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제가 그 글을(산이맘님께서 말씀하신) 올리고나서
좀 떨렸습니다.(^-^)
'그럼,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게 하지?'
라고 묻고 싶으신 분이(저자신조차도) 많으실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해두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이란
그야말로 '스스로' 터득해야 할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고,
과연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그런 '방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게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제 큰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라
감히 '교육'이라는 것에 일가를 이루어
뭔가 정리된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제가 아이들을 가르쳐온 지 14년 정도 되었는데
가르치는 일을 하면 할수록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라는 대명제는 점점 확실해지지만
'스스로 하는 방법'을 가르칠 뾰족한 '기술'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마전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과(중학교 3학년)
'공부 잘하는 법'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 기술'이라는 책을 비롯하여 시중 서점에서 판매되는
'공부'에 관련된 책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개의 아이들이
각자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있다는 것에는 수긍하면서도
공부 기술등의 책에 씌여진 내용에는
다소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거기 써있는 거 다 '구라'(거짓말, 뻥)예요.
(요즘 아이들 말버릇이 이렇습니다 ^_^;;;)
지 자랑만 잔뜩 늘어놓고......" 라고도 합니다.
'스스로 공부해야한다'라는 것도
'그래야 한다'라는 것을 몰라서 안한다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공부'시킨다'라는 말과
공부를 '가르친다'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곱씹고 곱씹어 정리한 바는
공부를 '시키거나 가르칠' 일이 아니라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고
공부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를 탐구해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공부의 즐거움(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생각들을 밑바탕에 깔고 하루 하루 아이와 더불어 사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아이도 저도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 '그림'이 그려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도 한 때
(아이가 태어나기 전 제가 그려놓은 밑그림에는)
아이를 붙잡아 앉혀놓고
제나름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식들을
차곡차곡 쌓아주는 것이
시행착오없이 깔끔하고도 농축된
'교육'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런 생각들은 빠르게 허물어져 갔습니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오히려 '진실'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고 하시겠지만
전 정말로 그리 느껴지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의 '공부'를 염두에 두고 하는 '물밑작업'(^_^) 몇가지는
(미리 정리해 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굳이 정리하자면)
1. 책
2. 다양한 체험
3. 건강한 승부욕
4. 빈둥거릴 시간
5. 부모의 학구적 모습
6.개방형 질문
7.남 앞에서 우리 아이 칭찬하기
8.아이의 설명을 기꺼이 듣기
등입니다.
'책'의 힘
이건 정말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무진장 읽어대는 책들은
아이의 학교 공부에도 실질적 밑받침이 되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넣을수록 풍선의 표면적도 넓어지듯이
아는게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도 많아지는 법이어서
아이는 자꾸자꾸 지식에 탐닉하게 됩니다.
학교 공부만 잘하는-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험을 잘보는- 아이였던 저는
공부만 잘하느라고 잃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는 아픔과 고통이 있었기에
제 아이들에게는 박제화된 지식만을 채워넣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학습지와 교과서 밖의 '세상'경험이 다양해지고 많아질수록
아이의 지식이 더 생생한 지식이 된다는 믿음때문이지요.
또한 아이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이기에
건강한 승부욕도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빈둥거릴 시간'.
엄마들에게는 탐탁치 않게 생각되는 시간이기 쉽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이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할 의욕과 창의적 사고가 샘솟으려면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
다른 어떤 자극보다도 '부모'의 '행동'은 강력한 자극이 됩니다.
또한
[언제,누가,무엇을]을 물어보는 폐쇄형 질문보다는
[왜? 어떻게?]를 물어보는 개방형 질문을 의식적으로 많이 합니다.
이런 개방형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아이는 자꾸 자기 '생각'을 심화시키고 확장시키게 되지요.
남앞에서 아이 칭찬하기.
우리 아이가 다소 냉소적인 면이 있어서(좀 걱정스러운 부분)
엄마의 '칭찬'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좀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더군요.
특히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자기 칭찬을 하는 것을 먼 발치에서 들을 때
아이는 사기충천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상한게 아닐지도 ^-^)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칭찬을 할 때 아이가 내심 기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아이 '아빠'에게(아이의 일상을 밀착해서 현장을 목격하는 시간이 적지요)
아이의 칭찬을 할 때면 아이가 더욱더 자랑스러워하던데,
(자랑스러운 미소가 얼굴 한가득 퍼집니다)
엄마나 아빠나 다 같은 부모인데도
아빠에게 더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은 게 딸들의 본능일까요?
제 큰 아이는 자기자신이 공부를 왠만큼은 하는 아이로 알고 있답니다.
요즘 초등학교 성적표에 서열이 표기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 석차등은 알 수 없지만
자기 나이에 익혀야 할 것은 충분히 익히고 있다고 판단해서
저는 늘 아이를 칭찬합니다.
그리고 '설명'을 즐기는 아이를 더욱더 북돋아주기 위해서
아이가 뭔가를 설명할 때 열심히 흥미진진하게 듣습니다.
아이의 설명이 너무 훌륭하다는 듯 오버해서 듣기도 하고
아이에게 들어서 처음 알았다는 듯이 놀라움을 가장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이에게 처음 듣는 내용들도 많고
제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서
아이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인 정~ 말 말이 많습니다. ㅠ.ㅠ)
이렇게 아이의 설명을 즐겨 들어주는 것이
아이가 계속해서 지적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하게 하고
습득한 지식을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소화해서 정리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믿습니다! ^_^)
여러가지 말씀 올리긴 했지만, 글쎄.......
이런 것들이 원하시는 답에 근접하기나 한 것일지........
읽고나니 허탈해지는 속빈 강정 같은 글이 아니었을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꿈꾸는 내 아이는
'공부잘하는 아이'가 아니랍니다.
저는
'자기존중감을 가지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를 그리며
아이와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산이맘님의 글입니다.
> 아래 쓰신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동의합니다.
> 저 역시 잘못된 선행학습은 오히려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며 가장 중요한 학교 생활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유명하다는 학원만을 찾아다니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없어지는것도 잘못된 학습이라고 생각하구요.
> 그래서 저는 아이를 제가 집에서 붙잡고 가르치고 있는데 좀 걱정되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 학원과는 달라야 하는데 별 차이가 없어지면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겁니다.
>
>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속빈 강정이 아니라 탄탄한 기반위에 집을 짓는 공부법을 좀 알려주세요.
> 학원에서의 주입식 문제풀기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알게 하는 그 길을 좀 조언해 주세요.
| 스스로 공부하는 법-과연 가르쳐서 될 일인가? 자문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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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3-12-03 17:42 조회수 3,231 댓글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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