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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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 자랑이는 올해 3학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3,4학년 합반에 배정이 되어서 4학년과 함께 공부합니다.
선생님은 Mrs. Shaw 라는 분으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신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들 ' Mrs. Shaw is the best teacher I've ever seen' 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유명하시던 분이라 궁금했었고, 자랑이가 자신의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바람에 더욱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백발에, 입 주변은 주름으로 조글조글한 할머니 선생님입니다. 자랑이 말로는 70세가 넘었다고도하고, 선생님 자신은 본인이 104세라고 하셨다는군요. ^^*
"엄마, 우리 선생님은 본인이 104세라고 말씀하시는데요, 그건 사실이 아닌것 같구요, 70세 정도래요."라고 말을 하기에, 선생님이 재미있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9월 초에 선생님과 학부모 면담이 있어서 만나뵈었습니다.
아이에 대해, 아이의 취미나 성격등에 대해 적어서 미리 선생님께 제출했어야 하는데, 남편이 이런저런 일로 바빴고,저는 그때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자랑이에게 말했답니다. "자랑아, 선생님께 말씀드려라. 엄마가 한국에 계셔서, 그 종이를 엄마가 오신 다음에야 낼 수 있다고. 아빠는 영어를 못해서 못한다고.."(남편은 영어를 잘합니다) 문제는 자랑이가 순진하게 선생님께 가서 그대로 이야기 했다는 것입니다.
"My dad doesn't know how to write in English, so my mom will fill it out and it will come a little bit late."
남편과 제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순진한거라고 봐야겠죠?
작년에 그 선생님을 놀이터에서 가끔 뵈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나와서 놀고있는데, 어디선가 작은 호각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더니, 그 선생님반 아이들이 놀이터 곳곳에서 돌아와 선생님 뒤에 한 줄로 서서는 조용히 들어가더군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은 시끌벅적한 놀이터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저 호각을 서너번 불었을 뿐인데, 2학년,3학년 합반이었던 그 또래의 반 아이들이 순식간에 모여서 들어갔다는것은 보면서도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학부모면담에 들어가자 선생님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고, 백발과 할머니의 얼굴과는 달리, 눈은 소녀처럼 맑게 반짝거리고 있었고,장난기와 호기심과 그리고 애정과 연륜등..수많은 표정들이 눈속에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좀 있으니까, 심부름꾼이 필요하면 불러달라고 했더니, 목요일 오후에 미술시간이 있으니 그때 나와달라더군요. 미술시간에는언제나 손이 달린다구요.
그래서 오늘이 두번째로 갔던 날이었구요. 오늘은 다른날보다 한시간 일찍 하교하는 날이라서 미술을 안 하더군요. 25명의 3,4학년 아이들이 일률적으로 조용히 정말 조용히 앉아서 각각 책을 세워들고는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없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선생님이 있어도 시끄러워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소리를 높이는 걸 보기가 어렵지 않은데..그것 또한 캐나다에서는 처음보는 광경이라 놀랐습니다. 제 아들 조차도 책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찾으러 다니다가 복사실에서 만났습니다.
"Oh! I didn't expect you to come today because today is early dismissal day. But I need your help. And the kids are supposed to stay quiet now." 라고 하시기에,
"They are dead quiet." 라고 놀란 눈을 한채 대답 드렸습니다. 나중에 제 아들에게 들으니, 선생님께서 지난주에 제가 그 교실에 갔을때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창피하셨다고 아이들에게 말씀을 하셨답니다. 그리고는, 오늘은 선생님 창피하지 않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는군요.
아이들이 reading문제 푼것을 채점해서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불러서 틀린 것을 지적해주고, 다시 고쳐오라고 하시면서, 채점된 문제지 반을 제게 넘기더니 나더러 같이 하자는 것입니다. 난 그저 풀칠하고 가위질 하는거나 도와주려고 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시키는거니까 얼떨결에 했습니다. 제대로 했는지...
그런 식으로 한 시간을, 도우미가 아니라 보조교사처럼 일을 하고나니 등에서 축축하게 땀이 다 나더군요. 긴장이 되어서 말입니다.
마지막 15분 정도를 남기고,아이들을 모두 카페트(바닥)에 앉게 하고는 책을 하나 빼어 드셨습니다. 제목을 기억 못하겠지만, 선생님의 친구분이 쓴 어린이 소설이었고, 그 친구분은 선생님과 함께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동료이자 친구였답니다. 아주 심각한 암에 걸려서 금방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책을 읽어주시면서도 동시에 눈을 번득이면서 아이들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번득이는 강인함과 엄격함, 그리고 모든 것을 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은 배려와 사랑을 동시에 가지신, 존경할만한 선생님이었고, 내내, 이 아이들이 그리고 내 아들이 참으로 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덩달아 말입니다.
매일매일 출근하듯이 와서 선생님의 책상도 정리해 드리고, 채점도 해 드리고, 청소도 해 드리고 싶어지더군요. 내 아이의 선생님으로서가 아니라, 제 자신의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어지는 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