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없이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에게 보라고 하면 무슨 내용인지 왜 보는지도 모르면서 엄마에게 이끌려 전시회나 미술관을 둘러보고 별다른 감상없이 빠져나오는 걸 몇 번 겪고 난 뒤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의 방문은 의미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좋은 예술 작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줄어들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방문하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창의 수업을 하는 뮤지엄러브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수업으로 즐겁게 경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인데 아이들에게 좋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이라는 전시회를 선택했습니다. 가기 전 아이와 폴란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기 전부터 아이에게 부담주는게 싫고 또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사전 정보 없이 아이를 보냈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조금 지각하고 말았어요.. 계속 문자 보내주시고 연락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수업을 듣는 팀들이 굉장히 많네요. 제가 앉아서 책을 보는 곳 옆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뮤지엄 러브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시간 수업인데 처음 20분은 사전 수업이 그 뒤 60분은 전시관 관람 30분 워크북 활동 10분은 부모님에게 설명하는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10시에 시작해서 11시 50분에 아이들과 헤어진 장소에서 다시 만났는데 큐레이터 선생님께서 오늘 본 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워크북의 내용과 아이들에게 알려준 내용을 부모님들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아무래도 아이들 대상 수업이니 보호자에게 이렇게 설명을 해주시면 아이들과 대화하기도 좋죠.

아이에게 수업이 어땠는지 묻자 아이는 그동안 봤던 어떤 전시회보다 좋았다는 평을 하네요. 아이가 수업시간에 사용했던 팜플렛, 색칠공부, 워크북을 가져와서 우선 워크북을 살펴봤습니다. 워크북의 내용을 보는 순간.. 제가 아이를 기다리면서 봤던 그 어떤 단체보다 훨씬 수준높고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서 놀랐습니다. 보통 복사용지같은 걸 주시고 요점정리처럼 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보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뮤지엄러브에서는 작은 팜플렛으로 되어 있어서 소장가치도 있겠어요. 작은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구요. 아이에게 전시회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는데 워크북을 보니 엄마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설명과 예술품에 대한 설명이 워크북만 봐도 이해하기 쉽게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게 되어 있네요. 워크북을 통해 아이들이 전시회에서 봤던 부분을 다시 한번 알아가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고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같이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감상문 쓰기까지 ^^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워크북을 통해 좋은 전시회를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여서 아이에게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폴란드에 대해 전혀 몰랐고 관심이 없던 아이가 인물을 통해 역사를 통해 폴란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어서 한번밖에 체험하지 못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6개월 단위로 정규반도 운영을 하고 있네요.. 이럴때는 정말 지방사는게 너무 서러워요......  오랜만에 아이에게 너무 좋은 체험을 해줘서 저도 많이 뿌듯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