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직적, 간접적으로 다양한 원어민 교사들을 접해보았는데
집토끼님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집토끼님 글은 꼭 클릭하고야 말게 되네요.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 고정하듯이요.^_^)
'원어민'이라는 말 한마디에
우리가 너무 '검증되지도 않은 신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원어민 교사는 딱 한 분 뿐인데요,
큰 아이가 돌이 좀 안되었을 무렵엔가
제 머리속에서 '녹'스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은 정체감이 느껴져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모 대학에서 했던 영어회화 새벽반을 수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사는 모두 그 대학의 영어교육관련 외국인 교수님들이셨습니다.)
레벨 테스트할 때 교수님 말씀을 제대로 완벽히 이해하고 대답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레벨 1 클래스가 아닌 레벨 2 클래스에 배정이 되었더군요.
(레벨 1~레벨3 중에서요.)
제가 배정된 반의 교수님으로부터 정작 감동깊게 배운 것은
'영어'가 아니었습니다.(물론 영어도 많이 배웠지만요.)
그 분의 다이내믹한 제스츄어들과
눈썹,눈매,입가,각종 얼굴 근육들이 빚어내는 다양한 표정의 변화에 감탄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보였을지도 모를
'교실에서의 제 얼굴'(교사로서)을 반성해보게 되었습니다.
'근엄한 강의'도 훌륭할 수 있겠지만
'유머를 겸비한 열강'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유머를 겸비한 열강'
교사인 제게는 영원한 이상향입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도 첫 시간에 교실에 '척' 들어서시면서
'미스터 빈'같은 표정과 제스츄어로
(눈 둥그렇게 뜨고 우스꽝스럽게 얼빠진 오버액션)
'휘유우~'하시며 한겨울이었는데도 이마에 땀을 닦아내는 오버액션과 함께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휘이 둘러보니 15명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요.
(제 수업에 학생이 15명만 있다면 전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저와 고시 준비하는 아저씨 한 분을 빼면
수강생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어서
'한심한 아줌마'라는 소리 안들을려고 잔뜩 긴장하여
준비해오라시는 수업자료를 사진까지 붙여서 챠트로 만들어갔더니
(교실에 가서보니 저만 그렇게 준비해왔더군요. 너무 긴장했었나봐요. ^_^;;)
교수님께서는 예의 그 유쾌한 오버액션으로 너무 감동해서 기절할 것 같다는 액션을 취하시고.....
한번은 제가 교수님과의 대화도중에 '부가의문문'을 사용했더니
(또 오버액션하시며)
한국에 온지 3년동안 부가의문문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보았다시며,
원어민들은 글이나 문장에서
같은 단어나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표현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너무 틀에박힌 표현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면서
한국인으로서 영어를 배워갈 때 넘어야 할 '산'하나를 일러주셨습니다.
그 점을 지적하시면서 왜 한국인들은
"How are you?" 하는 말에 하나같이(열이면 열 모두)
"I'm fine, thanks. And you?" 하는 것이냐고 하시더군요.
한국인의 틀에 박힌 영어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예를
그 때 교수님께 처음 들었습니다.
월요일에는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큰 아이 첫 생일잔치(돌잔치)를 했다고 이야기했더니
그 날 수업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잔치는 못 가봤지만 제 애기 돌을 축하한다시며
3만원이 든 '봉투'를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3년 한국에 살면 어느 원어민이나 이렇게 '한국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참 놀라웠습니다.
'교실내에서의 피교육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 같은 시간을 살아가며 '정'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교사로서의 제게 또 다른 '단상'하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번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수업을 펑크내신 적이 있으셨는데
너무나 미안하다시며 펑크낸 수업 make up 하신다더니
"핏자!" "스테이크!"를 외쳐대는 학생들을 데리고
'한정식'집으로 가시는 바람에
핏자를 외쳐대던 학생들이 좀 머쓱해하기도 했습니다.
한 때 서울내의 중학교등에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던 때가 있어서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원어민 교사 두 사람을 겪어보았는데
두 사람이 참 대조적이더군요.
한 사람은 미국인이고 한사람은 캐나다인인데
미국인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거칠게 대하고 선생님들에게도 매너가 없었던 반면
캐나다인 교사는 매시간 자신이 만든 워크시트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복도 저 멀리서도 들릴만큼 열강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인 교사는 수업만 끝나면 휑~하니 사라지는 반면
캐나다인 교사는 house warming party도 하시고
선생님들끼리 여행갈 때도 따라오시고 하며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사귀고
'한국'을 알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broken english에도 꽤나 익숙해졌는지
한번은 어떤 선생님께서 counting machine 있으면 빌려달라고 하시니까
"Counting machine?" 하고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는
아하! 하면서 얼른 calculator를 꺼내주더군요. ^_^)
두 사람의 '수업내용'을 제가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더 훌륭한 인격 모델이 되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지요.
'원어민'이기 이전에, '교사'이기 이전에
'긍정적인 인격체'인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큰 아이도 1년 남짓 ECC 영어 유치부를 다니다 졸업까지 했는데
그 곳 선생님들도 모두 훌륭하게 느껴지더군요.
수업시간외에도 항상 아이들속에 계시면서
아이들과 참 친근하게 지내시는 모습이었고
졸업식 날,캐나다인 남자 선생님께서는 헤어짐을 아주 서운해하시며
우리 아이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영어 공부 계속 열심히 해라, 지금 실력으로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틴에이저가 되었을 때는 퍼펙트하고 훌륭하게 영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고 당부말씀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초등부까지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던건데
초등부 선생님께서는 유치부때와는 또 좀 달라서
수업만 그냥저냥 나가시고 아이들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 아이가 금방 어필을 하더군요.
돌팔이 의사에게 자기 아이를 맡길 부모들은 절대 없을텐데
'돌팔이 교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하거나 무감각하거나
원어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집착하거나 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고, '영어가 뭐길래'하는 서글픔마저 생깁니다.
집토끼님의 글입니다.
> 캐나다에서 보면, 아, 모든 국민이 영어로 말 하쟎습니까. 퀘백은 빼구요. 거기는 불어로만 얘기하겠지요.
>
> 원어민들의 생활수준, 지적수준, 교양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한국에 가면 모두 '원어민영어선생님'이지요. ^^*
>
> 대체로 이곳에서 영어교사 자격(Tesol, or Tefl)을 인정해주는 수준은 고등학교 졸업입니다. 그것조차도 이곳 밴쿠버에서는 두 세 학교만 정부에서 인정을 해 주고, 나머지는 모두 난립한 사설기관(그저 작은 학원정도) 등에서 엄격한 규정없이 한달만 어떻게 어떻게 수업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자격증을 줍니다. 그 학원들 중에서도 '명문'인 학원들이 소수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만.. 한국에서 영어 학원장님들께서 그것까지 다 아실 수 있을런지..
>
> 한국에서도 학원장님들이 엄격하게 선생님의 자격을 가려서 초빙을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저 원어민이라면 학원이 잘 되겠지 싶어, 자격요건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고 일단 학원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원어민 선생을 초빙하기도 할것입니다.
>
> 그 원어민 선생님 중에는, 아동교육을 받은 분들도 있을테고, 문화교육을 받은 분들도 있을테고..대부분은 그런 부분에서 지식과 경험이 없는 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생판 다른 문화와 그 문화 속에서 자라고 있는 참으로 다른 한국의 아이들의 생리를 그들이 이해하기란 '문화충격'을 견디는 일 만큼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
> 저도 한국에 있을때 '미숙한' 원어민 선생님들한테 수업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 좋은(? 비싼? ^^;;), 학원의 선생님은 좀 더 배우고(? 대학이상의 학력), 좀 더 참을성과 이해력이 있는 것 같더군요. 한국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도 있구요. 그런데 제가 경험했던 두 명의 다른 원어민 선생님들은 자주 짜증을 내고, 수업준비도 미비하고..해서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그들이 너무 많은 레벨의 많은 사람들이 한 클라스에서 우왕좌왕 하는것, 적은 월급..등등으로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었을것이라 이해는 합니다만..어쨌든 돈주고 원어민에게 배우는 사람으로서는 또 씁쓸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
> 이러저러한 면들을 따져서, 원어민 선생님도 잘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듯 싶습니다.
쑥쑥 들어와...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도 고민하고, 답답해 했던 것들을 이렇게 읽고, 느끼니 정말 좋습니다.모두들 김형란님 집토끼님 그리고 고등어맘님. 참 고맙습니다. 이런 글들을 남겨주셔서...
집토끼
2004-01-20 12:56
고등어맘님의 말씀을 읽으니까, 또 초등 4학년때 은사님이 생각나는군요. 수십년이 지나도 늘 가슴 깊이 따뜻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아이를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고 격려해 주셨던 때문, 진정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었겠지요. ㅡ.ㅡ
고등어맘
2004-01-20 12:47
전의 학교나 지금의 학교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교실마다 인터넷이 들어온 것은 변했지만......적어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이 수준이어서는 정말 곤란합니다.........엄마들이 좀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같은 단체에 가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어맘
2004-01-20 12:43
밖에 없는 선생님들이 많으신 반면에 정말 정말....아닌분도 있습니다....잘가르치고 못가르치고는 둘째 치고라도 제발 우리의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배려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아이들에 대한 배려..........정말 저를 슬프게 합니다.......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이 되어야 합니다............이러 저러한 이유 특히나 좋은게 좋다.........인화가 최고다......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저 관행대로 계속해서 흘러가기 때문에 학교 문화는 변화가 없습니다....엄마들이 다녔던 20년
고등어맘
2004-01-20 12:40
집토끼님 글과 김형란님 글은 정말 언제 읽어도 횡재한 기분입니다.....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구요.....대한민국의 모든 원어민 교사를 교육을 전공한 분들로 채운다는 것도 힘들고...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을 전공한 분들이 또 모두 자질을 갖춘분이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렇지만 저는 원어민 교사보다 더 심각한 것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와 같은 대한민국의 국록을 먹는 교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같은 교사의 눈으로 봐도 너무나 존경할 수
집토끼
2004-01-20 11:43
휴우~ 김형란님의 줄줄 풀어내는 감동깊은 답글은 어떤게 원글이고 어떤게 답글인지 헷갈리게 하네요. 제가 감동하고 있습니당^^*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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