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수업 끝나고 큰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엘 갔다 원래 끝나는 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가게 되었다 일월중에 있을 재롱잔치를 위한 연습을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연습해야한다고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오늘은 그냥 데려가겠다고 했다 아이가 자기 반으로 옷과 가방을 챙기려 간 사이 나머지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문을 닫아주고 기다리는 동안 지켜보게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지도하는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 소고를 이용한 무슨 전통춤을 연습시키고 있었다.... "제대로 해! 빨리 나오지 말고 둘이 시간에 맞추어서 나오란 말이야... 그렇게 하지 말라니까...왜들 그래 엉?...." 아주 짧은 시간, 그것도 학부모가 지켜보는-일부러는 아니래도-가운데 선생님은 고성에 가까운 소리로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또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지도?에 익숙해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따사로운 햇살이 좋았다 "재롱잔치 연습하는거 좋니?" "응....."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을 한다 "뭐가 좋아?" "그냥...아빠 집에 있어?" "어...." 정말 아이는 좋은 걸까? 알 수 없다 저녁이 되어 밥을 먹고 일찍 재우려고 이닦고 세수하고 잠자리로 누웠다 다시 재롱잔치 얘기가 우연히 나왔다 "재롱잔치 연습할 때 선생님이 막 화내고 그러니?" "어..잘해야 된대.." "왜?" "몰라 자꾸 묻지마" "아냐 못해도 괜찮아..." "아니야 선생님이 잘해야 된다고 했단 말이야 나 큰해바라기 잘 못해 그래서 작은 해바라기 한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큰해바라기 하라고 했는데 내가 율동 잘 못하니까 작은 해바라기 한다니까..." 순간 얼마전에 아이 선생님이 우연히 한 말이 생각났다 대사도 길고 비중?있는 역을 하게 될테니 결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의...그냥 지나가는 대답으로 네 하고 말았다 작년에 아무것도 몰랐다가 재롱잔치라는 걸 가게 되고 우리 아이가 동시를 하고 율동을 하는 걸 보면서 좋아라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아이들의 기분과 상황과 선택과 관계없이 한해를 결산하며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려는 지극히 전시적이며 또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듣지 않아도 될 야단과 하지 않아도 될 연습에 희생당하고 있음을 알고 난 후 그런 어린이집의 활동에, 특히 재롱잔치니 작품전시회니하는 일에 회의를 가진 탓이었다 그렇다고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에 빠질수도 없고 해서 그냥그냥 넘어가는 어정쩡한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가 무슨 역을 맞든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거의 매일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가는 엄마를 열성엄마파트에 끼워 넣었는지 그런 말로 재롱잔치를 기대케 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차시간 맞추는게 여간 고역이 아닌 탓이었건만... 어째튼 큰해바라기에서 작은해바라기로의 변화로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아이가 또래아이의 활동을 따라가지 못하는거 아닌가 하는 잠시잠깐의 염려...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아이가 혹 이 사건?으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 재롱잔치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내 아이가 괜찮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지는 않았나하는 이율배반적인 감정들....에고고........머리에 쥐날라... 결론은 어눌한 우리 다섯살 아들..이제 두번만 자면 여섯살 된다고 신나하는 아들.. 큰해바라기든 작은해바라기든 무엇을 하든 즐겁고 신나게 했으면 하는 거다 내 보기에는 하늘만큼 땅만큼 예쁜 아이지만 그저 또 평범하고 어떤 면들에서는 부족하기도 하기에 애닮은 마음도 든다 이제 글자를 알고 숫자세기를 좋아하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그런 일들로부터오는 스트레스가 없었으면 한다 잘 못해도 된다는 나의 말이 진심이길 간절히 바라고 엄마의 말이 마음과 동일함을 알고 그저 여섯살 아이의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어린이집 재롱잔치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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