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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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은 3살(21개월)이고, 언니 아들은 5살(45개월)이랍니다. 제가 21개월 아들 밑으로 6개월 된 연년생 딸이 있어, 출산과 동시에 언니와 친정이 있는 곳으로 이사왔고, 언니는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답니다.
언니가 워낙에 착해서 제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곤 하죠. 저에겐 정말 천사같은 언니랍니다.
그런데, 저의 고민은 언니의 아들에 있습니다.
그 아인 아직 말을 못합니다, 그나마 최근에 입을 떼기 시작해서, "이거 아냐", "엄마, 안돼" 정도의 아주 간단한 두 단어를 붙여쓰는 수준 내지는 두세 음절짜리 단어도 발음이 부정확한 편입니다. 근데, 말늦음보다도 더 걱정되는 것은 그 아이의 행동입니다.
걘 울 아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을 빼았습니다. 자기가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울 아들이 블럭을 만지면 그걸 울 아들 손에서 빼앗아갑니다. 울아이가 펴서 보고 있는 책도 빼앗아갑니다. 울아들이 붕붕카에 앉으면 거기에 낑겨 타서 결국엔 힘없는 울아들이 밀려나며 웁니다. 가끔은 이유 없이 울아들을 때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과자 한 봉지가 있어도 울 아들은 물론, 엄마도 주지 않고 혼자 과자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집 과자인데도 말이죠. 간혹가다 그 아이가 고집피우는걸 만류하기 위해 빼앗으려 하면, 정말로 엄청나게 크고 찢어지는 소리로 소리질러 버립니다. 스케치북 새것을 주면, 모든 면에다 조금씩이라도 찍찍 긋고 스케치북 모든 면에 낙서를 해버립니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사이좋게 놉니다. 하지만 돌연 또다시 장난감을 빼았고, 맘에 안들면 때립니다.
문제는 언니에게 더 큽니다. 자기 아들이 잘못한걸 알면서도 그다지 야단을 심하게 치지 않습니다. 조금 혼내다가 언제나 결과는, 울 애에게 "다른거 가지고 놀아라"라든지 "형아는 바보야"로 일축해버립니다. 하지만 그게 어린 울 아들에게 통할까요?
언니에 대해서 좀더 말씀드리자면, 언어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아봐야 겠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돈때문인지 아님 단기간에 효과를 못볼것 같아서인지 치료를 받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엔 교육방송에서 말늦는 아이에 대한 프로가 있어 보라고 했는데, 잠깐 보는 시늉을 하다 저 멀리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더군요. 애써 불러냈더니, 짜증을 내며 억지로 TV 앞에 앉더군요. 그리고 언니는 작년에 아들을 미술학원에 보냈다가, 선생님이 걔는 가르치기 힘들다고 해서 못보내기도 하였답니다. 그리고 언니 아들은 똥쌀 때는 어김 없이 기저귀를 하고 쌉니다. 외출시에는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외출합니다. 언니는 아들이 스스로 기저귀를 싫어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가봅니다.
언니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꾸중과 조언은 소귀에 경읽기지요.
울 아들은 지금 21개월이지만, 6개월째 일주일에 5일 이상은 그 애를 만난답니다.
울아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선처를 바라듯이 사정하며 울지만, 난 언니를 봐서 조카를 혼내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내가 "너 베란다에 나가 있어" 하고 조카를 내보내고 문을 잠궈버리면, 언니는 조금 가만히 있다가 자기가 문을 열어주면서, 아들에게 ''그러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라''로 끝냅니다. 그치만 걔가 그걸 알아듣고 안하는 애라면 제가 지금까지 고민할 필요도 없지요.
처음엔 울아들도 울기만 하다가, 그 다음엔 걔가 오는 벨소리만 들어도 방으로 뛰어들어가 내 옆에 꼭 붙어 앉았답니다. 반갑지가 않고 긴장되는 것이었겠지요. 그러나 그 이후 언젠가부터는, 형이 장난감을 빼앗으면, 참지 않고, 형을 때리더라구요. 그리고 안빼앗기려고 줄다리기를 한답니다. 그치만 역시 언제나 힘센 형차지가 되지요.
그치만 제가 느끼는 심각한 문제는, 울 아들이 그 애를 닮아가고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맘에 안들면 소리부터 지르고, 떼쓰고, 엄마도 때리곤 합니다, 물론 아프진 않지만요. 어젠 친정에서 6살짜리 오빠 딸과 놀다가 제가 놀라고 열어준 실로폰을 오빠 딸이 치고 있는데, 그걸 빼앗으려고 떼를 쓰며 우는겁니다. 전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호되게 혼내고, 너무나 평화롭게 잘 놀고 있는데, 친정으로 언니가 온겁니다. 언니 아들과 논지 10분도 안돼서 울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역시 물건을 빼앗아서였지요. 그 때 울 아들이 졸립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당히 오래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말도 안되게 오래~. 언니는, "쟤 졸려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전 기분이 무척 상했습니다.
오늘은 친정에서 오빠 딸의 책에 낙서를 하고 싶어해서, 안쓰는 노트를 한 권 줬는데, 연필로 모든 면에 조금씩 긋고 지나가려는 것을 못하게 했습니다. 바로 언니 아들이 하던 행동이지요.
전 앞으로 어떻게 하죠?
전 울아이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고 예절바르게 크길 바라는 엄마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엄격하게 키울 생각입니다. 그런데, 윗물이 맑아야 한다고, 뭔가 왜곡된 것을 보고 자라고, 당하고, 따라하는 울아들을 보니, 너무너무 속이 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리며, 긴 글을 지금까지 읽어주셨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조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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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유재희 등록일 2002-02-06 10:07 조회수 4,303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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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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