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쁜공주

등록일 :2003-04-28 01:13:59

조회수 :7,948

(우리 연주의 일기를 퍼왔습니다*^^*)

오랜만에 너무나도 좋은 날씨에 대학로로 향했다.
"오늘이"를 볼까말까 망설이다 놓칠뻔했는데, 이응률선생님의 배려로 간신히 보게되었다.
연주빠가 갑자기 쉬게되어 같이 대학로로 갔는데 일찍도착해서 학교도 돌아보고, 시간을 보내다 공연장으로 향했다.

40여분 남겨두곤 책을 구입해서 연주와 같이 읽었는데, 첨엔 잘 보다가 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니까 이내 책에서 눈을 떼어서 더 읽어줄수가 없었다. 물론 책이 그림동화책이 아니라 연주에게 쉽게 다가오질 못한거 같지만, 책을 보며 관람을 기다리기에 지루하지 않을수 있어 좋았다.

공연이 시작되기전 선생님의 말씀을 짧게 듣고 곧 공연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맨앞에서 보게되어서 첨엔 연주가 중간에 쉬를 하고싶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공연내내 몰입해있는 연주를 보며 앞에 앉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초반에 대사가 그리 많지 않아 생소햇지만, 차츰 오히려 그게 더 좋게 느껴졌다. 아이가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꼭 대사와 노래가 있는것이 좋은 건만은 아닌거 같았다.
전반적으로 대사보다는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하는게 예쁘다고나 할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가진 못했지만, 참으로 쉽고 예쁘게 만든 연극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연스런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극인거 같다.
우리 연주도 한눈도 팔지않고 보는 모습이..그리고 스스로 박수를 치고, 배우들의 몸짓을 유심히 보는 걸 보며 참 흐뭇했다.

오늘이와 호랑이와 구름할머니의 유쾌한 만남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해내는데 그게 어찌나 예쁘고 즐겁던지...

공연시간이 좀 긴~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 우려와는 달리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정도로 관람내내 즐기고, 웃었다.
오히려 내가 더 좋았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 팥죽할멈과 호랑이보다 이 공연이 더 좋은거 같다.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솔직히 함께 공연하는 "무엇이될까"가 맘에 든거였고, 팥죽할멈과 호랑이 자체와 오늘이를 비교하면, 오늘이가 훨씬 더 잼있고, 예쁘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줄수있는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관람한 아이들중 젤 어린듯한 우리 연주도 박수를 치고, 웃고, 극의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있는 모습에 정말 정말 잘 보러 왔구나,하는 생각에 늦은 예매도 받아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였다*^^*

구름할머니와 오늘이, 호랑이가 줄넘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비가오는 걸 포장끈으로 표현한게 어찌나 인상깊었던지^^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속으로 "집에서 해줘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걸가지고도 잘 놀아줄꺼같아서^^
구름할머니가 사라진다는 말에 우리 연주도 얼굴이 조금은 어두워졌다가, 다시금 구름할머니의 밝은 모습에 미소를 짓는 모습.

연주의 모습과 눈빛에 너무나도 흐뭇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나 스스로도 아이가 된듯 소리내어 웃을수 있엇다.
처음엔 할머니를 구박(?)하던 호랑이도 나중엔 할머니를 찾고 그리워하는 모습,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호랑이도 어른이 되고, 봄 다음엔 여름, 여름다음엔 가을, 가을 다음엔 겨울....
세상엔 완전히 끝나는 것은 없다는 진리가 극에 들어있는거 같아,
연주에게 있는 그림책중.
"바람이 멈출 때 - 샬롯 졸로토"

이책은 왜 벌써 해는 질까, 왜 날이 추워져 놀이공원에 갈 수 없을까, 함께 잘 놀던 친구는 왜 떠나갔을까, 이 책은 약간의 달콤한 쓸쓸함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되새기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커다랗고 밝은 해가 하루 종일 빛나더니, 날이 저물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왜 낮이 끝나야 하나요?" 아이는 묻습니다. "꿈을 준비하는 밤이 왔기 때문이지." 아이는 계속해서 변하는 것들에 대해 묻습니다. 낮이 끝나면 해는 어디로 가나요? 바람은 불어서 어디로 가나요? 구름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요?

이런 질문을 끝없이 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이런 말을 해준다.
완전히 끝나는건 없단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밤이 지나가면 다시 해가 뜨는 낮이 시작되는 거라고.

오늘이를 보다. 이 책이 생각이 났다^^;

단순하게 어린 연주에겐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상징적인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훌륭한 극이였던거 같고.

연주는 호랑이가 야옹~하고 운것도. 구름할머니가 사라졌던것도, 오늘이가 봄,여름,가을,겨울의 선녀. 그리고 연주가 무얼 느끼고 배운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연극을 보면서 예쁜 상상력을 키울수 있는 연극인거 같아 더욱 내겐 의미있었다.

장면장면마다 적절하고 정겨운 옛노래들도, 듣기좋은 귀뚜라미 소리까지.
자극적인 것에만 물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참으로 따뜻하고, 정겹고 기쁨 연극인거같다.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였고, 보러오지 않았다면, 이런 즐거움과 예쁜 연극인것을 몰랐을것이다.

젤 앞에서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본 저로써는 배우들의 굵은 땀방울이 얼굴에 흠뻑 젖어있는걸 보니, 너무 저렴한 가격에 본게 아닌가 미안하기도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분들께도 감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