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 2004/03/04 2004-03-05 01:21
1719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44/104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오후 늦게부터 소리도 없이 눈이 내렸다

은창이가 마음이 들썩였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한떼의 개구진 녀석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러움이 잔뜩 묻어난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혼자 놀이터에 내보내 보았다..
녀석 좋으면서도 옆집 개가 나오면 어쩌지 하며 걱정이다
(은창이는 강아지조차 펄쩍 뛰며 무서워한다 ㅠㅠ)

창문으로 내다보니 놀고 있는 아이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그저 바라다 보는 모습이다..

"얘들아..저 애도 좀 껴주라...
너네들 노는 거 보고 나간거란다..."

아직까지 어른의 말은 힘이 있다..
금방 섞여서 가위바위보도 하고 미끄럼도 하고...신이 났다..

한 삼십분 놀다온 녀석이 땀과 눈에 젖어 생쥐꼴이다..

저녁이 되어갈수록 눈은 더욱 내리고 그새 엄청난 양이 쌓이기도 했다
저녁 나절 내내 두 꼬마는 부엌 창문에 고개를 디밀고
점점 눈 속에 묻혀가는 놀이터의 형체에 신기해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한번씩 가보고
책을 뒤적이다가도 한번 가보고
노래를 듣다가도 가보고...
마음이 온통 눈에 쏠렸다^^

회식으로 늦을 줄 알았던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다는 전화에
결국 우리는 중무장을 하고 본격적으로 한바탕 놀기 위해 나갔다

시간은 이미 9시를 넘겼지만
순백의 세계에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과연 설국이었다....

집 앞 놀이터에서 우리는 영화처럼 신나게 놀았다
그저 한움큼의 그런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눈을 안아도 넘쳐나는 눈에
우리는 실컷 뿌리기도 하고 서로에게 던지기도 하면서 깔깔거렸다
눈사람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좋았다
나무를 흔들어 떨어지는 폭포와 같은 눈 속에
스스로를 맡겨 그대로 눈사람이 되었다....
그저 깊은 눈 속에 발을 푹푹 빠뜨리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기할 뿐이다
하늘로 향했던 전나무의 가지가 눈꽃으로 인해
아래로 아래로 휘어져 있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기까지 했다

눈오는 날의 피터처럼 누워서 천사를 찍어내는 은창이...
오빠 옆에 엉거주춤 누워서는 마냥 하늘과 그 하늘의 눈을 바라다 보는 은송이...
노란 우산을 받쳐들고는 가끔씩 낮은 소리의 탄성을 내뱉는 남편...
그리고 파카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는 아이들보다 신나서 뛰어다니는 나...

꼬불거리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은창이는
함께 쓸고내려온 눈때문에 땅바닥이 아닌 눈 속에 파묻히고
그걸 보고 은송이는 깔깔거리다 뒤로 넘어졌다..
푹신한 눈쿠션 덕분에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는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이 새끼돼지같았다^^

필름 한통을 그 자리에서 펑펑 터뜨리며 다 찍어댔는데
글쎄 건질만한 것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는 이가 드문 시간이라 가족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100년만에 찾아온 삼월의 함박눈...
눈 속에 그저 조용하기만 한 동네를 강아지 가족마냥
팔짝팔짝 뛰어다니면서 좋아라 했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민폐나 끼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뜨거운 물에 아이들 차례로 씻기고
가정예배 드리고 실컷 논 핑계를 들어
단 세권의 책만 읽어주고 자장자장 해주었더니
이내 잠이 든 녀석들 얼굴이 아직도 빨가니...설국의 추억이 담겨있다...

나는 지금 따끈한 차를 곁에 두고 다시 잠깐
부엌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 하얀 세계 속에서
무겁게 눈꽃을 이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