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inee

등록일 :2003-07-03 19:01:35

조회수 :7,832

* 지난 4월에 썼던 관람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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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일정이 맞지 않아 아이 없이 저 혼자 '내 친구 플라스틱'을 보고 왔습니다.

아이가 자랐다는 것이 느껴지는 날이었지요.(이제 여섯살이거든요^^)
그날은 공연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엄마만 다녀오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랑 남편은 빼고 저 혼자 공연을 보러 갔었습니다.

아이들용 연극을 혼자 보러 간다는 것도 좀 우습지만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다 취소하기도 뭐 하고 해서 표 하나만 남겨서 일종의 오기로 보러 간 것이었는데 마침 제 좌석이 아이들 속에 한 자리가 남은 것이라서 조금 소외감이 느껴졌답니다.ㅜ.ㅜ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이 활기차게 뛰어나와 오늘 공연은 줄, 계란판, 병음악 그리고 얼굴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무대가 까맣고 절제된 배경이라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욱 무대라는 공간이 이질적이고 특별해 보였답니다.

먼저 보여준 공연은 줄!
긴 줄과 짧은 줄,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 달리기의 마지막에 있는 줄, 넘어지는 줄... 등등 하나하나마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고 즐기게 만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참 좋았습니다.
애들 사이에서 피식피식 웃다가 나중엔 저도 큰 소리로 웃었는데 애들이 쳐다보니 쑥스러웠지요... ^^;;

그리고 계란판...
사람들이 의자를 들고 들어옵니다.
의자에 얼굴을 붙이고 있다가 고개를 드니... 그 위에 계란판 모양의 얼굴이 있네요. 네모난 얼굴에는 아직 눈도 코도 입도 없습니다.
작은 공을 이용하여 더듬더듬 얼굴을 만드는 모습을 보는 동안 아이들은 정신 없이 뒤로 넘어가며 웃었답니다.

병음악은...
병으로 연주되는 음악이 실은 가짜인 것 같아서
한참을 게슴츠레 노려봤는데... ^^ 나중에 무대에서 내려와서 객석을 돌며 연주하고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도 불어보게 하는데 그 소리가 진짜 생음악이더라고요.
놀라운 음악... 참 아름다운 소리였어요. 이 부분 때문에라도 아이와 꼭 다시 봐야지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아기염소'라는 노래였지요.

마지막으로 재활용인형으로 꾸며진 '얼굴 백화점'은 잘 꾸며진 인형으로만 봤던 공연과 달리 개념을 확장시켜주는 듯 화악~ 깨치는 느낌이 강했어요.

아이들을 위해 국내에서 이 만큼 깊이를 가지면서도 잘 만든 공연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역시 사다리에서 만든 연극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애들 속에서 보는 연극도 재미있더라고요. ^^
그래도 다음엔 정말 함께 한 번 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