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체리맘

등록일 :2004-06-21 20:29:36

조회수 :2,684

경주 시골 마을에 사는 장애 부모(하지만 제목처럼 눈 먼 건 아님)와 소아암 걸린 선호 얘기...

그저 눈물 빼는 멜로, 상투적인 내용, 쥐어짜는 웃음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고 갔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오랜만에 온 몸에 전율이 오도록 감동적인 연극이었다.

그동안 연극도 뮤지컬도 많이 보았었는데

이토록 허름한 소극장에서(제목처럼 묻고 물어서 찾아간 동숭무대)

이리도 훌륭한 공연을 하다니...

열연을 한 염혜란(엄마, 김붙들)을 비롯하여 배우들의 연기는

그 얼마나 재미있고 사실적이며, 배꼽 빠지던지

그리고 또 내내 웃는데도 나도 모르게 얼마나 눈물이 철철 흐르던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물어야 할 정도라면 아마도 나처럼 사는게

막막하고 애처롭겠지... 그 제목 하나 보고 나선 공연.

거길 나오며 나 역시 인생의 해답을 그들에게서 찾은 기분이었다.

내 옆의 우리 딸, 지하철 타러 혜화역까지 오는 동안에도 눈물을 그칠 줄 모른다.

가기 싫다는 걸 "채형아, 비도 오는데 엄마랑 데이트 좀 하자"고

겨우겨우 꼬셔서 왔는데 오길 잘했다며 (초등생은 우리 애 한 명뿐)

마치 삶과 사랑의 비밀을 모두 알아버린 아이처럼

연극 얘기를 계속 종알거린다.

대학로의 넘치는 행인들에게 저어기 정말 아름다운 연극을 하니 꼭 가서 보라고 외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 그들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소중한 사람이 함께 있어 세상은 그래서 살만한 건지 모르겠다.

어두워진 밤 거리에 비가 어느새 멈춰 버렸듯, 우리도 어느새 눈물을 그치고

가만히 서로에게 몸을 기대었다.

-7월 4일까지이고 사랑티켓 이용하여 싸게 보세요.

아이와 갈거라면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이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