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이야기]성적표 위조 사건의 전모(?)

글쓴이 이원진

등록일 2015-08-17 15:33

조회수 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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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위조 사건의 전모(?)


나 :   철수가 성적표 받아 왔지요? 지난주에 학기가 끝났잖아요.
부모:    성적표요? 어, 아직 안받아왔는데, 철수야!
철수:   네, 엄마! 왜요?


부모:   너, 지난 학기 성적표 아직 안받아 왔니? 선생님이 지난주에 학기 끝났다고

            하시는데 너는 왜 성적표를 안 가지고 오니?


철수:    엄마도…… 성적표는 우편으로 오잖아요. 전 못 봤는데요. 내일 카운슬러한테 여쭤볼게요.
부모 :    그래. 꼭 여쭤보고 엄마한테 얘기해 줘야 해. 알았지?
철수:     네, 엄마!

 

어느 집에서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엄마와 아들간의 이 대화내용은 몇 년 전 제가 알고 지내던 어느 댁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다가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 며칠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그 엄마와 전화 통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성적표 얘기가 나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나 :     학교에서 성적표는 받아 왔던가요?

부모 :   네, 다음날 카운슬러한테 갔더니 집으로 이미 보냈는데 왜 못 받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모님께 직접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했다는 군요.

           그리고 그날 오후에 집으로 성적표를 팩스로 보내 주셨어요.

           그 녀석, 은근히 걱정했는데 성적이 꽤 잘 나왔더라구요. 어찌나 기특한지….

 

 

 

 


나 :      흠…..성적표를 팩스로 보내주셨단 말이지요?

            흠.. 카운슬러와는 직접 통화를 해보셨나요?


부모:ㅣ ………아니요. 영어도 그렇고…. 한번도 통화를 해본적은 없어요..


나 :            힘드시겠지만, 학교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카운슬러께 철수 성적을 좀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부모 :    왜요?
나        하여간 그렇게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번 학기 성적만이 아니라 아예 고등학교              
             학업증명서 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바로 다음날 학교에 찾아간 엄마는 오후 늦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 옵니다. 용기를 내서 학교에 찾아가 카운슬러를 만나 본 결과, 철수가 전날 카운슬러를 찾아온 일도 없을뿐더러, 팩스로 성적표를 보낸 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확인을 한 철수 엄마는 떨리는 마음으로 학업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했고, 9학년때부터 모든 성적이 기재된 그 증명서를 보는 순간 거의 기절일보 직전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1학년인 철수가 이제껏 몇 번만 빼놓고는 A, B성적을 놓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던 엄마 눈앞이 성적증명서에는 9학년때만 빼놓고 B, C는 말할 것도 없고 D도 몇 개씩이나 있더라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이제껏 철수는 성적표에 성적을 부모로부터 숨겨왔던 것이고, 성적표가 어떤 방법으로 집으로 오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철수의 부모는 이제껏 한번 도 아들이 성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억세게도 운이 없는 철수는 밥을 얻어먹으러 갔던 제 탓에 이제껏 공든 노력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던 거였고, 불똥이 떨어진 철수는 고민 끝에 성적표를 위조한 후, 위조가 쉽게 눈에 띄지 않도록 친구 집에 팩스 기계를 통해 집으로 보내는 대담한 완전 범죄(?)을 계획했던 것이 이 사건의 전모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철수 엄마께 학교에 찾아갈 것을 권하지만 않았어도 철수는 ‘기특한 아들’로서 한껏 기를 펴고 살았을 테니 철수에게 다가온 고난은 모두 제 탓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성적을 위조하는 한인 학생들은 비단 철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컴퓨터로 성적을 위조해서 풀로 붙인 후 복사를 하고는 막상 위조한 원본을 잊어버리고 복사기에 그냥 올려 놓은 채로 가는 바람에 그 무서운 음모(?)를 펼쳐 보지도 못하고 고난을 맞은 순진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탈선은 아이들이 부모들을 속여도 부모들이 알지 못 할거라는 확신이 생길 때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민자 가정의 삶 속에는 더 그렇습니다. 부모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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