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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연구원 자료에서 퍼왔습니다.
*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문자 언어 교육
이주영 (삼전초등학교 교사, 공동육아연구원 자문위원)
1. 문자 언어 교육에 대한 내 생각
- 나는 사람이 뭇 짐승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을 때 대개 다음 세 가지를 보기로 든다. 도구를 쓸 수 있는 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 기능, 웃음의 다양성이다. 간혹 불만스럽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느끼고 생각하는 사고 능력은 빼느냐고. 나는 대답한다. 나는 그걸 알 수가 없다고. 내 능력으로는 아직 인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개가 사고하는지 안 하는지, 토끼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지렁이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알 수가 없노라고. 아니, 사실 나는 그들도 우리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사고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지, 정신과 영혼의 세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하고 이에 상당히 긍정적인 대답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향노루의 눈을, 개의 눈을, 토끼의 눈을, 새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의 맑은 눈에서 어린아이의 눈을 만났다.
- 사람들은 특별한 장애가 있는 경우를 빼고는 누구나 언어 기능이 있다. 그런데 헬렌 켈러는 그 모든 장애를 이겨내고 언어 기능을 획득했다. 곧 사람은 누구나 언어 기능이 있고, 어떤 장애도 이를 억누르거나 빼앗을 수는 없다. 빼앗겨서도 안 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를 빼앗기거나 억눌린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사회는 사람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보면 언어 기능의 신장 수준이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 개인과 개인이 속한 사회의 수준을. 나는 이런 까닭으로 인류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과 교류를 통한 해방의 역사'로 보고 있으며, 그 해방의 단계를 가늠하는 기본 척도로 개인과 사회 언어의 양적 질적 발달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 언어는 말과 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로 나눠서 생각한다. 나는 음성 언어가 삶의 중심일 때를 '말의 시대'라고 하며, 문자 언어가 삶에 끼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는 근현대를 '글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앞으로는 '영상 언어', 곧 '그림의 시대' 또한 다시금 고대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고 보지만 문자 언어의 힘, 곧 '글의 힘'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 문자 언어 요소는 소리(말)·뜻(느낌과 생각)·형태(글자)인데, 형태가 다른 두 가지를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글자들이 모여 문장을 이룬다. 문장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 문자 언어가 된다. 이 문장을 얼마나 자유롭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느냐, 곧 문자 언어 표현을 얼마나 자유롭고 정확하게 하느냐가 오늘의 주제인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문자 언어 교육이다.
- 문자 언어의 발달과 이를 돕기 위한 교육은 '보기-보여주기, 듣기-들려주기, 말하기- 들어주기, 그리기-함께 느끼기, 읽기-좋은 책 주기, 쓰기-의미를 이해하기' 단계로 진행된다. 이 과정은 연령에 따라 직선 단계로 발달되면서 동시에 복합 활동에 의한 총체적 승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전자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언어 기능의 유전설, 후자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언어 기능의 환경설에 의존한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언어 기능 유전인자가 있으며, 언어 지식을 내재하고 있고, 이를 재현하도록 도와주는 일, 자연스럽게 재현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여기에 새로운 언어 기능과 언어 지식을 더해주는 일, 그리고 언어를 통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경험하도록 이끌어주는 일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본다.
2. 문자 언어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
- 쥐의 경우 처음 태어났을 때 앞을 보지 못하는데, 앞을 보기 시작하면서 뇌의 중추 내 신경세포 접촉 수가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쥐의 눈을 가려 계속 못 보게 하면 뇌 중추 내 신경세포의 접촉 수가 처음과 같이 아주 적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몇 주 뒤에 가린 준을 풀어 주었지만 그 손상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해졌다. 인간의 경우에도 어떤 이유에서든 생후 최초의 기간에 시각적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이와 유사한 장애가 일생 동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최초의 기간이란 3개월까지를 의미하고 있는데, 나는 사람은 시각 중심 시기가 길고, 그 동안은 이러 관점이 유효하다고 본다(사고와 학습 그리고 망각, 프레데릭, 범양사. p39).
- 언어는 인간의 경험 속에 아주 단단히 짜여져 있어서 언어 없는 생활이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아마도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든 두 명 이상의 인간이 모이면 그들은 곧 말을 주고받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화할 상대가 없으면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심지어는 자신이 기르는 식물에게까지 말을 건다. 우리의 사회관계 속에서 승리는 재빠른 자의 것이 아니라 언어적인 자의 것이다. 즉 승리는 매혹적인 변사와 달변의 바람둥이 그리고 완력으로 상대가 안 되는 부모와의 싸움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마는 설득력 있는 아이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뇌 손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실어증은 어떤 병보다도 참혹하게 느껴지는데, 심한 경우 가족들은 그 사람이 완전히 영원히 사라졌다고 여기기도 한다(언어 본능, 스티븐 핀커, 그린비. p18).
현세기에 들어와서, 언어가 본능과 흡사하다는 가장 유명한 주장을 한 사람은 복잡한 언어체계의 베일을 벗긴 최초의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촘스키(Noam Chomsky)다. - 1950년 대 사회과학은 스키너(B. F. Skinner)에 의해 대중화된 행동주의학파의 지배하에 있었다. 행동은 쥐가 막대를 누르거나 개가 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것과 같은 자극반응이론의 몇 가지 법칙들로 설명되었다.
-촘스키는 언어에 관한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에 주의를 환기 시켰다. 첫째는 사림이 말하거나 이해하는 모든 문장은 사실상 우주 역사상 최초로 출현하는 완전히 새로운 단어조합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반응의 집합이 될 수 없다. 분명히 우리의 두뇌에는 한정된 단어의 목록으로부터 무한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책이나 프로그램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정신적 문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두 번째 근본적인 사실은 어린아이들이 이 복잡한 문법을 재빨리 그리고 공식적인 교육 없이 습득한 뒤에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소설 속의 문장구조들을 모순 없이 해석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들은 모든 언어의 문법에 공통적인 하나의 설계도, 즉 부모의 말에서 통사적 유형을 여과해 낼 수 있게 해주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을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촘스키는 주장했다(p25-26).
- 행동주의 이론을 읽기에 적용해 보면, 처음에는 가장 작고 단순한 행동을 가르치고 점차 복잡한 행동을 가르치게 된다. 예를 들어 'ㄱ ㄴ ㄷ ㄹ'같은 철자를 가르치고 '가 나 다' 음절을 가르치며, 그 다음에 '가방, 나비'같은 낱말을 가르친다. 이렇게 (*모든) 학습은 언어 단위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취하게 된다. 이들의 관점에 의하면 부분을 모두 모으면 하나의 전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단체는 단순히 부분의 집합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그러나 형태 심리학적 관점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형태(Gestalt)라는 말은 독일어로 '통합되어 있는 전체'를 일컫는다. 이들의 관점에 의하면 학습은 전체로부터 부분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젊은 귀부인과 늙은 노파로 보는 두 가가지 지각) 형태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극에 의존에서 '보기'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설'에 의존해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설은 우리의 배경 경험이나 필요, 관심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또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우리 머리는 전체를 기반으로 해서 부분을 지각하게 된다. - 곧 이들의 관점에서는 단순히 부분을 모았다고 해서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자와 학, 학과 깃털) 이렇게 형태 심리학자들은 학습은 전체에서 시작해서 부분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교과 교육과 통합 교육) (읽기 교육의 이해, 이재승, 우리교육. p21-23).
- 프랑스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대 시인들의 문학적 향기가 가득 찬 작품을 줄줄 외우게 한다. 하루는 영재에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나 알고 외고 있니?'하고 물어 본적이 있다. '선생님이 뜻을 여러 차례 설명해 주어서 다 알아요. 얼마나 근사한 시인지 오히려 아빠가 알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에 어디 한번 천천히 외워 보라고 했다.
가을 안개 속의 정원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
말라빠진 마지막 잎사귀가
앙상한 가지에서 떨어진다.
마지막 잎사귀는 천천히
눈으로 볼 수 있게 떨어진다.
고동색 잎사귀는 참나무
빨간색은 단풍나무 잎사귀
그러나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
햇빛이 자연으로 윤택하게 하면
장미빛으로 염색된 대기 속에서
고동색의 눈이 쏟아지는 듯하다.
이런 내용의 19세기 프랑스 시인 프랑스와 꼬삐의 작품을 줄줄 외던 영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알퐁스 도데, 자크 부네빌, 보들레르 같은 대시인의 작품에도 친숙해졌다. 선생님들은 좋은 문장이나 시를 외도록 교실에서 철저히 교육하고 숙제를 내준다. 집에 돌아와서 식사 때는 물론 목욕탕에 들어가서도 초등학교 꼬마들이 어떤 때는 큰 소리로 또는 작은 소리로 문장이나 시를 암송하는 것은 프랑스 특유의 교육방법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은 좋은 문장이나 시를 학생들에게 암송시킴으로써 초보적인 문법이나 동사활용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한다. 이와 같은 외기 과정을 통해서 초등학교 어린이들 머리 속에는 수백 개의 기본 문장이 들어가서 필요할 때마다 즉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초등교육, 신용석, 홍성사. p77-79).
- 유아들이 바깥에서 모래 놀이 또는 수작업 등의 활동을 하고 나면 그들은 오전 시간의 마무리를 위한 동화 모임을 하기 위해서 모인다. 이 모임은 아주 조용한 노래를 통하여 유도된다. 이 노래는 경청의 자세를 준비하여 준다.
경청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것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의 문화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이 동화 모임은 이러한 사라져 가는 문화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발도르프 유치원에서는 동화를 책을 가지고 읽어주지 않고, 단지 이야기를 한다. 그 때에 어른과 유아 사이에는 책이 놓여있지 않고 그들 사이에는 인간적인 직접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똑같은 동화를 매일 2주에서 3주 동안 계속해서 반복하여 이야기한다. 그때는 단어 하나 틀리지 않게 열 번에서 열 다섯 번이나 이야기한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듣기 좋아하지만 유아는 물론 나이 든 노인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해서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자기 확인을 경험하게 된다 (21세기 유아 교육 모델로서 자유 발도르프 유아 교육, 곽노의, 밝은누리. p104-105).
슈타이너(R. Steiner) 학교에서는 어린이들한테 문자 언어를 시기보다 일찍 강제로 각인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들이 이빨을 가는 시기를 새로운 탄생의 시기로 보고, 이 때를 말에서 글로 넘어가는 시기로 본다. 곧 이 때부터 문자 지도를 한다. 문자 지도를 1학년부터 2학년까지 2년 동안 하는데, 대개 알파벳 한 자를 한 달 가까이 가르치는 것 같다. 그것도 몸 움직이기-줄긋기-그림 그리기 - 그림에서 찾아내는 문자-문자를 간직한 그림 -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많은 낱말 - 그 알파벳이 들어가 완성된 아름다운 문장들을 되풀이해서 경험하도록 하면서 가르친다. 그리고 우주의 신비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역사가 담긴 한 가지 시를 1학년부터 8학년까지 날마다 아침 공부 시작 때 즐겁게 낭송하며, 그밖에 많은 시들을 낭송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도 교사가 하루 일과를 동화 읽어주기-이야기 들려주기로 끝내고 있다. 그 방법이 대체로 웅장하고 장엄하다 (내가 한 달 동안 견학하면서 본 모습).
- 어린이들 삶의 세계에는 우리 어른들의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진실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또 무한히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들이 자기 경험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 자라나고 또 그것이 그대로 놀라운 글이 되는 것이다. - 쓰고 싶은 것을 쓰게 해야 한다. 쓰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글을 쓰는 데 기쁨을 느끼는 아이만이 글을 쓰는 데서 성장한다. 글은 자기현시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고 쓰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고, 쓰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쓰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지도 기술이다. -글쓰기 교육이 곧 인간 교육이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생활을 가꾸어 나가는 일을 떠난 어떤 글쓰기 교육도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교육이 된다는 것을 여기서 깨닫는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이오덕, 한길사. p17-21)
3. 문자 언어 교육의 길
- 옛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쓰다듬고 보듬어주기, 보여주기, 들려주기
- 자연 속에서 놀기, 자연과 이야기 나누기(공동육아연구회 회보, 나들이 과정)
- 들어주는 것을 으뜸으로 하는 마주 이야기(*박문희, 이철국 사례)
- 몸으로 느끼는 글자, 눈으로 익히는 글자, 손으로 그리는 글자, 그리고 읽기와 쓰기
(*새 발자국, 사과나무밭 달님 어린이 이야기. 슈타이너 교육)
- 솔직하고, 정확하고, 자세히 즐겁게 쓰기, 그리고 가치 있는 글쓰기 (*한국글쓰기연구회)
- 자유롭고 즐거운 좋은 책 읽기. 그리고 이해, 해석, 분석, 비판, 창조하는 책읽기(*어린이도서연구회)
-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문화·예술 경험하기, 교육·문화 공동체 창조하기
| [일반]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문자언어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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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주원맘 등록일 2000-12-20 20:47 조회수 1,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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