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아이는 95년 1월 11일생으로 작년 이맘 7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글씨는 대충 눈치로 단어정도는 읽고 문장은 어려워하는 수준이었고 받아쓰기나 맞춤법은 아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입학후 학교생활을 똑똑하게 잘 따라가지 못하고, 알림장도 제대로 못 써오고,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오고, 수업시간에 하는 과제나 프린트물은 백지상태로 가져오고, 게다가 어리버리해서 자기 물건은 매일 잃어버리고 학교에서 오는 길에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에구구 하여간 그랬더랬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들리지가 않는다고 하고 학교에 가기 싫어 억지로 억지로 다녔습니다.
제가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그런 아이를 일일히 챙겨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숙제 봐주기만도 힘에 겨웠죠. 제가 퇴근을 해서 집에 오는 6시정도까지 아이 혼자 있을 수가 없어 방과후 교실이라는 곳을 보냈습니다. 유치원과 함께 하는 곳인데 방과후 점심과 간식을 주고 공부와 피아노 미술을 가르쳐 주는 곳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학교 수업 수준은 어려워지고(미리 한글을 떼지 않은 우리 아이 수준에는) 같은 반 친구들은 놀려대고 갈수록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도 여전히 맞춤법은 엉망, 쉬운 그림동화책을 읽어도 내용파악이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해 여름방학 내내 수영장과 바다로 계곡으로 놀러 다니며 힘든 마음을 재충전해 주었습니다.
그 무렵 쑥쑥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제가 정에 약해서 한번 시작한 학원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데 아이가 다니던 방과후 교실이 너무 성의가 없고 6개월을 피아노를 배운 아이가 '도'가 어딘지도 모르고... 실망을 해서 학원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아이 혼자서 2시간 정도는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을만큼 컸고 간식거리도 가게에 가 혼자 사거나 집에서 챙겨 먹을 수 있고, 혼자 문을 열고 잠그고 하는 것에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속셈학원에 가서 1시간 가량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 피아노 가방을 들고 피아노를 치러 갔다가 제가 퇴근하기 30분-1시간 정도 먼저 집에 와 문을 열고 들어와 텔레비젼을 보고 있습니다.
문을 연지 얼마 안되는 속셈학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예습과 복습을 시켜줘 2학기는 그럭저럭 보냈습니다. 물론 알림장을 놓고 오거나 하는 일은 여전했습니다.
집에서는 숙제와 일기를 쓰는 것 외에는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안시켰습니다. 가뜩이나 학교에서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를 밀어부치면 더 힘들어할거 같아서... 동화책을 꾸준히 읽어주고(아직도 혼자 읽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영어도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해주었습니다.
재미있게도... 학원이나 학교에서 제가 읽어준 쉬운 영어동화책을 외워서 잘난척하며 혼자 말하곤 하나 봅니다. 아이들이 쳐다보거나 학원 선생님이 잘한다고 한마디 하면 자신감을 얻고 집에 와서 자랑을 했습니다.
2학기에는 최고 점수 30점이던 받아쓰기 시험에서 제법 60점, 70점, 80점... 한번은 100점도 받아왔습니다. 수학시험에서도 2개 정도만 틀리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방학숙제를 적은 알림장을 놓고 오는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방학동안에 전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는게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하루에 커버린 아이처럼 한번 시험삼아 시켜본 받아쓰기도 척척, 수학 문제풀이도 척척...미리 받아온 2학년 교과서도 척척 소화해 내는 것어었습니다. 제가 그사이 확인을 안한 동안 아이는 조금씩 자란거겠지요.
7살에 보낸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처음엔 힘에 겨워 합니다. 저도 초기에는 1년 더 있다 보낼걸 후회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잘했다 싶습니다. 1학년동안 키가 부쩍 커버려 아마 올해 학교에 보냈더라면 혼자 앞니를 갈고 껑충한 키와 성숙(?)한 얼굴(애기티가 안나고 완연한 초등학생 티가 나는)로 그 또한 6년 내내 아이에게 불편함을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1학년동안 정말 많이 컸거든요.
학교 선생님과 학원선생님은 처음엔 잘 적응 못하고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잘 지낸다고... 2학년이 되면 별 무리없이 잘 할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8살에 학교를 가긴 하지만 생일이 12월이라 누나와 똑같은 꼴인 아들아이에게 올 한해동안 최소한 한글은 떼어서 학교에 보낼 생각입니다. 1학기때만 해도 아들아이는 1년 늦게 보낼까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이녀석이 벌써 아랫니를 2개나 갈고 키도 커 또래에 비해 성장이 빠른 판에 후년에 보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딸아이때만큼 걱정은 안 하겠죠. 아이들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요즘 딸아이는 피아노 치는게 너무 재미있다고 피아노를 사달라고 조르지만... 비싼 값을 주고 사는 피아노가 본전 생각나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주게 될까봐 미루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엔데... 2학년에 되어서 학교생활 잘 하고 숙제 잘 적어오면 여름방학때 수영을 가르쳐주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