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도 영어학원을 석달 남짓 다녀봤지만
제 딸은 오히려
수업방해하는 아이들을 원어민 선생님들께서 너무 통제를 안 하신다는 게
불만이었고 님의 아드님이 당한 일과 같은 일은
정말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아이가 전하는 말들 중에는
어느정도 걸러들어야 할 부분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 영국 원어민 선생님께서는
지식전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자 어른으로서의
기본적 '인격'이 결여되신 분 같습니다.
원이맘님께서 길~게 달아놓으신 코멘트 하나하나에
저도 '이하동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심한 대우를 받았는데도
그래도 아이가 학원에 가고 싶어한다니
아이의 순수함과 지적욕구가 눈물겹기까지 하네요.
아이의 말을 절반 '뚝' 잘라 듣는다 해도
너무 경우가 심한 것 같으니
아이를 계속 그 학원에 보내실거라면
그 선생님을 그냥 좌시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 이야기에 앞서
다른 한 쪽도 생각해보시라고
교사이기도 하고 학부모이기도 한 사람으로서
제 경험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제 큰 아이가 작년에 학교에서 특기적성으로 발레수업을 했습니다.
1학년 때도 발레반이었지만
공개수업을 참관해보면서
다른 아이들의 우아하기까지한 자태들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와 다를 바 없는 제 아이의 생뚱맞은 동작들과
그러면서도 말은 제일 많은 제 아이때문에 얼마나 민망했었는지 모른답니다.
저도 교사지만 수업시간에 제 아이와 같은 아이가 있었다면
군밤이라도 주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 제 아이를 예쁜 유머로 다독여가며 함께 이끌어가시는 선생님께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감사함을 느끼면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 아이가 발레반을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3학년때 또 발레반을 하겠다는 게 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1학기를 마칠 때 아이가 들고온 '특기적성통지표'에 씌여진
지도 선생님의(1학년 때와는 다른 선생님) 코멘트였습니다.
'유연성 부족하고 수업시간에 산만하니 가정에서 지도바람'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야 저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고
아이의 잘못이라고만 탓할 부분도 아니라는 생각이었지만
'수업시간에 산만'이라는 글자들은
교사이기도 한 제 가슴에 그대로 '비수처럼' 꽂히더군요.
제 아이가 간혹 부잡스러운 때는 있지만
배움의 현장에서는 '산만'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유치원 생활 3년, 학교 생활 3년간에
제 아이에 대해 '산만'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더 놀랍고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저녁나절이면 제 나름으로 고른 음악을 틀어놓고
발레복까지 갈아입고서 어설픈 발레동작이나마
자기나름으로 음악을 타며 신체표현하는 일을 즐기고
(아무리 제가 엄마긴 하지만 사실 좀 우스꽝스러울 때가 많긴 했습니다.
아이는 제법 몰입해서 즐기고 있었지만요.^_^;;)
발레 공연도 보고 싶다하여 저와 여러번 공연관람하고
발레관련 책들도 탐독해왔기에
저는 그저 아이가 발레를 즐기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기쁘게 아이의 활동들을 지원해왔던건데
몇글자 안되지만 긍정적인 표현 한마디 없이 싸늘하게만 느껴지는 코멘트의
통지표를 받아들고는 한동안 망연해있었습니다.
저도 교사로서 아이의 통지표에 쓸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하곤 합니다.
물론 산만함으로 수업에 지장을 주는 아이라고 느껴지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에게라도 '산만'이라는 단어대신
'다소 정리가 필요한 호기심'정도의 내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칭찬할만한 것이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는 아이라 해도
(사실 이런 아이들도 가끔씩은 있답니다.ㅠ.ㅠ)
어떻게해서든 칭찬거리를 생각해내어
코멘트의 앞부분은 항상 긍적적인 표현으로 시작해서
'....하지만, ....하나, ......하는 한 편'등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고쳐나가야 할 부분, 지적하고자 하는 부분을
그야말로 단어 하나 하나를 심사숙고하며 조심스럽게 덧붙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아이나 조금씩은 산만하며
어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자식들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늘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극도로 산만한 아이가 있다면
아이 부모님께 연락을 취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저 '산만하다'고만 말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아이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니
발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종종 '주의'를 받아왔던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종종'이라 하지만 선생님께는 '매 시간마다'였을 수도 있겠지요.ㅠ.ㅠ)
예술가 특유의 예민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보건대,
또한 저의 교사로서의 경험과 아이의 1학년 때의 공개수업 장면을 떠올려보자니
아이에게 의도성이나 악의는 전혀없었다 해도
선생님으로서는 수업진행에 어려움이 있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특기 중 하나인 (^_^;;)
'장문의 편지'를 써서 밀봉하여 아이손에 들려보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백분의 구십구 정도는
' 정말 죄송합니다.
부모로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하신 부분 가정에서도 지도에 힘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이가 워낙 유연성이 부족합니다.
가정에서 쉽게 연습해볼 수 있는 '유연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일러주시면 아이가 틈틈이 해볼 수 있도록 격려지도에 힘써보겠습니다.'
이런 내용이었고
나머지 백분의 일 정도는(두 줄정도의 문장)
아이의 부모로서 느낀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부모인 저는 많이 당황하고 놀랐는데도
아이는 계속 자기 방식대로 발레를 즐기고
여전히 '선생님, 선생님~'하며 졸졸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제가 부모라해도, 제 아이속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음~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로서
님의 무너져내리듯 속상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도 남습니다만
아이가 전하는 말로만 상황을 파악하거나 상상을 보태는 것보다는
(아이를 계속 그곳에 보내실 것이라면)
좀 더 정확한 '진상'을 알아보시고
그런 교사의 자질에 대해 학부모로서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이가 교실에서 쫓겨난 문제의 상황을
제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보건대
혹시 서구에서 자주 이용하는 벌로서의 '타임아웃'을
그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잘못 이해하여
교실밖으로(복도 등의) 나가있으라는 말을
아예 집으로 가버리라는 말로 오해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찌되었건 아이가 헤매며 집으로 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네요.ㅠ.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의 요지는
그 때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알 필요가 있겠다는 것과
(불필요한 오해를 배제하기 위해)
원어민 교사의 자질에 대해서도
(한국의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기본적 인격과 품성,등을 포함하여)
학원측에 정당하게 '항의'하거나 '요구'하시는 용기도 필요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더이상 그곳에 보내지 않으실거라면
이런 노력들은 하실 필요가 없겠지요~.
자질부족의 교사가
그 교사 한사람의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건 학원 운영자의 마인드 문제이건
결국
그 곳을 겪으며 거쳐갈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입'과 '귀'를 따라 돌고 돌며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되어질 일일 것이고
좋지않은 학원에 대한 속상함보다는
더 좋은 학원을 찾는 기쁨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더 좋지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_^)
선생님이 적어주신 내용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래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걸 들으면 참 뿌듯하기도 합니다. 에궁, 답글로 달걸 코멘트로 넣다가 글이 길어지니 좀 우습네요.
여인
2004-02-22 10:45
남과 잘 조화되는 부드럽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멘트로 대신합니다. 이 세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 그 학생의 있는듯 없는듯 하면서도 규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 뜻을 잘 따라준 성실함에 저도 고마움을 느끼고요. 졸업하고 저를 찾아오는 졸업생 중에 생활기록부 행발(행동발달상황)에 그때 선생님이 입력해주신 글이 정말 고마왔다고(자기들이 직접 생활기록부를 발급 받을 일이 많아서 다 읽어보게 되거든요) 어디에나 꼭 필요한 조화로운 인간이라는 부분이 취업 면접시 많은 도움이 됬다고 얘기를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여인
2004-02-22 10:40
아이들 통지표에 쓰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가린다는 부분에 저도 동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생활기록부에 입력하는 멘트에 정말 정성을 기울입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최종학력이 될 수도 있기에 취업이나 진학시 꼭 첨부해야 할 중요서류라서 정말 그 멘트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고 긴장이 되거든요. 어떻게든 그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서 한 마디라도 더 써주려고 어떨때는 운전하면서도 어떨때는 잠자리에 들면서도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한답니다. 정말 안 떠오르는 아이도 정말 가끔은 있는데(ㅠㅠ) 그럴 경우엔 조용히 일처리를 잘하고
김형란
2004-02-21 22:04
미리내님 말씀이 너무도 정확해서(저도 찔려서) 그런지 자꾸 웃음이 납니다.(^_^) 칭찬만 해도 그도 걱정이니 참 '엄마'라는 사람들은 가끔 '이성'의 저편에 있는 사람들 같습니다~.
미리내
2004-02-21 18:39
제 아이는 이번에 드디어 "~~하나 산만함" 이라는 문구를 달지 않고 칭찬만 가득한 통지문을 들고 왔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그런데 칭찬만 써준 것이 '성의 없음'의 표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사람 마음이 참 웃기죠? 사실 제 아이가 다소 산만하다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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