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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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유럽 여행을 하던 때였습니다.
런던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여러 도시들을 돌아
'파리'에 갔습니다.
런던에서의 첫 날밤
밤새도록 '영어'로 꿈을 꾸느라 잠을 못 잘만큼
(안되는 영어로 꾸는 꿈, 그 자체가 아주 악몽이었습니다.ㅠ.ㅠ)
극도의 간장감속에 지내던 날들이 좀 지나니
어차피 서로 영어 안되는 사람들끼리인데
(독일사람,이태리 사람,프랑스 사람 모두 모두
영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뭘 이리 긴장하는가 싶어
내 맘대로 한국말도 섞어가며 서바이벌해가던 중
('비싸다'는 한국말에 눈치빠른 노점상 아저씨가 깎아주기도 ^-^)
베르사이유 궁전에 가려던 저는
아주 한참동안, 정말이지 한~~~참동안
애타게 베르사이유 궁전에 가는 표를 달라고 창구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표 판매원은 멀뚱멀뚱 고개만 갸웃거리고....
어이구~~~~ 답답해~~~~
그러다가 아주 착해뵈는 젊은이 하나 지나가갈래
다급한 마음에 그 젊은이를 꽉 붙잡고
'베르사이유, 베르사이유~~'를 애타게 외쳐대니
그 학생, 한~참 제 입을 쳐다보더니
"아~! 벨흐(가래끓어오르는 소리)사이유~" 하고
표 판매원도 그제서야
"아~! 벨(크흐)사이유"하며
표를 줍니다.
프랑스어라고는
'위'(yes), '메르씨 보꾸'(thank you), '빠르동'(pardon)
밖에 아는게 없던 제가 프랑스어에서 'R' 이 '크흐'하며 가래끓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런던에서 '미역' 달라고 해서 우유는 별 문제없이 잘 사먹었는데
베르사이유는 까딱하면 못 갈뻔 했습니다.
베르사이유 못 갈뻔한 것보다(프랑스어 못하는 것보다)
'미역' 못해서 우유 못 얻어먹는게(영어 못하는 것이)
어쩐지 더 서글픈 일이긴 한 것 같습니다.
대등한 관계에서의 언어습득 노력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익혀야만 하는 외국어라는 관점에서
'영어학습'을 생각해볼 때는 말이지요.
미리내님의 글입니다.
> 조금전에 어느 초등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 "우리 영어학원 선생님이 미국에 가면 '밀크'라고 하면 우유 안 주고
> '미역' 이라고 하면 우유준다 라고 하셨어요."
> 어떤 유머를 들었을 때 보다 많이 웃었습니다.
> 근데 그 아이는 유머로써 한 말이 아니더군요.-_-;;
> 정말 정성껏 미/역/ 이라고 발음을....
>
> 그냥 생각해보자고 올린 짧은 글이었습니다.
>
>
| 제발 '베르사이유'표 좀 주세요(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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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3-12-18 01:02 조회수 1,837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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