 뒤의 조명이나 배경이 달라지면서 전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스테이지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신기한 수프에서는 커다란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는 것 외에는 무대가 크게 변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틀 드래곤에서는 커다란 물고기(아귀였나요?)같은 인형도 있었고, 리틀 드래곤이 와이어에 매달려 수영을 하거나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번 신기한 수프에서는 그런 역동적인 맛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4. 이에 반해 신기한 수프는 배우 개개인의 역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리틀 드래곤의 여우는 가면을 통해, Dragon Fly와 Mrs. Octopus는 퍼펫을 통해 연기가 되고 주인공인 리틀 드래곤조차도 진한 페이스 페인팅으로 표정을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오직 한사람, 콜렉터만이 리얼한 표정을 보여주고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카운터테너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중적인 모습의 카리스마를 연기하고 있었지요.
신기한 수프에서는 스펠싱어의 표정과 목소리연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Twins 의 표정도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Animal Man 의 코믹한 표정 연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끕니다.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극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표정연기도 물론 아주 중요했구요.

5. 리틀 드래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리틀 드래곤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이 드래곤 플라이가 계단사이로 날아다니며 관객과 인사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의 워크샵, 이 정도였다면 신기한 수프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인터액션이 시도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재료인 금을 숨기면서, 배우가 직접 관객에게 주머니를 맡기고 그 관객의 신발을 벗겨옵니다. 나중에 그 관객은 모두에게 감사를 들으며 직접 금을 pot 에 넣기도 하지요. 또 극 중간 중간에 관객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Mix it up. Stir it up. Stir the pot. Make it hot. Ha~~~
이 부분은 리틀 드래곤의 워크샵을 연상시키는데 극이 진행되는 도중에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네, 관객들도 함께 노래하고 손동작을 하지요.
Animal Man 의 주제곡을 부를 때에도, 모두들 그를 가리키면서 “You're an animal!" 하고 노래 부르는 부분도 관객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또한 배우들이 자주 관객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관객의 대답을 유도합니다. 아이를 무대로 데리고 나와 극중 대사를 해보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의 어울림 한마당은 객석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모두를
스테이지로 데리고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으로 이뤄집니다. 물론 쑥스러워 하는 아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만 제가 공연을 보았을 때에는 80% 이상의 아이들이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또 함께 고생하며 만든 신기한 수프의 조각들을 나눠줌으로써 아이들도 그것을 먹으며 극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느낌을 다시 가지게 해주었구요.

6.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한국의 전래동화가 극 속에 소개되는 흥미로운 시도가 있었습니다. 혹부리 영감, 꿀 똥 싸는 강아지, 꼬리 빠진 호랑이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시도는 좋았지만 오히려 생소한 이야기가 많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내용이 우리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거미줄에 걸린 개, 고양이, 딸의 이야기는 솔직히...저도 생소합니다. 그보다는 그 스토리를 보고 There was an old lady who swallowed a fly 라는 동요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제 문제일까요..? 우리 모두의 문제겠지요. 우리 것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 (꼬리 빠진 호랑이도...우리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알지만 여우 르나아르 얘기가 먼저 생각났답니다. 죄송합니다. 각성하겠습니다. 꾸우벅.) 요즘 들어 부쩍 느낀 점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 결국 우리가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소재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참신한 시도로 높이 사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어린이극 페스티발 같은 데에 나간다면, 물론 우리 것을 잘 살린 수준 높은 어린이극도 많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아무래도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영어로 제작된 이런 공연이라면 충분히 호소력을 가지겠지요.

전반적으로 리틀 드래곤보다 조금 더 예술적인 면이 높은 (제 주관입니다..ㅠ.ㅠ 달리 해석하면 대중성은 조금 더 떨어지는..으로 보셔도 됩니다.) 수준작입니다. 하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분명히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라는 점에는 이의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재윤이에게 물어보았더니 리틀 드래곤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혜윤이는 사실 아파서 제대로 공연을 못 보았답니다...그리고 같이 본 친구는 리틀 드래곤을 못보아서 비교를 해줄 수가 없었구요. 다음번에 단체관람을 할 때 다시 한번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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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놀이 바투

아래 맘님께서도 이미 후기를 올려놓으셨지만 공감하는 부분도 있는 반면에 약간 다른 느낌도 있어 제 생각을 올려봅니다.

어제 신기한 수프를 같이 본 친구와 함께 바투를 찾아갔습니다. 어, 그런데 전시장이 특이하게도 광화문 지하역사 내에 있더군요. 일단 먼저 나눠주는 천가방에 양말과 신발을 벗어 넣고서 맨발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깔아놓은 멍석(맞나요?)이 만들어둔 길을 따라 1전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면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은, 물론 각오는 하고 왔지만 일요일 오후 3시라 가장 사람이 붐빌 때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간대는 어쨌는지 몰라도 피크 타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혼잡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전시물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부터 먼저 해야 할지 혼란스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절한 천사들의 도움으로 그래도 큰 어려움을 없었습니다. 전시장 바닥 전체에 깔아놓은 흙 (항아리를 빚는 재료라고 하더군요)을 맨발로 밟는 감촉이 독특했고, 흙을 밟을 기회가 없는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아마 독특한 체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체험전시물은 대학로 정.미.소.에서 열린 ‘놀러오세요’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1 전시장에서는 조명판 같은 곳에 큰 붓으로 흙물을 칠하고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기, 흙콩알로 다트놀이 하기, 떡판(모양틀)에 흙을 눌러 모양 만들기, 작은 호수에 이는 그림자를 보며 소원빌기가 같은 놀이였구요. 고래뱃속에서 가위바위보로 탈출하기, 그리고 터널을 도망쳐 빠져나오기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2전시장에서는 천막같이 만들어 분리해 둔 세 공간에서 세 가지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천막에서는 조명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흙물과 붓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 쓰고 싶은 편지, 원하는 것 등을 그렸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빨래줄에 집게로 널어두었구요.

두 번째 공간은 기다란 꼬챙이에 조그맣게 만든 나만의 작품을 꽂아 작은 봉우리에 세워두는 곳이었습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올려져 있는 모습은 그것 자체로도 하나의 설치미술이었지요. 아이들은 각각 축구공, 혹은 꿈을 찍는 카메라 등 원하는 형태를 빚어두고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미.소.에서의 활동과 같았습니다.

세 번째 공간에서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정.미.소.와 같았지만 여기에서는 간단한 인형극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인형극이라고 해야 수수한 털장갑같은 바투를 가지고 천사 두 명이서 해설과 연기를 맡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객석과 무대가 완전히 분리되어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화려한 인형극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지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치 엄마나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같은 소박한 인형극이라고나 할까요. 조금 머리가 굵은 아이들에게는 무지하게 시시하게 느껴질 공연(?)이었지만 유치원 전후의 아이들은 아주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저희 두 아이와 친구, 그리고 그 시간 우리와 함께 있었던 아이들 모두 아주 재미있게 극을 보았으니까요. 혜윤이는 나중에 자기만 바투를 못 만져보았다고 울기까지 했답니다.

여기까지 다 하고 나오는데 약 1시간이 걸리더군요. 정.미.소.에서의 놀이와 비교해 아쉬웠던 점은 야광똥이 빛나던 뒷간, 그리고 직접 찍어낸 붕어빵을 구워주는 것, 뽑기놀이를 통해 조그만 것이라도 선물을 나눠줬던 것, 그리고 자기가 흙물로 그렸던 그림과 구운 작품을 곱게 포장해서 나눠주던 것, 이런 것들이 빠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아담한 공간에서 단 두 명의 천사였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아 충분히 즐기고 호흡하며 놀 수 있었는데...하는 부분도 어쩔 수 없는 지적사항입니다.

하지만 일단 규모가 더 커졌고, 천사도 더 많이 투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손가락 인형극이라는 요소와 맨발로 마음껏 흙을 밟을 수 있게 만든 시도, 한 공간에서 이뤄지느라 혼잡했던 전의 놀이에 비해 공간이 분리되어 비교적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 등은 더 발전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갔던 시간은 사람이 많은 시간이었지만 평일의 오전 같이 한가한 시간이라면 마음껏 천사와 대화하면서 전시물과 놀이를 즐기고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화문이니 아이와 함께 놀이를 즐기고 (1인당 2만원이지만 사랑티켓을 통한 할인과 이런 저런 할인을 받으면 만원 남짓한 가격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깨끗이 손을 씻은 후 (물티슈로는 발만 닦는게 낫습니다. 손은 화장실에서 박박 씻구요.^^) 근처의 교보문고에서 책구경도 실컷하고, 또 아이가 원하는 책과 엄마가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몇 권 골라오는 나들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조금 더 걸을 수 있다면 경복궁의 봄도 지금 한참 아름다울 거구요. 나이가 좀 더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도 항상 권하고 싶은 코스지요.

저희 아이들은 충분히 즐기고 왔습니다. 같이 간 친구도 (이 친구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이어리 등을 통해 소개 올리지요.^^) 특이한 경험을 한 것에 대해 기뻐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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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친정부모님과 동생부부, 이렇게 세 가족이 여의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윤중로를 거닐었습니다. 사실 벚꽃 구경은 예정에 없던 일인데 하필 여의도에서 만난 날이 벚꽃구경 피크일때가 아니겠습니까. 남들은 일부러도 오는데 빠질 수가 없지요. 그런데요..그냥 조금 거닐다가 돌아왔습니다.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멀리서 보면 학창시절의 시위대를 연상케하는 무리였습니다. 교통정리하러 온 전경차들도 늘어서 있으니 더더욱 분위기 딱이었지요. (갑자기 스크럼을 짜고 싶다는 욕구가 불끈..허허...)

벚꽃은 정말 예뻤습니다. 하지만 날씨도 약간 쌀쌀하고..해서 그냥 사진 한방 찰칵! 하고 돌아섰지요. 저 위에 보이는 사진이 재윤이가 빠진 가족사진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숙제를 마치자마자 아이들은 곯아 떨어졌습니다. 저도 엄청 피곤하긴 하지만, 특이하게도 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시판에 글 올리는 것은 안 피곤할까요..? ^^;

따뜻한 봄날, 끝내주는 날씨 그냥 흘려버리지만 마시고 아이 손잡고 나들이 나서보세요. 이렇게 주말에 재충전하고, 저희는 또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아자아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