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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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혜린이가 27개월입니다. 그애를 낳기 전까진 저의 삶은 거의 암흑이었지요. 저 역시 지나가는 여인님 아이처럼 선천성 심장병으로 태어난지 42일만에 아이를 보내고 말았답니다.
딱 6일 저의 젖을 먹었드랬습니다. 애를 병원에 눕혀놓고 저는 몸조리 한다고 누웠는데 그 젖이 얼마나 아프던지요. 그리고 얼마나 허전하던지요.
그 어린 것 만질 곳도 없는 그 여린 몸뚱이를 수술한다고 2차례나 ...그럴 줄 알았다면 일찍 호흡기를 떼어냈을텐데 말입니다.
합병증으로 심한 패혈증이 와서 의사들은 힘들다면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도록은 말을 않더군요.
날마다 우는 저를 신랑은 야단이어서 소리내어 못 울었습니다.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심한 우울증에 1년을 시달렸습니다.
아는 이들을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등장하는 분유나 기저귀 광고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사랑의 리퀘스트란 프로그램은 아직도 보지 못한답니다. 병원에서 숨을 할딱이며 누워 있던 그 작은 생명이 자구 떠올라서...
더 쉬라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걸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들어 학교에 출근을 했었습니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아이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그땐 기적이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그럭 저럭 정신없이 보내는데 밤시간은 정말이지...
혜린이를 임신했을때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다 임신 7개월무렵 정밀초음파 검사란 걸 받고 나서는 다리뻗고 잘 수 있었습니다.
낳은지 3일만에 혜린이를 안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그땐 유아 영어니 교육이니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생명에 감사했고 또 그 생명을 놓치진 않을까하는 불안함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여인님
같은 슬픔을 겪은 이로서 저는 부끄럽기 그지 없군요.
시신 기증 생각은 했지만 생각만으로 끝냈습니다.
그냥 바른 생각 바른행동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우리 자식들에게 그 은공이 돌아오겠지 하는 그런 생각만으로 저나 제 남편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노릇을 다 하는 건 줄 알았었는데 님의 글을 보고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며칠 들어오지 못해 밀린 글들을 읽다가 너무도 울었습니다.
요 밑에 아이를 잃은지 42일된 분이 있더군요.
실컷 울어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울음을 삼키면 삼킬수록 마음의 병이 깊어지더군요. 참느라고 참았지만 혼자있는 시간엔 참으로 많이 울었나 봅니다. 기운이 소진 되어 탈수 현상이 자주오고 이후로 눈이 시려(애 낳은 후 많이 울면 눈이 시리다고 하더군요) 썬글래스가 필수품이 되었지만 참는 것 보다는 우는 것이 감정을 다스리는 데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얼마나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던지요. 세상엔 참으로 나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주위에서 배려해주고 겪려해주는 많은 지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겁니다.
다들 힘내시고 부지런히 훌륭한 아이들을 길러내어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우리나라 바르게 세워야지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모두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다른 집 아이보다 영어 늦다는 걱정 접어두자구요.
| [일반]같은 슬픔을 겪은 저는 반성합니다-지나가는 여인님의 글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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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혜린엄마 등록일 2000-12-24 17:06 조회수 1,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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