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그랑블루

등록일 :2003-10-01 23:42:51

조회수 :5,381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가셨나본데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뚜벅이라 대중교통 이용해야 하거든요.
갯벌에서 뒹굴다 씻을려면 따뜻한 물도 나오는지요.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을지기님의 글입니다.
> 입소문으로 좋다는 얘기만 듣고 한번쯤 가봐야지 했던곳...
> 9,10월에 아름답다는 얘길 듣고 인터넷을 뒤져
> 그 곳 연락처랑 가는 길을 알아내고 네살난 꼬맹이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났다.
> 지하철 1호선 송내역까지 가서 버스를 한번, 두번을 더 타야만 갈 수 있는 곳...
> 가는 동안엔 후회를 했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이지...
> 멀디 먼 길에 아이도 나도 힘겨워 하고 있었다.
> 우여곡절 끝에 해양생태공원 입구 도착...
> 우이... 이게 뭐람...
> 너무도 안 다듬어진, 자연 그대로의 거의 방치(?) 수준의 공원이었다.
> 나무로 만들어진 좁은 목조다리를 다 건너갈 즈음...
> 정체 불명의 붉은 식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정말이지 내 시야의 끝... 저 지평선에 이르기까지
> 온통 붉은 식물들 뿐이었다... 아름다왔다...
>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식물 이름이 칠면초였다.
> 여름내 초록색이다가 가을만 되면 붉게 물들어
> 그 생김 생김이 마치 칠면조 같았다.
>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이래서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 공원 입구 왼쪽으론 염전이 보였다.
> 그냥 막무가내로 아이랑 뭐라도 발견할까 싶어
> 네모난 판 사이 사이를 걷고 있었다.
> 처음엔 그냥 타일을 깔아 놓은 듯 별 다른 뭔가를 찾기 힘들었다.
>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들어가셔서 물을 찍어 입에 갖다 대시더니
> "아이구 짜라" 하시는 거였다.
> 우리도 뭔가 싶어 물을 갖다 한 방을 입술에 떨어뜨려 보았다.
> "하... 소금이었다."
> 바닷물을 그대로 태양열에 증발시켜 소금을 얻고 있었다.
>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이랑 이렇게 직접 체험해 보니 신기했다.
> 아이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 이러 이러해서 소금이 되는거라고...
> 근데... 아이는 이런 말을 한다.
> "아저씨가 물에 소금을 뿌렸대~~"
> 에궁... 네살 꼬마에게 증발이니 뭐니 어렵다 어려워...
>
> 오던 길을 되돌려 입구 우측으로 길을 걷다가
> 아래로 난 계단으로 내려갔다.
> 그냥,,, 굳어버린 진흙 땅 같아 보였는데...
> 세상에 그 곳이 갯벌이었다.
> 아이랑 여름에 대부도에 갔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 그냥 보면 그 곳은 그냥... 땅이었으니깐...
> 아이는 신발을 벗어 제끼고,
> 진흙으로 들어가 살아있는 게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 거기엔 망둥어도 있었고, 민챙이, 거미, 조개, 아주 큰 게에 이르기 까지
> 넘넘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 망둥어가 뭍에서 기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 우스웠고,
> 게가 가까이만 가면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은 넘 얄미웠다.
> 여름에처럼 갯벌에 푹 잠겨 놀진 못했지만,
> 나름의 맛이 있었다.
> 마치, 그것들과 잡기 놀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으니깐...
>
> 싸들고간 김밥을 맛나게 먹고, 석양이 지는 목조다리를 다시 건널즈음...
> 서해안의 해지는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운진 몰랐다.
> 하얀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무너진 다리가 더욱 운치있으며,
> 붉은듯 푸른듯, 하루 해가 져가는 모습이......햐....
> 그 곳을 뜰수 없어 한참이나 보고 또 보고
> 그 곳을 뇌리에 박아두고 싶은 맘에
> 그렇게 그렇게 뉘엇뉘엇 걸음을 옮겼다.
>
> 처음에 실망했던 그 곳의 매력을 돌아갈 즈음에야 새삼 깨닫고 있었다.
> 그리곤 마음 속에 다짐했다.
> 아이랑 단 둘이 또 한번 더 오리라...
> 아무런 꾸밈없는 해양생태공원이 더욱 더욱 정겹고 좋았다.
>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린 길고 긴 꿈을 꾸며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
> 아이랑 단 둘만의 가을여행... 어떠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