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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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5 월요일(만9개월26일)
착하다, 순하다…해서 이쁘다고만 했더니
강민이에게도 이런 똥고집이 있다니…
비가 오고 난 뒤라서 일까
대지를 푹푹 달구던 열기는 밤이 되어도 계속되고
후덥지근한 밤공기로 불쾌감이 더해가고 있었는데 …
저녁에 집에 오자마자 한시간반가량 단잠을 자고 난 강민이가 11시가 되어도 잘 생각을 않는다
덥거나 심심하거나…그럴때일수록 강민이는 더 엄마를 찾고 앵겨붙는데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오늘도 분유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자꾸만 짜증을 내더니만
아빠가 침대로 데려가 재워보려고 애 쓰는 와중에도 강민이의 짜증은 계속되었다
더위에 지쳐 만사가 귀찮아진 난 '저러다 말겠지…'
애써 외면을 하고 거실에 앉아있는데
"으앙!"
드디어 울음보가 터졌고 뒤늦게 달려가 상황을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온몸에 뻣뻣하게 힘을 주고는 뒤로 제끼며 팔다리를 튕겨대는데…걷잡을 수가 없다
한참 지나서 콧물과 눈물,침으로 범벅이된 강민이
거울앞에 붙어있는 인형에 손이 갔는데 맘대로 떼어지질 않으니 또 짜증을 부린다
"에~잉!"
'이 녀석 좀 보소! 뭐 잉기 다있노! 요 쪼매난기 뭐 안다꼬?'
난데없는 아이 짜증에 나도 애아빠도 어쩔줄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혀서 싱거운 웃음만 자꾸 흘렸다
인형을 손에 쥐어준채 문밖을 나섰고 아파트 놀이터로 나왔더니 그제서야 겨우 강민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러다가도 행여 손에 잡고 있던 인형에 내 손이 닿을라치면
신경질적으로 손을 홱 뿌리치고는 발을 바둥바둥!
그렇게 시작된 인형에 대한 강민이의 집착과 민감한 신경전은 자정을 훨씬 넘기고 나서,
진땀나는 긴 회유와 다독거림에 끝에 겨우 잠이 들었고 손에서 인형을 떨구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속에 두 남자의 숨소리만 새근새근…
'이것이 행복이구나!'
놀이터에서 물렸나? 여기저기 빨갛게 부풀어 오른 모기에 물린 흔적들을 긁적이며 난 하루를 닫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