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히플러

등록일 :2004-06-04 23:58:11

조회수 :6,129

몇년전부터 이 작품에 대해서는 찬사 가득한 평만 접했지만
좀처럼 관람여건이 되지 않았지요.
단체관람을 몇번 추진하려고도 했지만 나이제한 때문에,
혹은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번에 앵콜공연을 하면서, 힘들게 쑥쑥 단체관람이 성사되어
오늘 갔다 왔답니다. 사실 마음이야 아이들 데리고 함께 보고 싶었지만
그냥 관리자로서 가서 2층의 빈자리에서 혼자 앉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2층에서는 우려했던 부분 (아이들의 소란 등등)이 거의 없어서
몰입하면서 관람하기가 가능했답니다.

일단 이 연극이 처음에는 어린이를 위한 극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눈높이를 위한 적절한 슬랩스틱이나 유머,
친절하다 싶을 정도의 방백 등등 어린이들이 딱 좋아할 이런 작품을 아베크족들이 많이 보러 온다니,
역시나 방송의 힘이 위대하구나 싶을 정도 였습니다.

(아시지요? 이 작품이 원래 유명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이기찬의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뮤직비디오에 담기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것.)

하지만 이 말은 결코 연극이 유치하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린이극으로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도 사실 너무나 많은 의미들과 상징들을 담고 있어서
탄복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넓은 천으로 표현한 역동적인 강물의 모습, 배우들의 동작으로 표현한
험한 산과 계곡, 아름다운 몸짓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는 반달이의 언어,
아크로바트에 가까운 율동과 간결하면서도 기발한 무대장치 등
영화나 tv 화면으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연극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극의 중심이자 중요한 백미는 주인공 반달이의
연기력과 표현력입니다. 1대 반달이로서 인기를 얻게된
최인경씨의 그늘에 가리지 않을 만한 연기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오늘 본 반달이 역의 배우 역시 출중했습니다.
3년전에 이 연극으로 보고 오늘 또 보신 분들의 말을 빌리면 결코 뒤지지 않는
배우로 칭찬을 하더군요.

여러말 할것 없이, 너무나 아름다운 연극이었습니다.
저는 우습게도 마지막 부분뿐만이 아니라
초반부에서부터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하기 시작해서
몰래 화장실에 가서 휴지뭉치를 들고 왔을 정도였으니까요...ㅠ.ㅠ

마지막 부분의 그 진실의 거울은 원작에서 이렇게도 아이디어를 얻어
멋지게 트릭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벅찬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마 보신분만 느낄 수 있는....(저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인상깊은 무대였지요.

제일 뒤에 앉아서 봤으면서도 눈물 흘리고 코푸느라 정신이 없어서
부끄러웠던...(이성적으로는 눈물 흘리면 안돼, 안돼 하면서도
눈에서는 줄줄 흐르는 상반된 상황...) 정말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몸을 바쳐 열심히 무대를 이끄는 일곱 배우들을 보면서
편안히 앉아서 감상하고 있는 제 자신이 황송할 정도의 무대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 데리고 꼭 보여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기찬 뮤비가 한참 유행할때 진작에 약속해놓고서
혼자 보고 오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네요...

6월 20일에 끝나고 나면 다시 내년에나 볼수 있다고 하니
7살 이상 아이들 두신 분들은 꼭 손잡고 같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만 보라고 들여보내시진 마시구요!!!!!
엄마도 꼭 봐야할 연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