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약 13년전,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았던 1996년 어느 날, 남편의 지도교수님께서 학생들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저는 가방에 고이 모셔갔던 정장을 꺼내서 다렸죠. 그래도 지도교수님이 초대를 하셨는데 간소한 정장이라도 입고 가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죠. 영어도 잘 안되고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나름 정장을 입고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베이지색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반갑게 저희를 맞아주시는 교수님을 바라보며 저는 속으로 절망했습니다. 오늘 내 패션의 컨셉은 대체 뭐란 말인가? 미국 정통 음식으로 저녁을 먹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집 뒷마당 덱(deck)에서는 치킨 바베큐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는 플라스틱 1회용 접시, 컵, 소다, 감자칩, 과일등이 놓여져 있고 대충 알아서 접시 하나 집어서 바베큐 담고, 음료수 들고 자리잡고 먹는 분위기였죠. 아시죠?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쉽게 얘기하면 피크닉 분위기죠. 어느정도로 편한 자리였냐면 밥을 다 먹고 수박을 먹는데 연세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식칼을 들고 오시더니 쓱쓱 잘라서 칼로 푹 찍어서 하나씩 주는겁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저만 혼자 정장을 입고 왔더라구요. 저는 밥을 먹는 저녁내내 불편했고, 지도교수님의 콧수염때문에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도 그 분의 말씀이 거의 들리지 않아 대충 알아 듣는 척 웃느라 입에 근육이 마비 될 정도였죠..^^ 제가 처음으로 미국 가정에 초대 된 날의 에피소드는 대충 이렇습니다. 문화가 다르니 가장 쉽게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의복 문제인것 같습니다. 어떤 자리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참 어려운거죠. 공식적인 자리에는 그래도 dress code라는게 있어서 정장인지 캐쥬얼인지 지정을 해 주지만 비공식 자리에는 대충 눈치나 경험으로 알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학교 상담일(conference day)에 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도 나름 깨끗하게 입고 가는데 미국 부모들은 그냥 청바지,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구요. 물론 정장하는 사람도 있고, 일하다 온 사람도 있긴 하지만요. 어떤 엄마는 한 여름이라 탱크탑까지 입고 오는걸 봤습니다. 잘 차려 입어야 하는 곳에 너무 편하게 입고 가는 것도 문제지만 편한 자리에 혼자 잘 차려 입고 가는것도 참 뻘쭘합니다. 아이들 학교에 가 보면 미국 아이들은 정말 편한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오는 반면 한국 아이들은 가끔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오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이쁘긴 한데 불편해 보이고 왠지 어색해 보이더라구요. 미국에서 사람들의 옷 입는 문화를 보고 느낀건 평소에는 정말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반바지를 즐겨입다가 무슨 중요한 자리가 되면 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있다거나 결혼식, 교회를 갈 때 등 갖춰 입어야 할 자리가 되면 평소에 편하기 그지 없던 패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입고 오는 것을 보고 저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에티켓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예를들면 평소에는 큰 형부터 물려입었을 듯한 낡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던 아이도 학예회때는 깨끗한 남방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참 이뻐보였습니다. 가끔 정장 스커트를 입고 까만 스타킹에 하얀 조깅운동화를 신고 아침에 출근하는 여자분들을 보신적이 있나요? 처음에는 저도 도대체 무슨 컨셉이며 조화인지 황당했었는데 알고보니 오피스에 가서는 하이힐로 갈아신고 출퇴근때 걸을때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뉴욕에 가도 이런 사람들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전 직접 안 봐서 모르겠지만요. 미국 대학 캠퍼스에 한번 가보세요. 긴머리 찰랑찰랑 정말 젊고 예쁜 여대생들을 보면 이쁜 구두 보다는 편한 운동화와 청바지 또는 반바지 그리고 탱크탑을 즐겨입는 모습이 발랄하고 예뻐보이더라구요. 그 차림으로 남학생들하고 함께 운동도 하고 잔디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이 전 어찌나 이뻐보이던지…아마 젊어서 이기도 하겠죠? 이렇게 남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기 실속을 차리면서 예쁘게 멋을 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제일 많이 보는 패션은 청바지에 면티, 베이지색 반바지에 면티, 그리고 하얀 워킹운동화인것 같아요. 그 차림으로 공원에 나와 가족과 함께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모습이 저는 참 멋져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그 운동화 위로 살짝 올라온 앵클 양말도 센스있어 보이구요. (제발 하얀 운동화에 검정양말은 피해주세요~.) 이 차림은 평소에나 피크닉때의 차림으로 많이 볼 수 있구요. 테마가 있는 파티나 모임에 갈 때 간단히 센스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할로윈 파티에 갈때 굳이 내가 직접 참여하는 파티가 아니라 아이들 파티를 도와주러 갈수 있잖아요. 그럴때 그냥 아무 옷이나 입지 말고 할로윈 테마와 어울리는 오렌지나 검정색 티셔츠나 아니면 그냥 티셔츠에 할로윈 주제가 있는 악세서리를 달고 가는 것입니다. 예전에 할로윈 파티 자원봉사 갔었는데 다른 미국 엄마들은 모두 오렌지색, 검정색 옷을 입거나 옷에 거미브로치를 달고 와서 작게나마 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저만 혼자 덜렁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갔었답니다. 할로윈 악세서리 하나에 1-2불이면 사는것도 많은데 말이예요. 몰랐던 거죠. 자원봉사 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도 시즌마다 그 색에 맞춰 옷을 입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너도나도 빨강, 초록색옷을 많이 입고 귀걸이나 브로치등 악세서리도 크리스마스 관련 주제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분위기도 내고 센스를 발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St. Patrick’s day 에는 초록색이 들어가 있는 옷을 입어주는 센스. 미국에 사는 동안 아마 여러 자리에 가셔야 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 모임, 운동팀 파티, Neighborhood party, 크리스마스 파티등…우리가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자리도 있고, 늘 경험해 왔던 자리이지만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 할 지, 선물은 어떤 것을 들고 가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방법은 경험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쉬울것 같구요. 이제부터는 티비를 볼 때나 주위에 비슷한 모임을 보게 될 때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 유심히 보시면서 적당한 옷 차림으로 그 모임이 더 즐거울 수 있게 문화를 익히시는건 어떨까 싶네요.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사진은 일반적인 미국가정파티의 모습입니다. 정장을 입은거 보니 편한 모임은 아닌것 같네요. 그냥 참고로 하나 올린거예요~) |

쑥쑥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