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친구..2003/01/19 2003-05-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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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별로 말이 없어(본인은 잘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주로 듣는 일을 더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라고 삼십넘는 인생?을 살면서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오히려 한 이년동안 곁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말만 많은 저보다 훨씬더 할말이 많아 보이는 친구입니다

집이 계약기간이 되어 옮겨야 했는데 가려는 곳에는 마땅한 사실은 그 돈으로는 원하는 집을 계약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 친구를 생각하고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심정으로 무작정 친구동네 부동산을 돌아다녔네요 아마도 이미 그때 저는 그 친구곁을 찾아들기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나 그런 우스운 생각도 듭니다
다행히 맘에 드는 집을 계약하고 친구와는 십분거리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2001년 가을입니다 그 후로 줄곧 아무하고나 쌈질 잘한다고 해서 남편이 쌈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제가 그 친구와는 단 한번도 싸우질 않고 지내고 있으니..제가 개과천선했겠습니까 설마...

고등학교 삼학년때 같은 반이었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일 벌리기 좋아하는 저와 그저 묵묵히 제 할일만 하는 친구는 서로 많이 달랐으니까요 졸업을 하고 서로 다른 학교 다른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제가 한창 힘들때 우연히 가까와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사소한 여러도움을 계기로 해서 입니다 등록금이 부족할때 도와 주었고 방황의 시절 그 친구의 자취방에서 기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친구가 빌려준 의료보험증을 가지고 아르바이트 끝나고 걸어가던 일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초라하게 생각되었지만 제 손에 쥐어준 그 친구의 의료보험증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기까지 이 친구 알게 모르게 저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입덧으로 고생할때는 저도 배부른 몸을 해갖고는 음식을 해다 주곤 했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세상에 말 없는 이 친구의 사랑을 그저 받기에 익숙했고 가끔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일이 있긴 했습니다 제가 알레르기때문에 또 6개월된 딸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있고 해서 침대를 처분하기에 이르럿습니다 친구가 시댁에 갔다놓았으면 했고 저는 그래서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는 나중에 얼마라도 주마 했습니다 다소 생활이 힘든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도 하고 친구사이에 그런다는게 우스워서 저는 도리질을 했더랬습니다 친구는 손재주가 좋아 평소 십자수를 놓았는데 친구네 있는 열쇠걸이가 너무 예쁘다고 했더니 하나 만들어주겠다고 했고 얼마뒤 정말 너무 예쁜 열쇠걸이를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미안하게 나무값만 주었으면 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 때 좀 속이 상했습니다 저는 사용하던 거였지만 거저 침대를 주었는데 겨우 열쇠걸이 하나 하고서는 나무값 달라는 친구가 야속했던 거지요 잊기로 했지만 안 잊혀졌고 남편의 만류에도 며칠뒤 그 이야기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저도 아주 조심스럽긴 했지요 하지만 그 말은 아마 평생 후회할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오죽하면 그랬겠니....."
그랬습니다 그 친구의 형편을 잘 안다고 하면서도 제가 좀 서운하다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입니다 젖먹이 둘째때문에 밤에 잠을 열번도 더 깨는 친구가 며칠을 한시두시까지 쪼그리고 앉아서 십자수를 놓고 예상했던 것보다 완성품의 금액이 훨씬 많음을 알고 또 얼마나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야 그냥 누가 사지 않으면 버릴려고 까지 한 애물단지 침대 하나 주었을 뿐인데...

얼마전에 둘째가 중이염으로 병원을 다니느랴 결국 제가 몹시도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밤새 기침과 가래로 시달리고 이른 아침이 되었을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은 남편(남편은 야근이라 집에 없었습니다) 아닌 바로 그 친구엿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대번에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걱정을 하더군요 나 아프다고 ..와서 큰녀석 좀 어린이집에 데려다달라고..얘기했더니 추운 아침 젖먹이가 잔다고 집에 두고 코가 빨개져서는 왔더군요 와서는 별말도 없이 돌아앉으라고 하더니 한참을 어깨며 팔을 주물러 주었습니다 그 때는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고맙고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어제도 친구 집에 가서는 만오천원주고 산 니트가 늘어나지도 않고 좋은데 보풀이 좀 일어난다고 했더니 말없이 일어나 화장실 가서는 일회용면도기를 가져와서는 옷을 벗으라고 합니다 한 십분을 조심스레 면도기로 보풀을 밀고 박스테이프로 그 보풀을 떼어내고 하더군요 속없는 나란 친구는 반팔차림으로 쪼그리고 앉아서는 너네 집은 우풍이 너무 심하다는 말만 해대고.....

남편은 곧잘 평생에 그런 친구 하나만 얻어도 인생 성공한 건데 너는 성격도 별로고 인품은 더더욱 별론데 어디에 그런 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이학교때문에 올해는 다시 이사계획을 갖고 있지만 망설여집니다 이 친구곁을 떠나기 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떠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시댁에 언니네 식구에 자기 식구에 돌볼 일이 많은 친구에게 나까지 오히려 짐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딱 한번 친구가 우는 걸 보았습니다 잘 참고 힘든 중에도 예쁜 두딸을 사랑으로 잘 양육하던 친구가 우는 걸 보았을때 처음에는 놀랬고 다음에는 저도 괜히 눈물이 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납니다...
여자들은 친자매끼리도 샘이 있다고 하잖아요 정말 진심으로 이 친구는 복받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없는 중에도 베풀줄 알고 힘든 중에도 웃음 잃지 않고 아이들에게 노래해주는 친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나님은 아시겟지요
남편이 런던씨라고 부르는 이 친구, 영국이....저도 새해에는 영국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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