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지 못한 남편이 못내 아쉽습니다.

남편의 불참으로 직접 운전을 하고 와야 했던 관계로 다른 팀들보다 비교적 일찍 도착했던 우리 가족은 많은 여유있는 시간을 갖고 일정을 시작해야만 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도 다른 팀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우리끼리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당황스러워하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상시 집에서 TV를 즐겨 보는 가족들이 아니어서 TV가 없는 것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한 이곳에서 ‘할 것이 없다’라는 사실이 그런 느낌을 받게 했는가 보다. 책을 가지고 올 걸,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도 가져올 걸 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곧 일행들이 도착하면 무지 바쁠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했다. 두 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각자 시간을 즐길 꺼리를 찾게 돤 우리는 곧 도구없이 웃을 수 있는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 놀라운 적응력…

한팀 한팀 예정 시간을 전후로 속속 도착한 식구들이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그들이 예사롭지 않게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기다리는 두시간동안 캠프에 참가할 마음의 준비를 나름대로 제대로 한것이 아닌가 싶다.

첫날 강당에 모여서 캠프의 대략적인 내용을 소개 받고, 자기 소개 및 가족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함께하는 가족이라 그런지 더 궁금하고 반갑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에서 다섯살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다소 산만하고 집중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었지만 친절하고 유머있는 선생님들의 진행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진 순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너중에 <Open your eyes, open your mind>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눈을 집중하여 쳐다보는 것이 나도 어색했지만  딸도 싫지 않으면서도 어색해하며 나를 잘 쳐다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에 몇번 나의 자녀들에게 집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나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기는 눈과 귀와 손으로 전해진다고 하던데, 더 많이 쳐다봐주고. 더 많이 들어주고, 더 많이 만져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미 있는 여러가지 코너중에서 특히 <합심하기>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돌아보게 하는 멋진 프로 그램이었다. 가족중의 한명이 앞에서 한 가족의 손을 잡은 채, 리드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안대를 매고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명산 계곡 중턱까지 올라가게 하는 진행이었다. 처음에는 비도 오는 상황에서 우비를 입고 아이들을 의지하여 산을 오른다는 사실이 걱정도 되고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의 리드로 따라 가야 하는 상황에서 첫발을 내딜 때는 발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잡다한 생각에 이러다 다치겠다 싶었지만, 곧 마음을 비우고(?) “믿자” 라는 생각이 들자 희한하게 모든 상황이 달라지는 체험을 했다. 아이를 더 의지하고 믿고 하나하나의 손짓과 몸짓에 집중하니 비록 앞은 보이지 않으나 마음의 눈이 환하게 보여지는 그 느낌…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앞서가는 아빠의 책임감과 무게, 따라가는 가족들의 각자의 위치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초조함 내지는 불안감등의 모습이 때때로 보여지는 우리 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아닐런지,,, 서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빈틈없이 진행되었던 <가족 건강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많이 고민하고 준비되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정에 한번쯤 모두가 쉬어 가면서 우리들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충전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