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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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누구나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듯이..그러나, 기존의 만들어진 크고 작은 규범에 자신들을 짜 맞추도록 강요받다 보면, 제한 없이 자유롭기만 하던 그 창의력이 점점 자리를 빼앗겨 가고, 공간이 점점 작아지기만 하지요.
우리네 엄마들이 창의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받아 자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우리네 아이들을 창의력 있는 아이들로 가르칠 수 있을지 알기가 힘들지요.
저요? 저는 창의력과는 정말 거리가 먼 엄마입니다. 그냥 고분고분하고 어른들 말 잘 듣던 착한 아이였고, 지금도 그냥 열심히 맞춰진 틀에 내 자신을 맞춰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동적인 아줌마로서 살고 있답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사실.
그래서 저도 우리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제가 자랐던 방식으로 주로 키웁니다. 맏이들에게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로 맏이들은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몸에 베어있는 교육방식들에 맞춰 키우기 때문에, 착하고 순종적이고 스트레스 많이 받고,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많은 아이가 되지요. (제 아이의 경우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아이들에게는 부모들이 좀 긴장을 풀기도 하고,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자고 결심도 하고 해서 아이들이 좀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말입니다.)
사실, 오늘은 제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제 딸(맏이, 만 10세)은 어릴 때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태어났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저의 감정 상태에 따라 , 아이가 아무 힘 없이 휘둘려서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제 딸은 주로 그림을 그릴 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그대로 베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기술이 좋아서, 기존의 그림보다 훨씬 보기 좋고 예술성(?)있게 그려 놓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남이 그려놓은 좋은 그림이 있으면, 무척 베껴보고 싶어 합니다. 일단 베끼기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하고,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제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fine한 작품이 나옵니다.
이 아이가 킨더가든에 다닐 때, Report Card(성적표?)를 받아 왔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아이가 그림 그릴 때 밝은 색을 여러가지로 사용한다구요. 바람직하다 그거죠. 그게 선생님의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았던 제 아이의 집에서 그리던 그림은, 색깔과 상관없이 어둡고 무섭고 쓸쓸한 분위기의 것들이었습니다. 밝은 색이라는 것은 그 당시 제 딸이 무지개를 색깔별로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무슨 그림을 그리든지, 무지개 색을 적용했습니다. 그냥 수학 공식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듯이 말입니다. 선생님의 견해는 제 마음을 더욱 어둡게만 하더군요.
제 딸이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제가 '기쁨아 니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려봐'합니다. 그러면 제 딸이 '엄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랑이 그림 보고 그리면 안 돼요?' 주로 그런 식입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창의적인 생각이 없는거지?라고 생각하며 좌절이 되더군요. 제 책임이라는 거 알고 있었죠. 그랬기에, 제가 아이를 나무라지 않고, 그런 아이의 특성을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기로 어느날부터인가 결심을 했습니다. '기쁨아, 기쁨이는 훌륭한 기술을 가졌다. 다른 사람 것을 따라 그리다 보면, 언젠가 너 자신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날도 올거야.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더 좋게 바꿀 줄 아는 것도 창조적인 거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작품을 만들어 낼 때마다 사실은 감탄도 했고, 많이 칭찬 해주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이민 오신지 얼마 안 되는 가정이 있습니다. 제 딸과 그집 딸이 같은 반이 되었고, 그 엄마가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어서 그분이 자청해서 방학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을 모아놓고 (4명) 미술을 가르치겠다고 하셨습니다. 너무나 좋은 기회라서 아이가 신나서 갑니다. 어느날은 제 딸이 그림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온통 밝은 초록색이 주색이었고, 사과 나무에 나무만큼 큰 사과를 하나 그리고, 그 밑에 또 사과를 하나 그려 왔더군요. 예쁜 그림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그 엄마에게 물었더니, 접시에 사과를 하나 얹어 놓고, 아이들에게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답니다.그랬더니 제 딸이 나름대로 머릿속에 떠 오르는 이미지를 그린 것이 그렇게 그려 온 것이라고요. (사실 제가 팔불출이라 그렇지 잘 그린 그림은 절대 아닙니다)
그때, 옳다구나 했습니다. 이제 아이가 자신만의 생각을 그림에서 조심스럽게 표현하는구나 하구요. 생활 전체에서도 정돈되고 둥글게 다듬어진 창조력을 이곳저곳에서 발휘하는 딸을 보며 흐뭇해 합니다. 제가 오랜 세월 동안 망쳐 놓았던 우리 아이의 아름다운 창조적 성품이 참으로 오랜 세월의 '복구노력' 끝에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습니다.
제 딸이 베끼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제 아들입니다. 제 아들은 연필로 생각이 떠 오를때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라고 시킨 적은 거의 없습니다. 밖에서 많이 놀다 들어오면, 뭐에 영감을 받은 사람처럼 방에 들어가 종이를 꺼내고 한참을 몰두한 후 작품 하나를 만들어서 제게 들고 나옵니다. 아빠와 낚시를 다닐 때는 자신이 낚싯대를 잡고, 물 속에 수 많은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그리고는, 자신의 낚싯대에 그 모든 물고기들이 물려 나오는 그림을 별 어려움 없이 그리며,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을 합니다. 축구를 열심히 하던 때는, 축구에 관한 그림에 한동안 열심을 내곤 합니다. 색칠은 별로 안 좋아 합니다. 색칠을 하면 작게 그린 부분들이 망쳐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노력은 합니다. 한참 태양계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태양과 행성들을 그렸는데, 모든 행성들이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정성을 다해서 한장 한장 그림을 그릴 때마다 색칠을 모두 하더군요.
제 아들도 킨더가든 때 선생님께서 제게 언젠가 귀뜸을 하시더군요. 아이가 검정색을 많이 쓴다구요. 그래서 밝은 색을 많이 쓰도록 격려를 했더니, 많이 쓰려고 노력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아이가 왜 검정색이나 어두운 색을 좋아하는지에 조금 염려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전체적인, 아이의 그림 그리는 패턴을 보았을 때 염려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그냥 놔두었습니다. 자신이 판단해서 밝은 색이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다양한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제 동생이 서울서 이곳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제 아들이 한참 Yugioh카드(포켓몬이나 디지몬과 비슷한 류입니다)에 열광을 하던 때였습니다. 커다란 괴물을 그렸습니다. 무척 힘이 센 것으로, 아이가 그 그림을 그린 후 제게 자랑스럽게 가져왔습니다. 더 놀란 것은 이 아이가 색칠까지 완벽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검정색과 새빨간색 두 가지로 멋진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전 좀 섬뜩했지만, 정말 잘 그린 그림이었고, 무조건 칭찬을 하였는데, 제 옆에 있던 (뭘 좀 아는 ) 제 동생이 기겁을 하며 그 그림을 쥐고 한 마디 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동생을 꼬집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그거였죠. 제가 엄마니까요. ^^*
저도 과거에는 기존관념으로 그런 식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창의력의 발현을 마구 짓밟곤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요. 저의 짧은 지식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거지요. 검정색도 쓰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검정색과 빨간 색은 어딜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색이지요. 우리의, 아니 나의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히려 아이들의 창조성을 마구 망치는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도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이들의 무한한 능력을 저의 지극히 제한된 지식의 능력으로 짓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노력하렵니다. 제 무지를 고집하지 않으렵니다. 제가 모르면 알아보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것, 제 머리에, 제 몸에 베어있는 저는 너무나 무식하고, 너무나 미약하고, 너무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 앞에서 다른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렵니다. 그리고 열심히 찾고 연구하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