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어린이축제 '미칠것같애'를 보고..
작성자 :그림시계
등록일 :2003-09-18 04:20:39
조회수 :6,736
외국 극단 작품을 보면 사실 '싱거운 소리'같다 싶을때도 있지만 단순한 도구로 단순치않은 멧세지를 전달하는 그 구성이 어린이연극의 새장처럼 신선함을 더한다.
파랑새어린이축제가 열리는 첫날 선택한 첫작품은 스웨덴극단의 '미칠것같애 It feels like mad'였다. 가볍고 재밌는 작품으로 축제를 시작해볼까 싶었는데 제목 자체가 미칠것같이 날 끌여당겼고, 인생의 다음 단계에 대한 기다림-즉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과 짧은 언어로 풀어간다는 작품설명에 '아니 그렇게 심오한 뜻을 어떻게'라는 호기심도 앞섰다.
사실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서울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이 작품말고도 또 있긴하다). 명절날 한국영화 재탕하듯 연극도 재탕삼탕인가 아쉽긴하지만 영화와 달리 연극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성격이 있고, 아이들은 자라고 있으니 새 어린 관객들로 메워진 공연장이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을테다.
딸아이와 아는 동생 모자와 나선 학전블루가는 길. 거의 다달았을즈음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 집채만한 개를 끌고 달리고 있었다. '누구더라~~'싶다가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를 흘낏 훔쳐보곤 자칭 명배우 명계남씨란걸 알았다. "아 안녕하세요~~" 얼핏 인사를 건네자 그도 가볍게 목례를 한다. 멋진 검은색 스판셔츠를 걸친 그의 뒤를 죽어라하고(?) 쫒아가는 아가씨. 이 황당한 해프닝에 어리둥절해하다 동생과 나는 색다른 구경이라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공연장 입구에서 배우 닐스는 자신은 무언가를 찾고있다("I'm looking for something")고 말한다. 그리곤 같이 찾아보자며 관객들을 이끌고 공연장안으로 들어간다. 작품이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미리 맛보기해준 재밌는 도입이다싶다.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던 닐스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노인을 만난다. 그가 지닌 더블베이스에선 갖가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귀에 익숙한 '반짝반짝 작은별' 등을 연주한다. 마술같은 일도 벌어진다. 더블베이스 상자안에 저런 것이 숨겨져있었나 싶게 아코디언이 나오고, 닐스가 깨뜨린 달걀로 생강쿠키를 만들기도 한다(공연이 끝나고 나면 배우가 친절하게 나눠주는 쿠키를 맛볼 기회가 있다). 마지막에 노인은 제 신발을 닐스에게 주고 맨발에다 신발그림을 그린다. 너희들도 신발을 잃어버리면 이렇게 해보라고 조언하면서. 처음엔 생뚱맞던 노인이 애타게 찾던 신발을 내주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동안 쌓은 인생의 지혜까지 발휘해 어려움이 닥쳤을땐 이렇게 돌아가라고 위로해주는듯하다.
짝짝이 신발, 마라카스, 요술상자같은 더블베이스 등을 내세워 어린이 특유의 조금은 비논리적이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상상의 무대를 풀어놓는다. 공연시간이 대략 30분정도인데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마다하지않는 요즘 대작들에 지친 우리 모녀에겐 결코 아깝지않은 훌륭한 소품이었다. 스웨덴 연극 비엔날레 2001년 선정작이란 점도 작품을 고를 때 더 눈여겨보게하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지않을까 싶다.
다만, 스웨덴어를 전혀 모르는터라 대사전달이 안된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거야말로 비언어연극이 된 셈이다. 그저 몸짓과 표정만으로 짐작해야 했으니까. 그런탓에 작품 설명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공연장을 나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 달려가던 명계남씨가 반대편에서 다시 달려오지않을까 싶어서. 그는 뭣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고 있었을까. 그것도 일종의 퍼포먼스인가.^^: 아님 그 사람도 신발을 잃어버렸나? 꼭 신발이 아니어도 그거 아니면 안된다싶은 그 무언가를 어린애처럼 목숨걸고 찾고있었던건 아닐까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배우란 나이먹어도 멈추지않는 감수성을 지닌 종족들아닌가. 그럼 난? 난 신발이 없으면 신발그림을 흉내낼줄 아는 제법 노련미(?)를 갖춘 노인이 되어버린지 언젠지, 허참.
파랑새어린이축제가 열리는 첫날 선택한 첫작품은 스웨덴극단의 '미칠것같애 It feels like mad'였다. 가볍고 재밌는 작품으로 축제를 시작해볼까 싶었는데 제목 자체가 미칠것같이 날 끌여당겼고, 인생의 다음 단계에 대한 기다림-즉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과 짧은 언어로 풀어간다는 작품설명에 '아니 그렇게 심오한 뜻을 어떻게'라는 호기심도 앞섰다.
사실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서울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이 작품말고도 또 있긴하다). 명절날 한국영화 재탕하듯 연극도 재탕삼탕인가 아쉽긴하지만 영화와 달리 연극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성격이 있고, 아이들은 자라고 있으니 새 어린 관객들로 메워진 공연장이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을테다.
딸아이와 아는 동생 모자와 나선 학전블루가는 길. 거의 다달았을즈음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 집채만한 개를 끌고 달리고 있었다. '누구더라~~'싶다가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를 흘낏 훔쳐보곤 자칭 명배우 명계남씨란걸 알았다. "아 안녕하세요~~" 얼핏 인사를 건네자 그도 가볍게 목례를 한다. 멋진 검은색 스판셔츠를 걸친 그의 뒤를 죽어라하고(?) 쫒아가는 아가씨. 이 황당한 해프닝에 어리둥절해하다 동생과 나는 색다른 구경이라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공연장 입구에서 배우 닐스는 자신은 무언가를 찾고있다("I'm looking for something")고 말한다. 그리곤 같이 찾아보자며 관객들을 이끌고 공연장안으로 들어간다. 작품이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미리 맛보기해준 재밌는 도입이다싶다.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던 닐스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노인을 만난다. 그가 지닌 더블베이스에선 갖가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귀에 익숙한 '반짝반짝 작은별' 등을 연주한다. 마술같은 일도 벌어진다. 더블베이스 상자안에 저런 것이 숨겨져있었나 싶게 아코디언이 나오고, 닐스가 깨뜨린 달걀로 생강쿠키를 만들기도 한다(공연이 끝나고 나면 배우가 친절하게 나눠주는 쿠키를 맛볼 기회가 있다). 마지막에 노인은 제 신발을 닐스에게 주고 맨발에다 신발그림을 그린다. 너희들도 신발을 잃어버리면 이렇게 해보라고 조언하면서. 처음엔 생뚱맞던 노인이 애타게 찾던 신발을 내주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동안 쌓은 인생의 지혜까지 발휘해 어려움이 닥쳤을땐 이렇게 돌아가라고 위로해주는듯하다.
짝짝이 신발, 마라카스, 요술상자같은 더블베이스 등을 내세워 어린이 특유의 조금은 비논리적이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상상의 무대를 풀어놓는다. 공연시간이 대략 30분정도인데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마다하지않는 요즘 대작들에 지친 우리 모녀에겐 결코 아깝지않은 훌륭한 소품이었다. 스웨덴 연극 비엔날레 2001년 선정작이란 점도 작품을 고를 때 더 눈여겨보게하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지않을까 싶다.
다만, 스웨덴어를 전혀 모르는터라 대사전달이 안된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거야말로 비언어연극이 된 셈이다. 그저 몸짓과 표정만으로 짐작해야 했으니까. 그런탓에 작품 설명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공연장을 나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 달려가던 명계남씨가 반대편에서 다시 달려오지않을까 싶어서. 그는 뭣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고 있었을까. 그것도 일종의 퍼포먼스인가.^^: 아님 그 사람도 신발을 잃어버렸나? 꼭 신발이 아니어도 그거 아니면 안된다싶은 그 무언가를 어린애처럼 목숨걸고 찾고있었던건 아닐까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배우란 나이먹어도 멈추지않는 감수성을 지닌 종족들아닌가. 그럼 난? 난 신발이 없으면 신발그림을 흉내낼줄 아는 제법 노련미(?)를 갖춘 노인이 되어버린지 언젠지, 허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