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촌지를 건네는 손이 부끄러워 그것조차 건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 엄마들입니다.
그래도 아이들 생각하며 용기(?)를 내다보면 어느덧 노하우도 생기고...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려 자연스러워 지기도 하구요....
그러면 거꾸로 받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까요?
촌지를 받는 손도 부끄럽지만 한 두번 받다보면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생기고(-_-;;) 자연스러워지게 되지요.
그런데,,,저는요....그 반대였습니다.
처음엔 거.절.하.기.가 너무 부끄럽고 막막했어요.
주시는 엄마의 마음이 상하면 어떻하나....
한 분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모아서 주시는 거라 딱히 어느 분께 돌려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학년 전체의 엄마들이 약속한 일이라 (반 별로 모아서 담임에게 전달하기로...-_-;;) 저만 받지 않았을 경우 다른 선생님들께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괜한 걱정도 해봤지요.
그래서 스승의 날과 명절때 엄마들이 모아서 주시는 촌지를 받았었습니다.
그 봉투....
1년 내내 저에게 짐이 되었었습니다.
돌려드리자니 그 방법도 너무 난해하더라구요.
아이에게 들려 보내지도 못해....집으로 찾아가서 드리지도 못해....돌려드리면 그 엄마 민망할 것 같아...등등 너무나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얽히면서 제 머리와 마음을 복잡하게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돈을 내가 먹었다(?)는 소리 듣지 않고 반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반 어머니들의 선물이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간식도 사주고, 수능시험칠때 합격기원 양말도 사주고...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받은 것 보다 더 쓰게 되더군요. 표가 나게 쓰려고 안간힘을 썼더니...
그리고 나면 꼭 엄마들께 전화 옵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우리가 준 정성인데 왜 아이들에게 그렇게 의미없이(?) 쓰냐고...그럼 섭섭하시다면서요.-_-;;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서 정말 더 이상 후회스러울수가 없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내미는 손 민망할까봐...라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받아든 봉투는 저에게 족쇄였으니까요.
그 어머님들의 아이들이 더 예쁘게 보이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제가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그것조차 알 수 가 없었습니다.
그 몇 명의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아줘야 할까요?
그건 촌지를 담보로 한 편애이자 그 아이들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그럼, 애써 무시할까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무언으로 요구하며 어머니들이 내민 봉투인데 그것만 챙기고 아이들은 나몰라라?
(솔직히 어떤 교사들은 정성은 정성대로 받고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그것역시 아이러니죠.)
어머님들, 촌지를 받아든 교사조차 그 의미를 정할 수 없는데
촌지를 왜 주십니까?
저는 그 괴로운 1년을 보내고 나서야 제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를 방문하시는 어머님 손에 빵 봉지만 들려 있어도
"어머니, 이 빵 저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선생님들과 잘 나눠 먹을께요. 그런데 이 안에 뭐 넣어두신거 아니죠? 전 빵 만으로 감사한데요."
이렇데 대놓고(?) 말합니다.
10 중 8,9 는 안에 봉투가 들어 있더라구요.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내서 다시 손에 쥐어 드립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그 분이 얼마나 민망해하시는지....
말하는 저도 민망하고 죄송하기 그지 없지만,
그 잠깐의 민망함을 비켜가려고 서로 모른채 하고 넘어가는 이후부터
교사는 교사대로 괴롭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우리 아이에게 뭔가 효과(?)가 나타나는가, 또 드려야하나...'등등의 생각으로 괴로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어 촌지를 거절합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것도 어처구니 없이 용기란 것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받으려면 당당하게 받아라..하는 말까지 나오는.....)
이제는 저도 당당하게(?)
"어머니, 촌지를 주시면 제가 *** 가 잘못 된 행동을 해도 야단치기가 힘들어요. 제가 힘들어서 그럽니다. 마음먹고 주시는 건데 죄송해요." 하고 말씀드리지요.
간혹 정말 음료수나 빵 상자 하나만 갖고 오시는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마음으로,아이들을 맡은 교사로서의 저를 보러 오신 것이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저와 함께 나누고 고민하러 오신 분이니까요.
촌지 이야기가 나오면 요즘 정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청탁'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담보로 하는 청탁.....
간혹 댓가성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정치적인 문제에선 그 진의가 어떻든,
아이를 맡기고 내미는 촌지는 댓가를 바라지 않기엔 어머니들의 고민이 너무 크지요.
학부모로써의 저 역시 선생님께 촌지를 드리지 않습니다.
스승의 날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학기말에 감사의 전화 한 통이 전부입니다.
학교에 드나들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으로,몸으로 학교를 위해,학급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시간이 주어져서 여건이 된다면 그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시간이 허락하지않아 학교에 가지 못합니다.
저 같은 사람을 대신해서 학급일에 나서주는 다른 어머니들께 감사하고 죄송하구요.
하지만 촌지는 드리지 않는 용기를 꼭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촌지를 드리고 나서 아이가 유달리 사랑을 받아온다면 그게 뭐 그리 좋은 일이겠습니까?
그런 것 없이도 아이들은 사랑을 듬뿍 받아 올 수 있습니다.
촌지를 드리고 난 후에도 아이가 별달리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엄마로써 그 촌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겠습니까? 댓가성이 없었다고 말할 자신이 있을까요?
촌지를 드리지 않고도 아이가 학교 생활이 즐겁다면 그건 정말로 학교 생활이 즐겁고 자신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촌지를 드리지 않아 아이가 학교 가기가 괴롭다면 그건 자질이 부족한 선생님을 만났거나, 실제로 아이 자신이나 주변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니 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만약 촌지를 드려서 그 문제가 가려졌다면....나중에 그 후회는 오래오래 남게 되니까요.
초딩맘님의 그 씁쓸한...알수 없는 그 기분....
알고도 남습니다.
대부분의 초1 엄마들이 아이들을 입학시키고 맛보는 느낌입니다.
교사로써 또 학부모로써 저의 경험으로 보아
내키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에 대한 건전하지 않은 서포트는 결국은 아이에게 해가 되어 돌아갑니다.
그냥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귀게 해 주시고
학교 생활이 즐거우냐고 물어주세요.
(초딩맘님의 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촌지 이야기를 들으니 그냥 말하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제가 그 해 1년동안 세번의 촌지를 받은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있었던 일이랍니다.)
(저의 경우는 고등학교라 초등맘들의 마음과는 또 조금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초딩맘님 처럼 사립학교에 보내시는 분들과도.....하지만 옳은 것은 마음이 떳떳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랍니다.)
초딩맘님의 글입니다.
> 아......, 왠지 모를 씁쓸함
> 애가 입학한지 1주가 지나도 급식 당번이랑 학급 어머니임원 신청에 대해 전혀 통지가 안와서, 같은 반 애 엄마한테 전하를 했어요. 또, 유치원 때는 곧잘 말하더니 학교에서 생활을 물어보면 나중에 말해준다고 해서, 선생님이 모종의 조치를 애들에게 했나 싶기도 하구요.
>
> 그런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죠.
>
> 학급 임원은 벌써 아이 입학후 2일간 엄마가 학교가는 동안에 다 신청받았고, 급식이랑 청소는 올해부턴 없다구요. 그리고 이런 모든 사항을 그 2일동안 전달했다더군요.
> 전 물론 못가고 아이 할머니가 가셨고 여러가지 아이 지도 사항에 대해 잘 전해주셨고, 학교 소개 유인물도 받았거든요. 왠지 학교 홍보에만 신경쓰고, 세심한 면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제가 알기로도 할머니도 안 간 애들이 있는데, 그애들은 학교활동에서 아예 열외가 되는건지......
> 참 답답하고 꿀꿀하네요. 애한테 좋으라고 사립보내는데 벌써 고민이 되구요.
>
> 남편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마라하는데......
>
> 글구 혹시나 싶어 촌지에대해 물었더니, 그 엄마 왈 다다익선이구 주면 안 받진 않는다구...... 전 촌지줘도 돌려 준다구하는 얘길 듣고싶었는데. 참 우울하고, 요즘처럼 직장맘이 많은 시대에 어쩌라는건지.. 답답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오늘따라 비가 오네요.
으로 보아 필요이상의 관심은 선생님에게도 싫어하는 학부모대열에 서는 길인것 같습니다.물론 촌지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봅니다.미리내님과 같은 선생님이 학교에는 많이 계신답니다.^^
코쿤
2004-03-18 09:42
물론 저는 몸으로 떼우기 위해 도우미를 한건 아니었습니다.전적으로 아이만큼 학교라는 곳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또 시간적으로도 허락이 되었기에 학교라는 곳에대해 알수 있는 기회라 여겨져 했지요.결과는 미리내님 말씀대로 촌지를 드린다고 그아이를 편애하거나 하진 않더군요.그리고 주변에 선생님친구에게 물어도 그런 학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촌지보다는 아이를 믿고 선생님에 대해서도 그냥 국가에서 월급받고 우리아이를 맡는고용인이라 생각하는게 좋을것 같아요 물론 내아이를 맡기는 특수한 상황에서 여러가지 근심이 많으시겠지만 저의
코쿤
2004-03-18 09:37
지방이라고 그런관행이 모두 있는건 아닙니다.악습이 있다면 고쳐야 하는거 아닌가요? 저는 올해 이학년이 된 큰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일학년때 학급도우미일을 했지요.애가 워낙 덜렁대고 지것도 못챙기는 그야말로 요즘애가 아닌터에 또 학교라는 곳이 어떤곳인지 아이만큼 호기심이 많은 엄마여서...촌지를 주는 엄마들도 보았고(학급일을 돕다보면 들을일이 많아서) 필요이상으로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엄마들을 보며 선생님들 중에는 촌지를 받으시는 분들도 물론계시지만 엄마의 손을 부끄럽게 만드는 훌륭한 선생님도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정희
2004-03-18 07:13
저도 오늘 난생 처음으로 학부모 총회겸 학부모 참관수업엘 갑니다. 이글을 보기전까지 오늘 그자리에 무언가를 들고가야한다는 생각 또는 무언가를 들고오는 다른 학부형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글을 보고 아, 그럴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저도 앞으로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빈손에 마음가득 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미리내
2004-03-18 00:50
혹시 그래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학급 아이들이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을 사 주시거나 하는 방법으로 정성을 표시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미리내
2004-03-18 00:43
스스로 걱정하시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거구요. 지방이면 지방이라서, 수도권이면 또 그래서...관행이란건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옳지 않다면 깨야 하는 거구요. 빈손이라서 죄지은 것 같은 심정으로 가시면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지고 선생님의 행동 하나 하나에 불안해집니다. 그 불안한 마음까지 제가 다 위로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몸으로 때우는 일은 나만...하는 마음보다는 내 아이를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돕는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gam
2004-03-18 00:27
여긴 지방이라 촌지가 관행으로 되어있습니다 미리내님 말씀처럼 전 음료수가지고 가고 싶고 빵도 가지고 가서 너스래 이야기하며 오고싶습니다 그러나 왠지 선생님이 나의 음료수박스를 열심히 살피며 뭔가(?) 기대하시는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난 영양가 없는 엄마로 찍히고 몸으로 때우는 일에 열심히 불리우지 않을까? 어쩌면 과장된 이야기같지만 너무나 말들이 많습니다 내일 학부모 총회가 있습니다 경험맘들은 저에게 내일 자연스레 주고 오라합니다 3월아니면 늦으리하며------답답해서 위로받고 싶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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