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침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맑더군요.
아이둘(6살.4살)을 데리고 일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저녁에는 장대비로 변하더군요.
배웅나온 친구의 우산이 짐이 될 것 같아 거절을 하고 좌석버스를 탓씁니다.
그런데, 서울에 도착한 후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버스 정류장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반대편에 있더군요.
그곳은 택시 정류장 반대편으로 ,
손님을 태운 불 꺼진 택시만 오는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를 안타깝게 여긴 한 아주머니께서 저의 행선지를 묻고...
버스와 많은 차량들 틈에서 택시를 잡아 합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급히 떠나는 택시를 타며,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죠.
그렇게 안도하던 중.
먼저 탄 승객의 행선지가 우리 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불과 2킬로미터 정도를 두고 갈림길에서 갈라져야 했어요.
저를 안타깝게 여겨 먼저 탄 손님이 우리 단지까지 돌아서 가신다고 하더군요.
뒷모습만 보이던 그 분이 너무 고마웠지만 사양을 하고,
네거리에서 내렸답니다.
내려보니 그 네거리에는 비 피할 곳도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를 겨우 음료수 자판기 처마 아래에 세우고 부등켜 안았습니다.
버스에서 자다가 깬 큰 애는 추위에 부들 부들 떨고 있었고,
장대비 속에 그 대로변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아이둘을 두고 찻길로 나가 택시를 잡을 수도 없었고,
모든 택시는 이미 손님을 태운 뒤였어요.
한참을 넋놓고 아이들을 달래고 있을때,
30대의 남자분이 우산을 들고 다가왔어요.
그리고, 대신 택시를 잡아 주기 시작했어요.
결국 여의치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기로 했어요.
그 작은 우산 하나로 우리 아이들 우산 씌우느라
아마 그분은 비에 다 젖었을 거예요.
무사히 택시를 탈 때까지 우산을 받쳐 주던,
그 분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러나, 변변히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답니다.
무모한 엄마의 외출로,
많은 고생을 했지만,
가슴만은 무척 따듯했답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열이 나지 않고,
햇살이 반짝비치고 매미소리를 듣고 있는 저는, 지금
얼굴도 모르는 그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쑥쑥몰
> 
돌아보면,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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