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방에서 듣는 구수한 옛날 이야기 한편 어떨까 해서...
누군가의 권유로 오늘 이 책을 선물 받고,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때 약간 빠르로 리듬있게 들려 주면 식욕도 돋구어진다는 조언도 함께 듣고 와서 전합니다.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잘하는 사람하고, 이야기를 지지리도 못하는 사람이 살았거든.
이야기를 못하는 사람은, 그저 어떡하면 나도 저 사람처럼 이야기를 한번 잘해 보나 하고 자나깨나 그 궁리였지.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그러니 대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지.
어느 날, 두 사람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어.
나무를 하다가 앉아서 쉬는데, 저족 숲속에서 꿩이 한 마리 슬금슬금 나타났단 말이야.
꿩이 슬금슬금 기어오는 꼴을 보고, 이야기 잘 하는 사람이 혼잣말로,
"슬금슬금 기어오는구나."
했겠지. 그러니까, 이야기 못하는 사람이 그게 이야긴 줄 알고,
'옳지, 저 이야기를 잘 듣고 외워 둬야지.'
하고, 자꾸 외웠어, 그 말을.
"슬금슬금 기어오는구나."
"슬금슬금 기어오는구나."
이렇게 한창 외우고 있는데, 이번에는 꿩이 가만히 서서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거든. 이야기 잘하는 사람이 그걸보고 또 혼잣소리로,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구나."
했겠다. 이야기 못하는 사람이 또 외웠어. 그게 이야긴 줄 알고.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구나."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꿩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거든. 그러니까 이야기 잘하는 사람이,
"조기조기 조 눈깔."
하거든. 또 외웠지. 이번에는 절대로 잊어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열심히 외웠어.
"조기조기 조 눈깔."
"조기조기 조 눈깔."
이렇게 외우면서 나무를 다 해 가지고 집으로 왔어. 어찌나 부지런히 외웠던지 이번에는 하나도 안 잊어버렸어.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식구들이 둘러앉았는데, 이 사람이 이야기를 한 자리 해주마 하거든. 식구들이 깜짝 놀랐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야기를 제대로 한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아 그 때 마침 도둑이 그 집에 들었어. 도둑이 들킬까 봐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데, 갑자기 방안에서,
"슬금슬금 기어오는구나."
이런단 말이야. 이야기 소리지. 그런데 도둑은 누가 자기를 보고 그러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겠다. 그런데, 또 방안에서,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구나."
아 이러거든. 도둑은 더욱 놀라서, 누가 방안에서 내다보고 그러나 싶어서 문구멍으로 방을 빠꼼 들여다봤겠지. 그 때,
"조기조기 조 눈깔."
이러지 뭐야. 도둑은 그만 기겁을 하고 냅다 도망갔대. 이야기 못하는 사람이 이야기 한 번 해보다가 도둑을 쫓았다는 이야기야.
하하하.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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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한겨울 밤에 듣는 구수한 옛 이야기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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