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전(展)

방학 중에 한 번 다녀오면 좋을 전시로 준이네 담임 선생님께서 추천하셨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폼페이전.

개학날, 4교시 끝나자마자 급식도 마다하고 중앙박물관에 다녀왔어요.

아~급식도 마다한 이유가 또 있었다지요.

가는 길에 맥 도날드 Drive thru로 행운버거를 먹어야겠다는 꿍꿍이...?

엄마가 들고 간 핫독이랑 버거세트를 모두 먹어치우는 먹성좋은 아들.

일단 배가 부르니 말을 좀 잘 듣는 것도 같네요. 하하.

79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순간 묻혀 버린 로마 제국의 도시, 폼페이.

1550년 도메니코 폰타나가 사르노강 인근에서 수로를 내기 위한 터널공사를 하던 중 발견되었죠.

1748년에 부르봉 왕가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고,

1860년 주세페 피오렐리 교수에 의해 체계적인 발굴이 이루어졌답니다.

화산 폭발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생생히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캐스트 덕분에

폼페이 최후의 날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던 폼페이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잼터로 만나고 왔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관람객들도 무료주차가 불가하네요.

주차요금이 비싸진 않았던 것 같은데, 세 시간쯤 주차했더니 3천원 가량 나오더라고요.

주말에는 입장 대기줄이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저희는 그나마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줄이 그닥 길지 않았어요.

잼터의 고래쌤을 만난 아이들.

그냥 전시관람하러 가자고 하면 싫다는 준이, 그러나 잼터수업이라고 하면 쌍수들고 환영한답니다.

이티씨 카페를 통해 함께 모인 8명의 친구들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일단은 잼터 고래쌤이 들고오신 워크북을 가지고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스 로마신화를 만화나 책으로 많이 읽었던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로마에 대한 사전지식이 상당하네요.

로마의 건국 신화로 시작된 고래쌤의 설명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전쟁의 신 마르스가 아름다운 여인 레아 실비아에게 반해 사랑을 나누었고,

레아는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키울 수 없어 바구니에 담아 테베레 강에 버리게 되었다네요.

버려진 쌍둥이는 늑대에게 발견되었고, 늑대 손에서 용감한 청년으로 자라났는데

테베레 강가 언덕에 도시를 세운 형제 둘 사이에 다툼이 생겨 형인 로물루스가 동생을 죽이고,

도시를 세운 로물루스를 기념해 도시 이름을 로마라고 했다는 이야기.

로마가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음을 알려주기 위해

R 발음을 일부러 과장해서 굴려주시는 고래쌤~

초반부터 선생님의 위트있는 설명에 애들이 초집중을 합니다.

로마 제국은 지금의 이탈리아에서 나라를 세우고 유럽 전역을 정복한 대제국으로 성장했죠.

유럽 지도에서 장화 모양을 한 이탈리아를 보여주시면서,

폼페이는 바로 장화의 뒷굽에 해당하는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주시네요.

해양도시로 부잣집이 많고 신전도 많았던 폼페이.

로마는 다양한 인종도 받아들였지만, 다양한 신도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폼페이에 거주하던 인구는 2만명 가량이었는데, 이 중 8천명이 노예였다고 합니다.

첫 번째 화산 폭발로 만 명이 탈출하고, 2천명이 사망.

남은 이도 다 죽고, 1500년이 흐른 후,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발견된 당시에는

약 100년간 사람들의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네요.

그러다가 고고학자 피오렐리 교수를 지정하여 체계적인 유물발굴이 시작되었고,

그는 캐스트 기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죽었던 원형 그대로를 알 수 있게 만들었어요.

고래쌤의 설명을 듣다보니 폼페이전시, 얼른 달려가 직접 보고싶어집니다.

마음이 급해진 아이들, 약속이나 한 듯이 달려가고 있어요.

전시장 안쪽에서는 사진촬영이 불가해요.

이렇게 소중한 전시물들이니 관람시 주의해야 할 것들도 꽤 까다로왔고요.

볼펜을 손에 들고 있는다든지, 전시물 쪽에 가까이 기댄다든지,

전시장 안에서 전화통화나 너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 등등

다른 이들의 관람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동들을 삼가해야해요.

잼터 워크북 속에 상세히 설명된 유물들을 직접 만나러 들어가기 직전,

아~ 맘이 설렙니다.

도슨트는 하루에 5차례 준비되어 있는데, 주말에는 너무 혼잡해서 따로 도슨트가 없으니 참고하세요.

전시관을 돌면서 아이들에게 소곤소곤 들려주신 고래쌤의 설명에 저도 귀를 기울여봤어요.

전시관 내부 사진은 없으니 폼페이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몇 개 인용해 봅니다.

<배우와 비극가면>

로마에서 연극은 가장 많이 상연되는 공연이었죠.

배우는 대중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요.

공연 준비중인 배우가 등장인물의 가면과 그 가면을 든 예술의 여신에게서 영감을 얻는 장면을 그린 벽화.

가면의 입꼬리를 자세히 보시면 이 연극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있는데요...

입꼬리가 올라간 가면이면 희극, 내려갔으면 비극.

로마, 하면 콜로세움을 떠올리실텐데요, 상대가 죽어야만 게임오버되던 검투사 경기.

청동으로 만든 투구를 보며 아이들은 목숨 걸고 싸웠던 검투사들이 이해되지 않았나봐요.

목숨을 걸고 싸우는만큼  검투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었다는 고래쌤의 설명에

그제사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을 편히 살게 해 주고서 자신은 죽어버리는 거...너무 슬픈 일이네요.

황금팔찌가 나온 대저택에서의 삶과 예술을 엿볼 수 있었던 정원 프레스코.

이 정원 벽화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 축축할 때 물에 녹인 안료로 색칠을 했대요.

그 기법을 프레스코, 라고 한답니다.

총 길이가 약 10M에 달하는 이 벽화는 푸른 정원 안에서 노니는 새들과 분수, 사람 얼굴이 조각된 기둥 등이

함께 그려져 있어 실제 정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이에요.

이 시대는 우리 나라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수도는 커녕 우물조차 없던 우리나라와 달리, 로마는 수도 시설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집 안에 이런 분수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깜놀~!

다른 유물을 통해 공공장소에 목욕탕을 만들었다는 것과 밸브가 있는 물배관 등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네요.

<뱀 모양 팔찌>

뱀은 사실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요. 또 술과 축제의 신인 바커스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의 팔찌 안쪽에는 "노예의 주인으로부터" 라는 뜻의 라틴어가 새겨져 있어요.

노예한테 이런 금팔찌를 선물할 정도라면 그 주인의 부는 상당하겠죠?

<가룸을 담았던 항아리>

소금에 절인 생선을 발효시켜 조미료로 사용했던 로마인들.

그 조미료를 '가룸'이라고 불렀고, 사진 속 항아리는 바로 가룸을 담아 두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잼터 고래쌤은 '암포라'라는 항아리에 대한 설명도 해 주셨는데요,

암포라는 본래 부피를 세는 단위로, 2개의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대요.

포도주, 올리브유 등을 담거나 생선이나 과일을 운반하고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암포라.

로마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신을 숭배했고,

도시 곳곳에 많은 신전을 세웠어요.

폼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은 아폴로 신전이며,

사진은 아름다움과 사랑의 신인 비너스랍니다.

비너스가 바다를 지켜준다고 믿었기에, 강가에 위치한 폼페이 사람들은

바커스와 더불어 비너스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지요.

슬슬 사춘기에 접어드는 준이는 폼페이전시에 다녀오는 길에

남자들 고추는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서 전시를 하는 거냐고 볼멘 소리를 하네요.

사진은 술의 신 바커스에요. 아이들은 자꾸 바카스, 라고 해서 한참 웃기도 했고요.

로마에서 남근은 악마의 눈에 맞서는 행운의 상징물이라 여겼고,

폼페이전에는 로마의 성문화를 보여주는 전시물들도 꽤 많았는데

그 쪽 코너는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 구역이에요.

부모나 선생님을 동반한 아이들은 관람이 가능했지만,

고래쌤은 아이들 수준에서 봐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전시만 얼른 보여주고 나오셨다지요.

2천년 전에 이미 수술도구가 있었다...?

믿겨지시나요?

그리스로부터 전해진 고대 로마의 의술은 이미 외과적인 수술까지 가능했던 정도로 보입니다.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도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유골항아리>

폼페이 사람들의 장례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유물로,

당시 매장 뿐 아니라 화장을 한 후 이런 유리항아리에 넣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엔 유리조차 없던 시절에 실크로드 왕복만 5년이 걸리던 그 때에,

로마에서 유리를 어렵게 구해와, 혹 그 유리가 깨질 경우엔 금으로 수리를 할 정도로 귀했던 유리라고 해요.

아케이드 12에서 출토된 유골 32구로 제작한 캐스트에는

성인 20명, 청년 3명, 아동 2명과 유아 7명 등을 볼 수 있었어요.

웅크린 남자, 돼지, 여자, 경비견 등등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떤 기분이겠느냐 물으니

아이들 대답이 제각각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우리 준이더러 다시 한 번 질문했더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손사레를 치네요.

베수비우스 화산폭발과정을 소개하면서 전시는 끝이 나요.

AD 79년 8월 24일 PM 1~3시 :  화산분출 시작. 화산재가 폼페이와 주변지역에 떨어지기 시작해요.

PM 10~12시 : 자정이 다다르자 압력이 다소 약해지고, 첫번째 화쇄난류.

이 급류는 몇 분 만에 해안까지 밀려와 그 경로 모든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죠.

도시 전체가 폐허로 바뀌었어요.

8월 25일 AM 4~7시 : 네번째 화쇄난류로 거의 천여명 이상 사망.

AM 7~9시 : 마지막 화쇄난류가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를 급습하여

이미 검게 타버린 지역을 휩쓸며 남은 모든 건물과 생명을 파묻고 질식시킵니다.

AM 10~12시 : 드디어 폭발이 잦아들고 거의 하루 이상 재가 떨어져요.

화산폭발의 영향으로 강한 비가 쏟아지는데, 산사태가 일어나 헤르쿨라네움이 완전히 묻혀버렸어요.

딱 이틀만에 일어난 이 엄청난 사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완전히 잊혀질 수도 있었던 폼페이가

이런 유물들로 인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니 참 신기했어요.

전시를 보고 나왔으니 본격적으로 워크북을 활용한 마무리가 시작됩니다.

잼터 워크북은 언제봐도 참~ 만족스러워요.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을 뿐 아니라, 빈 칸을 만들어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게

재미있는 놀이터(잼터)라는 이름과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엔 고학년과 저학년이 섞여있었는데,

저학년 친구들이 행여 답을 모른 채 돌아갈까봐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고래쌤이에요.

카리스마와 위트로 큰 애들과 작은 애들을 두루두루 포용하신 선생님은

정말 최고였네요.

게다가 아이들 워크북에 미리 준비해 두신 개개인을 위한 퀴즈~!

준이에게는 대장간의 신, 불칸의 초성만 적혀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죠.

이런 재미난 수업이기 때문에 우리 준이 잼터라면 그렇게 좋아하는가봐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 by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 by 옥타비아누스

이 명언들, 기억나시나요?

로마 사람들은 주사위 놀이를 즐겨했다고 하는데요,

6이 3개 한꺼번에 나오면 "비너스!" 라고 외쳤다고 해요.

우리 식으로 하면 "대박~!" 쯤 되는 의미라고 배웠네요.

워크북을 꼼꼼히 정리한 후, 고래쌤은 우리 친구들을 위해 재미있는 놀이 하나를 제안하셨어요.

그건 바로 주사위 놀이.

주사위를 2번씩 던져서 가장 큰 숫자가 나오는 사람에게 "비너스~!" 라고 외쳐주기로 했지요.

폼페이 사람들은 저 주사위로 속임수 도박도 했다고 하던데..ㅋㅋ

전시장에서 본 구멍이 뚫린 주사위가 바로 속임수 주사위더라고요.

납을 넣어 무겁게 하고 원하는 눈이 나오게 했던 폼페이 사람들의 심정,

지금 이 심정 비너스~를 간절히 원하는 준이 마음에도 들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ㅋㅋㅋ

주사위 놀이의 승자는 6이 나왔던 x현이!

선물로 선생님이 꺼내주신 것은 포도맛 마이구미!

작은 선물 하나에도 다 숨겨진 뜻이 있답니다.

먹을 것 풍성하던 로마의 대표적인 농산물은 바로 포도였거든요.

누워서 포도를 먹다 다 먹지 않고 남은 것은 바닥에 버렸던 로마 사람의 영상을

전시장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먹을 것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먹을 때는 조금씩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고

더 다양한 음식을 먹기 위해 먹은 것을 토해내면서까지 먹었다던 로마인들.

이것을 상기시켜주시고자 선생님은 포도를 가져오고 싶으셨겠지만,

으깨지기 쉬운 포도보다, 그 의미만 담아서 마이구미를 가져오셨나봐요.



 

고래쌤과 함께 해서 더~더~ 즐거웠던

잼터 폼페이전시.

다음 번엔 우리 찬이랑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http://www.zaemteo.com/html/main.php

잼터 홈페이지에는 좀 더 다양한 체험학습 정보들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위 링크를 통해 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