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면서
준비한 오페라 <맥베드>.
평소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좋아했던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가
영감을 받아 재탄생시킨 비극의 오페라 <맥베드> 를 원작도 읽어보기 전에 만났습니다.
사실 가열찬 의욕으로 이 오페라를 보기 전에 원작을
열린책들의 "맥베스" 로 읽으려고 했었어요.
공연장에 미리 한시간반쯤 전에 도착해서 책으로 다 읽고 오페라를 보리라~~~ !!
그러나 이런 저의 포부는 꽉 막힌 교통체증으로 물건너 갔습니다. ㅠㅠㅠ
2시간 30분을 운전해서 겨우겨우 공연 직전에 도착했어요.
그나마 공연 시작하면 처음부터 보지도 못하게 되는것이니 다행이라고 해야할 판입니다.^^;;
원작은 그래서 오페라로 먼저 만나보고 나서 보기로 했죠, 뭐....
총 3부에 걸쳐서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는데요.
1막과 2막은 각각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고
3막과 4막은 3부에서 보여주네요.
3부까지 나뉘어져 있어서 중간 쉬는 시간이 두번씩이나~~~
쉬는 시간 두번 있었던 공연은 첨입니다.^^
그래서 끝나는 시간이 더 늦어지긴 했어요.
세종문화회관대극장의 2층은 적당히 경사져 있어서
앞 사람때문에 안 보이는 불편함이 그리 많진 않은데요.
등받이에 대지 않고 몸을 앞으로 하고 있으면 좀 보이지 않아요.
공연중 매너로 몸을 앞으로 숙이지 않고 보면 좋은데 그게 서로의 약속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게 아니어서
가끔 그렇지 않은 분들 있으면 참 얘기하기도 뭐하고 불편하긴 하지요....^^;;
이런 것때문에 공연은 무조건 VIP석이 진리. ㅎㅎㅎ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쓰여진 작품 <맥베드> 는
1847년에 초연되었던 작품이더라구요.
맥베드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맥베드의 인생은 그 전과 후로 나뉘게 됩니다.
처음부터 왕의 자리를 탐냈던 맥베드가 아니었건만
마녀들의 예언을 믿고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잠자고 있던
인간의 탐욕이 고개를 들게 되는데요.
마녀들의 예언, 이 한가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맥베드의 손에 죽게 되고
왕이 된 후에도 맥베드는 미쳐가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맥베드와 맥베드 못지 않게 탐욕스러움을 보여주는 맥베드의 부인을 통해서
셰익스피어가 보여주고자 하는 권력에 중독되어 결국은 파멸로 치닫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
마치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그의 주변인사들의 탐욕스런 모습은 아닐런지요~~~
왜 그리 늘 불안해하며 자신의 권력과 위치를 지키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양심과 명예로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거 같은데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린 물질과 권력의 어둔 그림자의 유혹들을
나약한 인간들은 그토록 뿌리치기 힘든 걸까요??
왜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들만 생각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페라 <맥베드> 를 보면서 현 시국을 대입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던 공연이었어요.
오페라의 독특한 화법들 중에서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나를 죽이지 않는다....
베르디가 한 말입니다.... 모든 인간은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것이니
자신을 죽이는 사람은 없다는 뜻과 다름이 아닐텐데....
이런 화법들, 또는 아주 날카롭게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심들을
비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시" 같은 어휘들도 등장하구요.
어쩜 대사들을 저렇게 썼을까 노래로 지나가는 말들이지만
오페라는 몇번을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거 같아요.
오페라만의 특징을 <맥베드> 통해서 또 한번 느끼고 왔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바리톤 김태현, 소프라노 정주희가 맥베드와 맥베드 부인을 맡아 연기했는데요.
두 사람의 비중과 더불어 비운의 반코 역도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더라구요.
무대연출 역시 회전하는 무대중앙에서 오페라 가수분들과 합창단들이
불러주는 노래소리가 더욱더 웅장하게 들리고 멋졌습니다.
오랜만에 오페라 <맥베드> 를 통해서 평소에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던
맥베스를 이번 기회에 완독해볼 요량입니다.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보내준 이벤트당첨선물로 열린책들의 맥베스도 있으니
잊기 전에 바로 읽으러 내일이라도 동네 스타벅스 가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 마시면서 읽고 와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