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마지막날 아이들과 함께 목각인형 콘서트를 보러 갔습니다.

사실 몸이 좋지 않아 가지 말까 몇번을 망설였는데....

좋은 날씨.. 그리고 유치원에 가지 않은 채 집안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랑티켓 인터넷 예매 발권 창구가 1시부터 운영할 줄이야..^^;;;

창구에 있는 아가씨에게 사정사정해서 아이들만 일단 들여 보내고 다시 사랑티켓 발권 창구로 휭하니 날아갔다 왔답니다. 숨이 턱에 차는 줄 알았지요...

목각 인형 콘서트가 워낙 평이 좋아서 인지 객석에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유명세에 걸맞게 극의 내용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관객석을 차지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열중하더군여. 전 김종구 선생님의 그 열정어린 모습도 좋았지만 대사가 거의 없는 목각인형들의 놀이 마당을 지루 하지 않도록.. 그리고 더 맛깔날 수 있도록 감초역활을 톡톡히 해준 삐에로 언니의 노고에도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작은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을까 자리도 잡아주고 여러모로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보였답니다. ^^

콘서트가 모든 아이에게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간혹 우는 아이도 있었고요, 정적인 부분에서는 지루함을 참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참 정성껏 만든 연극임에는 틀림없었답니다.

 

그런데 전 여기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연극이 거의 끝나갈 무렵 콘서트 장에는 한 장애우.. 그러니까 초등학생도 안되어보이는 정신연령을 가진 커다란 남자분이 한분 들어오셨지요. 그리고 한아이가 잠깐 비운 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공연을 너무 열심히 지켜보더군요. 그 남자분 옆으로 앉은 여자 아이들은 매우 놀라는 눈치였고 좀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다며 결국 자리를 피하더군여. 그 와중에 원래 자리에 앉았던 남자 아이가 들어오고 그 자리에 앚았던 남자분은 자리가 비었길래 앉은 거라며 계속 앉아 있었답니다.

전 아이들의 행동에 마음이 찹찹해지더군여. 커다란 남자였기 때문에 충분히 무서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커다란 목소리로 이약기하고 박수를 쳐대는 그의 모습에서 충분히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아직은 어린 아이들조차 그들을 그렇게 보는 시선이 좀 슬펐습니다. 아마도 주변에서 그런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또한 우리가 접하는 무수한 장애인들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몇몇 분들이 관계자분들에게 말하시더군여. 아이들이 무척 놀랐다며 이런 일은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의 말씀이었습니다. .. 또 슬퍼졌습니다.

문득 지난해 역사박물관에서 공연을 보았던 때가 생각났답니다. 그때도 장애인분들이 한10여명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남자아이가 한 다운증후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 옆에 앉았다가 얼굴을 힐끗 보더니마 바로 자리를 피해서 계단에 앉더군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냥 그들과 우리는 조금 다를 뿐이라고.. 그들의 삶은 조금 불편한 것뿐이라고.. 그렇게 타이르 둣 말하지 못하는 저의 용기없음이 미워졌습니다. 내가 먼저 나의 편견의 거울에 비친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눈쌀을 찌푸리며 거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탓하기 전에 나의 모습은 어떠했나.. 부모들의 모습은 어떠했나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의 눈에 너무 일찍 칸막이와 두려움을 심어놓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봅니다.

 

몇해 전 다운으로 태어났다 채 백일도 못살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 딸아이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너무나도 작고 여린 몸에 수없이 꽂혀 있던 바늘을 보며 흘렸던 친구와 우리들의 눈물.. 그리고 만약 지금까지 살았다면 그 아이와 엄마가 흘려야 했을 수많은 눈물.... 그리고 지금도 눈물흘리고 아파할 수많은 엄마, 아빠들이 있을 것을 알기에 가슴이 아픕니다.

전 그들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장애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불편할 것임을 잘 압니다. 그것을 그들이 느끼든 느끼지 않든간에.

그래서 그냥 조금 다른 것 뿐이라고..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듯 그냥 그렇게 조금 다른.. 그렇지만 똑같은 사람일뿐이라고 그렇게 말해봅니다. 그리고 좀더 많은 사람들이  "다름은 결코 틀림이 아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