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멋진 경험>
가족 건강 캠프에 가기로한 순간부터 우리 3가족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워낙 가족이 함께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던 우리이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출발 당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몸을 휘감는 기분 나쁜 느낌...
이런... 1년만에 걸린 감기몸살로 병원에 갔더니, 열에 현기증 그리고 오한..입원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사의 권유에 포기할까 망설이다 결국 급히 링겔만 맞고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난 캠프.
두시간여만에 도착한 수련원에서는 사범님께서 친히 나오셔서 반겨주시고, 먼저 도착한 다른 분들도 모두 괜찮냐며 걱정하시니, 아팠던 몸에서 갑자기 힘이 솟았다.
제일 먼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첫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Open eyes,open mind(맞나???) 평소 7살된 딸아이의 눈은 자주 쳐다보며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해봤지만, 남편과 눈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며 서로 바라본 것이 언제인가 싶은데, 그리 하라 시키시니, 처음에는 어찌나 민망하던지... 하지만, 웃음을 멈추고 지긋이 날 바라보던 남편의 눈에서 사랑이 보이던 순간, 나 역시 나의 사랑을 팍팍 쏘아주었다. ^^딸아이 역시...
그리고 냉온수욕-1분간 뜨거운 물, 다음 1분간 찬물, 다시 계속 반복해 11번을 하라시는데, 차마 몸의 상태상 그것만은 시도할 수 없었다. 오는 날까지 아침, 저녁 계속된 냉온수욕을 결국 못했지만, 계속 열심히 새벽 6시에 일어나 시도한 남편 왈, 집에 가서도 계속 해야겠다며, 너무 만족해하는 걸 보니,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첫 식사, 전라도 출신이라는 아주머니답게 음식이 고향친정엄마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감칠 맛 났다.
처음에는 왜 여기는 고기가 없냐며 투정하던 남편도 이튿날 저녁에 본 비디오-잘 사는 법을 보고는, 돌아가면 삼겹살부터 먹자더니, 더 이상 고기타령을 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이 간 딸아이는 조금은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계속 고기랑 맵지 않은 음식에만 길들여져있었으니, 어련했을까.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괜찮은 식사였다.
그리고 아침운동. 몸 이곳 저곳 각각 건강에 좋은 부위들을 두들겨가며 스트레칭해가며 간만에 온 몸이 근육이 호강을 했다. ^^
그 다음 바로 진행된 사랑나누기(이건 다음 날 아침에도 진행했다.)
내 몸의 사랑의 기를 가득 담은 손길로, 가족 하나하나 마사지해가며 기를 전해주는데, 남편의 손길 아이의 손길이 전해질 때마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집에 가서도 또 해달라는 남편의 말에 정말 좋았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합심하기란 프로그램에서는 휴~! 내 가족을 믿는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순간같았다.
한명만 빼고 모두 안대로 눈을 가리고 보이는 사람의 손을 나란히 잡고 산을 올라가는데, 처음에는 안내하는 남편을 믿기가 힘들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무섭고, 다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발 하나 내딛는 순간순간이 두려움이었는데, 가족을 믿으라는 사범님의 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설마 내 가족이 나를 다치게 내버려 두겠나 싶은 생각에 다시 믿음을 갖고 자신있게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뜬 순간, 상황은 바뀌었다.
믿는 것은 쉬웠다.
나를 믿고 따르는 가족이 다칠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가장인 남편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할 수 없는 남편의 자리에 대해, 그 소중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말하는 지팡이와 칭찬하기(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말하는 지팡이를 갖은 사람만이 상대방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나머지 사람은 끝까지 듣고만 있어야 했는데, 평소같으면 나를 탓하는 남편 말에 바로 변명과 화를 내며 싸웠을 텐데, 계속 듣고만 있다보니, 화는 가라앉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집에 가서도 다음부터는 일단 끝까지 듣고 생각하고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날, 반대로 칭찬만을 하는 시간에서는 나의 가족말고 다른 참여자들도 함께 나를 칭찬할 때, 역시 듣고만 있다가, “인정합니다. 그것이 바로 내 모습입니다.”라고 외칠 때는, 처음에는 쑥스럽고 민망했지만, 그 말이 사실로 다가오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김을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끝까지 남의 말을 들으면서 사실로 인정하는 것. 내게 부족한 것들이기에 이 또한 무척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제기차기, 평소에 워낙 운동을 좋아하던 남편과 나이기에 당연히 1등. 남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울 딸내미, 최고로 좋아했다. ^^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일라이트팩시간, 남편이 처음 해 준 팩에 기분이 좋았다. 딸아이 역시 아빠가 해 준 팩에 기분이 좋았는데,(남편은 내가 마지막에) 이런이런, 잠시 졸다 잠에서 깬 딸아이 머드팩처럼 마른 후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팩부스러기에 놀라 한참을 울었다.
자기 얼굴이 부서져 떨어지는 줄 알았다나...
그리고 처음으로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진행해 본 캠프파이어, 감자를 굽고, 가족끼리 돌아가며 진행하는 장기자랑, 남들이 보면 비오는 날 날궂이하냐고 했겠지만, 울다 만 얼굴로 tell me춤을 열심히 춘 딸아이 덕분에 1등을 하니, 울 딸아이 얼굴이 달덩이보다 환하게 빛나더라~. ^^ 감자도 맛있고, 감자를 먹으며 본 비디오 ‘잘 사는 법’ 역시 평소 워낙 고기를 많이 먹던 우리 가족에게 일각의 경각심을 준 좋은 내용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서로 편지도 쓰고, 너무나 행복하게 퇴소하면서 떠나는 우리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시던 사범님들에게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솔직히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고, 음식도 일반 캠프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틈에서 건진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이 그 비용과 음식에 비하랴, 돈이 아깝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