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도영맘

등록일 :2003-09-30 22:48:56

조회수 :5,504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바람 좀 쐬러 야외로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멀리 가기에는 다음날이 월요일 출근이 신경이 쓰여서 과천 서울랜드에나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과천 한마당축제"라는 플랭카드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목적지를 그쪽으로 정했습니다.

5시쯤 도착해서 쉬엄쉬엄 걸어다니면서 딸 아이랑 남편이랑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저만치서 한 때의 무리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가 보았습니다.

'무형문화재 김대균의 외줄타기 공연'을 앞두고 나즈막한 위치에 줄을 묶어서 아이들이 실제로 중심을 잡으면서 줄을 타보도록 한 체험 현장이었어요.
우리 딸 또래의 작은 아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큰 아이들이 양손을 뻗어서 중심을 잡고(물론, 한족 손은 부모님이 잡아주어서 떨어지는 아이 없이 외줄타기를 했답니다.) 진지하게 또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공중의 한 가닥 줄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꼬마 친구들의 아마추어 공연이 끝나고 진짜 프로의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아슬아슬한 묘기같은 줄타기 공연을 보면서 우리 딸은 "와우! 엄마, 아저씨 좀 봐""나도 줄 타고 싶다"고 졸라댔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그런 졸름이 싫지만은 안았답니다.

1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난 후에 돌아서려는데 옆 무대에서 커다란 북 연주 소리가 우리 가족의 발을 묶어버렸습니다. 공연 이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잘 몰라서 저희 가족은 나름대로 "5인방의 북소리 퍼포먼스"라고 이름을 붙여서 근 1시간의 공연을 보면서 각자의 의견과 나름대로의 마음에 드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5명이 한 소리가 되어서 때로는 우렁차게 때로는 들릴듯 말듯하게 퍼져오는 북소리가 그렇게 멋진 줄 새롭게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거기에 북을 치는 사람들의 몸짓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는지... 공연이 끝났을 때 저절로 휘파람을 불어서 환호를 해주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젊음을 새로이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 딸은 피곤해서 아빠 품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고, 과천의 축제들판에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서 분위기는 더욱 좋았답니다.

회사의 여러 일로 복잡해하던 남편이 "과천에 오길 잘 했다. 북소리를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하더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마 우리 가족은 타악연주 콘서트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호호호!

여러분들도 이번 가을에 좋은 추억 하나씩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