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주위가 검은 탄광촌인 영국 페니스톤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Brian Wildsmith·1930~)는 어린시절 무채색 속에서 느낀 색깔의 갈증을 그림책에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책들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환상적 색채로 가득합니다. 

1960년대까지 흑백이나 단순한 색채의 그림책이 유행하던 영국 어린이책 시장은 ‘색채의 마술사’인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등장으로 인해 색채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존 버닝햄, 찰스 키핑과 함께 영국의 3대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그는 데뷔작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ABC’로 영국 최고의 그림책 상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채들은 아무리 단순한 이야기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미 알려진 옛날 이야기를 패러디해 색채의 옷을 입히는 작업으로 여러차례 주목을 끌었습니다. 잭과 콩나무를 패러디한 ‘잭과 못된 나무’,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노아의 우주선’, 미운 오리새끼에서 힌트를 얻은 ‘펠리컨’ 등이 그것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바람과 햇님’ ‘팔려 가는 당나귀’ 같은 우화는 비교적 옛이야기를 그대로 살려 색채의 마술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글을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린 작품들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환상적 색채를 돋보이게 하는 글솜씨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회전목마, 서커스, 펠리컨, 데이지, 잭과 못된 나무(시공주니어), 바람과 해님, 달님이 본 것은, 다람쥐, 토끼와 거북이(보림), 팔려가는 당나귀,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산양을 따라갔어요(비룡소)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