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그림자가 되어 2015-04-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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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그림자가 되어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자기 자식을 shadow(그림자)해도 되겠느냐고 전화를 해오는 미국 부모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카운슬러로 부임했을 때만해도 저는’부모가 자식을 shadow하겠다’는 말의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네? 아이의 그림자를 어떻게 하겠다 구요?”하고 웃지 못할 질문으로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곧 부모가 자식을 shadow하겠다는 말은 단어 뜻 그대로 자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겠다는 의미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성적이 계속 부진하든지, 수업시간에 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지 못하든지, 숙제를 제시간에 제출하지 않는다든지,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이 방법, 저 방법을 사용해 보아도 별효과를 보지 못할 때, 거의 최후의 수단으로 학교에 아이를 쫓아와 마치 아이의 그림자처럼 온종일 쫓아다니며 감시를 하겠다는 ‘shadow하겠다’는 말의 뜻이 었습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저는 일단 학생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각 과목 선생님들의 교실을 찾아 다니며 선생님들의 승낙여부를 여쭈어 보는데 한번도 귀찮아하거나 부모님의 요청을 거절한 선생님을 본적이 없습니다. 거절은 고사하고 “그래요? 물론이지요! /당연하지요! 언제고 오시라고 하세요!”/”부모님께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등등 너무나도 반갑고 긍정적인 반응뿐입니다.


나타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아침 등교시간에 맞춰 자녀와 함께 등교한 부모들은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 화장실 동행, 점심시간에는 같이 줄을 서서 자식의 친구들과 함께한 테이블에 앉아 점심까지, 체육시간에는 옷을 갈아입는 라카룸까지, 말 그대로 그림자보다 더 악착같이 아이를 쫓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쉽게 쉴 수 있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원하고, 어떻게든 부모와 거리를 두기 원하는 많은 아이들은 부모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마치 극약 처방주사를 한방 맞기라도 한듯, 하루 이틀이면 두 손을 싹싹 빌며 부모에게 투항을 하고 제 할 일에 충실해지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진기한 현상을 저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전에 상담하던 중 어느 미국인 엄마가 제게 “아이를 키우는 건 전쟁과 같아요!”라며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한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때로는 전쟁과도 같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가끔 듣게 되는.”나는 부모로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우리 아이가 모든걸 다 잘아서 혼자 잘 커줬어요.”하는 극소수의 행복한 부모들을 빼놓고는 우리는 모두 자녀들을 좀더 바르게, 좀더 훌륭한 아이로 키우고자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전쟁은 말로만, 생각으로만 치르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타협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하나의 방법일수 있겠으나, 이 전쟁을 무난히 치르기 위해서는 아이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극단적인 전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인 학생들을 대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말중 하나가 ‘우리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만날 야단만치다’는 것입니다.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철없는 자녀의 속상하고 안타까운 말 같지만, 현실은 이제 말로만으로는 우리 자녀를 키우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언가해야만 합니다. 자녀들에게 보여주어 야합니다.


그것이 학교에 나가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것이든, 아이와 함께 저녁식사 후 테이블에 앉아 같이 신문이라도 읽는 것이든, 한마디도 이해가 되지 않아도 학교에서 주최하는 모든 학부모미팅에 앉아 있다가 오는 것이든,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이름, 카운슬러 이름이 뭐냐고 아이들에게 새삼스레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것이든,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집에 불러다 놓고 라면이라도 같이 끊여 먹는 것이든,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치한 영화라도 한편같이 보는 것이든, 무엇이 되었던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뭘 그렇게 까지 꼭해야하나? 다 자기들이 알아서 잘 크겠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을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의 의무를 몸으로 실천해보려고 20년, 30년을 거꾸로 돌아가 자녀와 같이 학교에 등교를 하고 있는 미국 부모들이 바로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아이들을 더 많이 대하면 대할수록, 교육 일을 하는 햇수가 더 해가면 갈수록, 자녀교육은 저절로,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슴 깊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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